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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TnG 상상마당 시네마 Apr 19. 2022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올라탄 소녀!

<불도저에 탄 소녀>  배우 김혜윤, 박이웅 감독을 만나다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올라탄 소녀!

<불도저에 탄 소녀> 박이웅 감독, 김혜윤 배우를 만나다.

인터뷰 & 상상마당 시네마 '상상톡톡' 현장 스케치

4월 15일 금요일 저녁, KT&G 상상마당 cinema에서 박이웅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2022) 상상톡톡(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백은하 배우 연구소 소장과 함께 박이웅 감독, 김혜윤 배우가 참석해 극장 안의 분위기를 그야말로 ‘불도저’처럼 뜨겁게 달궜는데요. 먼저, 주연 '혜영' 역을 맡은 배우 김혜윤과 연출을 맡은 박이웅 감독님의 간략한 인터뷰를 만나보시죠!


상냥지기: 첫 장편영화 주연을 맡게 되었다. 의미 있는 첫 주연작으로 <불도저에 탄 소녀>를 택하게 된 이유는?

김혜윤 배우: 혜영의 강렬한 모습 때문이었다. 원래 시나리오나 대본을 받았을 때, '내가 어떤 모습으로 연기하겠구나'라는 상상을 잘하는 편인데 <불도저에 탄 소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 미지의 세계라는 느낌이었다. 물론 어렵겠지만 내 안의 색다른 모습을 끌어낼 수 있는 시나리오가 오면 흥미가 많이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다.


상냥지기: 감독님께서 <불도저에 탄 소녀>를 제작하시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박이웅 감독: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판타지를 걷어내자'였다. 캐릭터적인 측면에서도 '일진'에 대한 판타지를 없애기 위해 감정이입을 줄 수 있는 전사를 넣지 않았고, 스토리면에서도 최대한 담백하게 현실을 대입시키려고 했다. 혜영이 복수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복수도 일종의 판타지다. 혜영은 그저 행동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며 사는 인물이다. 그기 때문에 의미 부여보다는 혜영 그대로를 따라가 주었으면 좋겠다.


상냥지기: 오늘 진행되는 상상톡톡이 정말 기대됩니다.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상상마당 시네마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

박이웅 감독: 이렇게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자리 자체가 기대된다. <불도저에 탄 소녀> 많이 사랑해 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재개관한 상상마당 시네마도 앞으로 좋은 영화, 특별한 프로그램을 많이 상영해주면 좋겠다.


여기서 잠깐, <불도저에 탄 소녀>는 어떤 영화일까요?
이어질 관객과의 대화 이해가 쉽도록 상냥지기의  영화 리뷰 보고 가실게요!
소녀의 버거운 감정을 천천히 따라가다
그 소용돌이 안에서 함께 길을 잃다

*상상마당 상냥지기의 <불도저에 탄 소녀> 리뷰 및 소개이며 스포일러가 포함되었습니다. 


영화의 오프닝 한 소녀가 재판장에 서있다. 앳되어 보이는 소녀의 눈에는 어딘지 모르게 살기가 가득하다. 세상에 불만을 품은 듯 고슴도치처럼 몸을 부풀린다. 대상이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 내세운 가시는 소녀를 에워쌀 것처럼 위태롭다. 19살 혜영은 유일한 삶의 터전인 ‘해적의 짬뽕집’에서 아버지 본진, 동생 혜적과 함께 살아간다. 본진의 자동차 사고 이후에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두렵지 않았던 혜영은 달라진다. 아버지의 뇌사 판정으로 숨겨져 있던 사건의 진실 속으로 들어가며, 사회의 폭력적인 모습 앞에 팔 토시로 감추고 있던 용 문신을 세상에 꺼내 보인다. 거칠고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 작품은 김혜윤 배우의 색다른 연기 변신이 매력적인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팔 토시에 가려진 용문신은 힘의 근원지이자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영은 독기 가득한 눈으로 어른들을 상대한다.   

