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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ster Jul 19. 2019

점-선-면

책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의 맺음말


시각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조형은 점, 선, 면으로 환치시킬 수 있습니다. 


    20세기 추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화가 칸딘스키는 이들의 특성을 활용한 조형의 무한한 가능성을 일찍이 주목하기도 했었죠. 추상 미술뿐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점, 선, 면은 아주 중요 한 개념입니다. 눈으로 보이는 부분을 떠나 손으로 만지고 또, 그것을 일상생활에 활용하게 하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인 만큼 점, 선, 면의 적용은 순수 미술보다 조금 더 유동적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시작되는 시작 ‘점’, 무한한 변형과 적용으로 조형해 나가는 ‘선’, 양감을 통해 콘셉트를 실체적으로 만들어 주는 ‘면’, 그리고 디자인과 사용자 사이의 소통이 비로소 시작되는 지점까지 점, 선, 면은 디자인 안에서 무한히 반복되는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점, 선, 면을 통해 디자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작 점’과 ‘마무리 점’. 


    ‘시작 점’은, 태초의 한 줄기 빛과 같습니다. 무한한 고 요 속에 점 하나를 찍음으로써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 개념입니다. 아이디어가 탄생해 그것이 잉태되는 순간이죠.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작 점을 찍는 이 시대의 대표적 인물로는 테슬라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Elon Musk)나,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를 들 수 있습니다. 사람이 아직 살지 않는 화성에 인류 식민지 건설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처럼, 많은 이가 전혀 상상도 못 한 점을 찍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류사에 남을 이런 영웅들만 점을 찍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그들이 생각하는 점을 다양한 크기로 원하는 곳에 찍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찍기 위해 꼭 디자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점을 찍 는 것 자체가 디자인의 영역이 아닐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점 은 사람의 비전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 

    ‘마무리 점’은 종점일 수도 있고 혹은 무한의 세계로 들 어가는 지점과도 같습니다. 시작점에서 출발해 종국에 도달한 상 태로 볼 수 있지만, 완벽히 정체된 것이라기보다는 무한히 지속되는 개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비즈니스가 없어지며 이 지점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완벽하게 시장을 장악해 완성되는 지점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대표적인 예로, 소프트 뱅크의 손정의 회장과 같은 사 람은 바로 이 End Game을 하는 사람입니다.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공격으로 시장 생태계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를 하죠.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현재 100조 대 펀드를 통해 싱귤래리티(특이점, Singularity)를 표방하며 전 세계 미래 산업에 과감 한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결국에 이러한 점을 찍는 것 또한 사람의 영역입니다. 디자인이라는 콘셉트가 이러한 시작 점 혹은 마무리 점 그 자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작과 끝 모두 디자인의 영역이 아니라면, 디자인은 과연 어디에 속해 있을까요? 



점과 점을 연결하는 ‘선’이 바로 디자인 


    디자인의 역할은 바로 시작과 끝을 연결해 주는 ‘선’입니다. 그리고 이 선은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작점에서 어떤 길을 갈지 하나하나 선택함에 따라 최 종적으로 도달하는 점이 달라집니다. 각자의 선이 그리는 형태는 똑바른 직선일 수도 있고 굽이굽이 요동치는 곡선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왜, 어떻게 그리는지에 따라 우리는 원을 그릴 수도 있고, 정물을 그릴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모나리자도 그릴 수도 있습니다. ‘선'이 인간에게 선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하는 단편적인 개념이라기보다, 총체적으로 경험하는 ‘어떻게'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우리는 공시적이기도 하지만 통시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애플의 디자인이 세상에 미친 큰 임팩트가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의 임팩트가 단순히 핸드폰을 새롭게 출시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끊임없는 운영체제 업데이트,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셀 수 없이 많은 애플리케이션, 심지어는 마케 팅 캠페인 등을 통해 디자인과 경험은 계속해 쌓여 나가고 결국 그것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선들이 함께 큰 그림을 완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 시즌 혹은 한 세대에 나온 특정 제품에서만 보이는 영향이 아닌 총합적으로 쌓여가며 진화하는 디자인을 우리는 시 간의 흐름과 함께 통시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쌓인 수많은 차원의 선은 결국에 하나의 ‘면’ 즉, 생태계를 이룹니다. 그 면을 이루고 있는 선은 끊임없이 변하며 우리 삶의 지형을 바꾸기도 하 고 또, 사람들의 삶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 작 점과 마무리 점을 잇는 디자인의 ‘선’은 인간의 ‘삶’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평행하게 이어져나갑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도 적었듯이 ‘디자인’의 개념은 디자이너와 그것을 사용하는 대중이 함께 정의해 나가는 것입니다. 마치 태극 문양이 음양의 역동적인 조화의 흐름으로 이루어지듯, 디자인도 디자이너와 대중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규정되는 것입니다. 마치 운동장에 물이 가득 찬 주전자를 이용해 어떤 선을 그리는지에 따라 피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발야구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선들은 면의 활용을 규정합니다. 그 면 안에서 사람들은 함께 즐기고 하나의 작은 사회를 이루어나가죠.

    하지만 그 면의 형태 및 면적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혹 은 사용자들의 비정형성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언제든 자신들에게 더 맞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쉽게 이동할 것이고 어렵게 그어진 선들은 무의미 해 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끊임없이 때로는 수동적으로 때로는 능동적으로 바뀌어 가야 하는 것이 디자인(선)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기술이 발달하고 시대가 바뀐다 해도 인간과 디자인 사이의 본질적인 관계는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디자인과 기술의 발전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며 서로 상호 보완적인 개념이 되어갈 것입니다. 특히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술이 앞으로 가져올 라이프 스타일의 혁명적 변화는 우리가 점을 어떻게 찍는지에 따라 더 길고, 변화무쌍한 선들을 더 빠르게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그리고 디자인은 그 선들이 맹목적으로 기술만을 쫓지 않고 인간을 향하도록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마치 음과 양의 조화처럼 말이죠. 이러한 이치를 이해한다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또, 바뀌어 가는 지금 세상에서 디자인의 힘을 이용해 진정으로 인간이 중심이 된 이상적인 세상, 특이점(Singularity)의 세상에 한 발짝 더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쓴이 '쌩스터' 소개
'디자이너의 생각법;시프트'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클라우드 + 인공지능(Cloud + AI) 부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 
얼마 전까지는 뉴욕의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에서 디자인과 디지털 컨설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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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책 링크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96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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