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아. 어차피 이해할 수 없어.
다 그런거니까.
남자들은 그렇게 다 나를 지나가니까.
별거 아니야.
곧 시들고 말..
얼마가지 않아 변해버릴 뻔한 사랑이겠지.
한번 해보자.
네 품에 고단한 하루를 묻고 얕은 숨을 마셔본다.
깊이.
깊이.
숨을 반복해.
얼마나 지났을까?
잔뜩 긴장했던 어깨가 풀리고
눈이 감기고
깊은 잠에 빠져들어.
언제부턴가 이렇게
풀냄새 가득한 텐트 안에서
땀범벅이 된 너를 이불 삼아 잠드는 게 일상이 됐어.
어느새 우린,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려는 듯
흥건한 땀줄기로 끈적해진 살결을 비비면서도
거리낌 하나 없는 사이가 되었지.
시큼하고 비릿한 야생의 냄새가 서로의 향기를 지워내는 밤,
또 하나의 추억, 전리품 같은 시간들..
바람이 불어와.
아직 식지 않은 흙냄새를 머금은 눅진한 이 바람은 너를 스쳐왔을까?
너의 손을 이끌고 나에게 온 걸까?
이건 어떻게도 설명하기 어렵지만 너무나 자연스러운 느낌이야.
모든 것이 너로 시작해서 너로 끝나버리는 이 이야기 말이야.
지금 여기,
내 안에서 생생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 '사랑'.
밤의 끝에도 아침의 시작에도 까맣게 지워진 시간들 속에도 네가 있어.
바람은 네 향기를 머금고 불어와 다시금 우리가 있던 곳으로 향해가지.
너는 파도가 되어 밀려왔다 나를 데리고 바다로 향해.
끝없는 우주가 너와 나, 우리의 몸짓으로 꽉 채워진 느낌.
귓불을 간질이는 '사랑해' 한마디로 시작되었어.
감미로운 천둥. 이제 난 순순히 따를 뿐이야.
버티고 우기고 무시하고 저항해 봤지만 소용없다는 걸 이제 알아.
너의 끌어당김은 불가항력, 나는 속수무책 네게로 빨려 들어.
너무 빨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너무나 질서 정연하게 난 너에게로 흘러가고 있어.
눈도 뜨지 않은 아기 캥거루가 어미젖을 향해 가는 것처럼 이건 그냥 본능이야.
그렇게 난 네게로 가고 있어. 매일, 하루만큼 더.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걸 알아.
그래서 고개를 들 수 없어.
잔뜩 웅크린 채 네 품으로 파고드는 건 어쩌면 네 안에서만 현실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몰라.
미안해. 이런 나라서..
하지만 어쩌겠어. 우리.. 이미 사랑인걸..
이것도 사랑인걸.. 어쩔 수 없이 사랑인걸..
내 안에 가득, 찰랑거리는 게 무엇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그랬다면? 저랬다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 따윈 더 이상 의미가 없잖아.
문을 열어버린 거야.
문이 활짝 열리고 그 안에 눈부신 것들을 봐버린 거야.
모조리 다 식고 삭아, 깡그리 닳아 없어진 줄 알았던 감정이 다시 뜨겁게 타오르는 걸 느껴.
만년설 같던 심장이 다시 펄떡이고 있음을.
처음 '사랑'이라는 말을 꺼내 놓을 때 마땅한 다른 말이 없어 ,
대체할 다른 표현이 없어 누구나 쓰는 진부한 표현 같아,
꾸역꾸역 눌러오던 그 말을 꺼내 놓을 때 나는 알고 있었어.
이 사랑 때문에 살다가 이 사랑과 함께 죽게 될 거란 걸.
그렇게 온 밤을 살라, 쓸고 닦고 어루만지고 쓰다듬다 뜨거운 눈물을 만나곤 하지.
잘 자라는 말로는 다 보듬지 못하는 밤에,
잘 자라는 인사로는 다 쓰다듬지 못하는 밤에.
꾸역꾸역 넘쳐 오르는 뜨거운 것들을..
펄떡이든 것들을 안으로 삼키며 오늘도 너를 사랑해.
충혈된 눈, 하루가 고단했나 보다. 간밤이 쓸쓸했나 보다.
켜켜이 쌓인 말들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엄습해 오지만
오늘 밤은 너를 잘 재우는 게 우선인 것 같아.
잘 자요. 지켜주고 싶어. 보살펴주고 싶어.
오늘도 목에 걸린 사탕 같은 말들을 달래다 꿈처럼 너를 만나길..