   

본진의 자동차 사고 뒤에는 ㈜한국 중장비가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일하던 터전이었던 공간. 사건의 진상은 이러했다. 계약 기간의 조건을 지키지 않고 짬뽕집을 나가라 했던 ㈜한국 중장비의 최영환 회장. 본진은 빚을 갚기 위해 무리하게 짬뽕집의 2층을 올리기 위해 사용한 인테리어 자금의 권리금이라도 다시 돌려받기 위해 찾아갔다가 홧김에 차를 훔치고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세상을 향해 제대로 소리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소녀는 진상 규명을 위해 자신의 맨몸을 불도저처럼 들이받는다. 하지만 어른들은 조금씩 참으면서 분수에 맞게 살라며 혜영을 조롱한다. 혜영은 자신을 세상의 끝으로 몰아붙이는 어른들에 의해 아이언맨 갑옷과도 같은 손의 힘을 잃는다. 두 팔목을 잡힌 채 끌려 나가는 혜영은 자신의 손에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다. 과연 무엇일까? 혜영이 양손에 잡은 것은 불도저 운전대다.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중장비인 불도저를 이끌고 해적의 짬뽕집 앞에 도착한다. 이전까지 혜영이 가족들을 지키는 방식으로 일을 해결했다면, 이제는 방향을 완전히 틀어 부수는 쪽으로 변모한다. 이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데, 혜영이 가진 내부의 분노가 외부로 표출되는 것을 보여주는 시각적인 장면이기에 그러하다. 혜영이 해적의 짬뽕집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이윽고 도착한 최영환 회장 집에서의 장면은 가히 탁월하다. 영화 속 혜영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은 마치 불도저가 퍼올리는 모래처럼 무겁고 버겁다. 관객들은 어린 소녀가 자신의 앞에 놓인 버거운 감정을 어떻게 해소하는지 지켜보며 응원을 보내게 될 것이다.      


가장 주요하게 지켜보아야 할 포인트 중 하나는 오프닝과 엔딩이 수미상관 구조라는 점이다.(물론 엔딩의 혜영이 아빠의 사망보험금을 받는 장면을 제외한다면) 오프닝에서 혜영은 재판장 앞에서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감옥에 가지 않지만 엔딩의 재판장은 혜영의 실형이 선고된다. 소녀를 지나쳐 어른이 되어 도달한 지점까지 보여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불도저에 탄 소녀>는 무척이나 버거우면서도 아름다운 영화다. 혜영의 감정을 천천히 따라가다가 그 소용돌이 안에서 함께 길을 잃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상상마당 상상톡톡, 어떤 현장이었는지 전할게요!

박이웅 감독, 김혜윤 배우,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님께서 <불도저에 탄 소녀> 비하인드와 영화의 장면들을 분석하며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SKY 캐슬](2018)과 [어쩌다 발견한 하루](2019)등을 통해 대중들과 만난 김혜윤 배우의 장편영화 첫 주연과 박이웅 감독의 첫 장편이 만나 놀랍도록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소녀는 어떻게 자신의 몸짓보다 더 큰 불도저를 몰게 되었을까요?

*주의! 아래 내용은 GV 내용 중 일부이며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혜윤이라는 배우를 만나 생명력을 얻다!

백은하 소장 : 10년 동안 계획하신 시나리오로 알고 있다. 김혜윤이라는 배우를 만나서 생명력을 얻었다고 느꼈을 것 같다.

박이웅 감독: 대부분의 장면이 시나리오보다 잘 나왔다. 혜영이 법정에 서있는 장면을 찍을 때, 굉장히 뭉클했다. ‘10년 동안 머릿속으로 그린 아이가 저렇게 서있구나’라는 생각에 감독이 아닌 개인으로서도 생각하던 것들이 현실로 이뤄져서 그랬던 것 같다.


