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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개엄령

by 상상이상

차디찬 자리 위에

가로세로 엉켜 쓰러져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서럽다


누구의 명인지

까닭도 모른 채

기세등등 시퍼런 칼날에

천지가 붉게 물든 밤


고약한 기침소리,

펄럭이는 붉은 깃에 놀라

일찍이 항복을 외쳤다


흰수건을 흘들며

처참하게 무릎을 꿇고

손아귀에서 꺼이꺼이


모두들 어디 가고

앙상한 가시만 드문드문

매케한 누더기 냄새


안락했던 침대도

꼬리 흔들던 얼룩이도

삶에 가득했던 숨결들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래도 살아야지

먹고 싶지 않아도

잠이 오지 않아도

꾸역꾸역 삼켜내야지


다시 떠오르기를

새들이 돌아오기를


오직 조용히 눈을 감고

듬성듬성 숲을 더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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