꿈에서라도 만나기를.
함께 있던 시간과 그 시간을 떠올리는 시간.
어느샌가 나는 이렇게 두 가지 모양,
결국은 너 하나로 귀결된 삶을 살게 됐나 봐.
너를 사랑하긴 하는가 보다.
뜨겁게 사랑하긴 하는가 보다.
어디에도 네가 있고 어디에도 네가 없는 걸 보면..
어지러운 맘 위에 눈처럼 소복이 감사함이 내려앉아.
사랑할 수 있어서 감사해.
내 마음이 그렇다고, 세상이 뭐라든 내 마음은 그렇다고,
마음만은 곱게 너에게로 전하고 싶어.
언제부터인가
문득문득 불안했던 것 같아.
내가 뭘 잘못했나,
그래서 미워진건가
표현하지 않으면 몰라.
표현하는만큼도 잘 모르는데..
그저, 피곤한가보다 하기에는
너무 냉랭하니까
설명할 수 없지만..
너무 멀게느껴지니까
당신 옆에 사랑하는 이가 늘 함께였으면 해요.
그리워 애달파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그런,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 당신 곁을 지켜주었으면 하고 바래요.
예쁜 사람과 함께인 당신을 보면
나, 조금은 마음이 놓일 것 같아.
나를 갈라
낱낱이
속속들이 보여준다면
볼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은 안 할 거에요.
무언가 다른 게 있었다면
더 애틋하고 깊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밤새 당신 손을 찾아 보듬고 있었어요.
끌어안으면 잠에서 깰까 봐
그나마 괜찮은 당신 손을 어루만지고 있었어요.
그렇게 잠든 당신과
눈맞추고
입맞추고
밤새,
내내 그러고 있었습니다.
밤새 당신을 꼬옥 끌어안고
밤새 꼬옥 입 맞춘 채로 잘 수도 있어요.
그런 걸로 사랑이 증명된다면
그게 당신의 숙면을 방해할까 봐
어렵게 어렵게 참는겁니다.
당신은 한 자세로 오래 못 있으니까
당신이 잘 자고
조금이라도 피로를 풀었으면 하는게
내 마음이니까...
오히려
내가 더 당겨 안으면
금새 자세를 고쳐 돌아눕는 당신
좀 더 편하게 자고 싶어 하는것 같아서
그런 당신을 배려하려고
조바심내고 그랬어요.
늘 그랬어요... 나는
차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문득문득 깨어 잠든 당신을 살폈습니다.
애타는 마음을
빗방울들이 두드리는 것 같았어요.
한번 더 눈 맞추고
한번 더 입 맞추고
한번 더 꼭 안아주고
어쩌면 당신보다 내가 더 원하던 것들인데
날더러 그게 아쉬웠다 하니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일어요.
등돌리고 누운 당신의 뒷모습에
가슴이 시리기까지 했는데...
당신은 그저, 숙면을 위한 자세라 했지요.
편안함을 위한 자정작용이라 했지요.
알면서도 늘 돌아누운 등을 볼 때 마다
차갑게 철렁이는 파도에 잠기곤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봐달라고
날 좀 더 안아달라고
칭얼거리고 떼쓰고 싶은 마음보다
그런 당신을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난 그래요.
지난밤도 다르지 않았을겁니다.
더 눈 맞추고
더 입 맞추고
더 꼭 안고 싶었어요.
언제나...
나를 갈라봐요.
뭐가 들었나...
토막토막 자르고
잘근잘근 다지고
뒤집고 까발려 봐요.
속에 무엇이 있는지...
사무치도록 애타게...
애틋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당신으로 시작해서 당신으로 하루가 저물어요.
언제까지라도
당신으로 시작해 당신으로 저무는 하루가 나의 것이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것이 없는 세상에서
보다 오래 머물렀으면 하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이 오래도록 남아있기를..
보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보고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네요.
그럼에도 꺼내놓은 말보다 더 많은 보고픔이 가슴에 들끓음을 느낍니다.
어제의 보고픔에게 미안하지만
그 가슴 절절했던 날들의 보고픔에게는 미안하지만
당장의 보고픔을
현재 진행형의 보고픔을 이길 수 있는 건 .. 없습니다.
매 순간 진행형이었으니
한시도 멈춘 적이 없으니
미안할 것도,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다만 당장의 이 보고픔이 극명할 뿐,
놓고 싶지 않은 손을 놓는 일은 쓸쓸합니다.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보내는 일은 쓸쓸합니다.
단 한번도 물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