백은하 소장 : 원래는 타이틀이 용 문신을 한 소녀였다. 보통의 캐릭터들이 스타일리시한데 혜영에게서는 일부러 모든 것들을 버린 느낌이다. 모든 부분들을 빼기를 하는 과정이 아니었나?

김혜윤 배우 : [어쩌다 발견한 하루](2019)를 끝내고 바로 하게 된 영화였다. 그 당시에 표정이나 행동이 과했다. 6개월 동안 찍었을 때의 습관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감독님께서 모든 것을 덜어보자고 하셔서 이것이 스스로에게 숙제였다. 혜영이 하고 있는 팔 토시는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을 때 벗는 것 같다. 하지만 후반부에는 이것을 벗는 것이 의미가 없고 본인에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 같다.


아이언맨 같은 혜영,
그리고 불도저 같은 혜영의 마음

백은하 소장: 혜영의 모습이 아이언맨 같은 느낌이다. 성장영화라고 굳이 구분 지어 부르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의미에서 팔 토시만으로도 그것이 보이는 것 같다. 인물들이 각각의 무기들을 들고 있다. 혜영에게는 가위, 아버지에게는 식탁. 무기를 다르게 준 이유가 있는가.

박이웅 감독 : 작고 문방구에서 살 수 있는 가위다. 처음에 그 캐릭터가 막 나가는 캐릭터가 아님을 의도했다. 본진의 경우에도 잡히는 대로 사용한다. 혜영은 아빠가 무엇을 막아주고 있었는지 알아가는 즈음에 혜영의 물건이 가위에서 칼로 칼에서 다른 무기로 바뀌는 것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백은하 소장 : 중국집과 혜영의 관계는 유년기를 보낸 사람으로 그 시기를 끝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때 혜영의 눈에서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어떤 감정으로 연기를 했는가?

김혜윤 배우: 단순한 건물을 부순다는 의미를 넘어 내 추억과 가족들과의 삶의 터전과 보금자리가 되어준 공간을 내가 내 손으로 무너뜨린다는 의미였다. 찍으면서 눈물이 엄청나게 나올 뻔했지만 정말 참으려고 했다. 과거를 생각하려다 보니 감정들이 많이 올라왔다. 최 회장 집은 세상의 부당함을 표출하는 느낌이었다.


매 순간 진심이었다

백은하 소장: 아버지의 임종을 보면서 혜영이 '고생하셨어요'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많은 인사 중에 이 대사로 정한 이유가 있는가?

박이웅 감독 : 살면서 여러 임종을 경험하는 나이가 되었다. 임종의 순간은 돌아가신 분은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많은 이야기를 나눌 때 가능하면 조용하게 아버지만 들을 수 있도록 자신의 마음을 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대사를 특별히 고민했다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온전히 한 느낌이었다.

 

계급으로 구분된 사회 앞에 놓인 힘없는 소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시금 팔 토시를 걷어붙인다. 세상에 짓밟히더라도 눈 안에 가득한 독기는 건드릴 수 없다. 박이웅 감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를 부조리함을 이야기하지만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소녀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이야기로 그려냈다. 제작 과정이 어땠는가?라고 묻는 질문에 '전부 운이 좋았다'라고 말하며 상상톡톡을 마무리하는 박이웅 감독. 그는 자신의 상상 속에 있던 혜영을 배우 김혜윤으로 실현시켰다. 혜영 그 자체였던 김혜윤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배우다. 장편영화 첫 주연이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만큼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연기관, 영화에 대한 에피소드, 비하인드 스토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럼에도 짧은 시간처럼 느껴진 상상톡톡을 통해 영화의 장면들을 복기하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백은하 소장님의 멋진 진행과 감독님과 배우님의 티키타카에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짧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상상마당 시네마 상상톡톡 현장 스케치는 앞으로도 계속 업로드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이하늘, 마당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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