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카라얀 처럼

아젠틱 시대 디자이너의 고민

by Sangster

AI에 관한 담론이 넘치는 요즘, 사람들은 주로 ‘그림을 멋지게 그려주는 AI’나 ‘프롬프트 꿀팁’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런 시선은 AI를 한 명의 연주자로만 바라보게 만든다. 제너러티브 AI는 요청에 따라 멋진 소리를 내는 뛰어난 솔리스트다. 하지만 공연은 솔리스트 한 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음악회를 완성하려면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전체가 필요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연주자를 포함한 오케스트라 전체를 지휘하는 상위 개념, 바로 에이전틱 경험이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의도와 목표를 이해하고 여러 시스템과 도구를 넘나들며 일을 완수하는 ‘지휘자’다. 제너러티브 AI가 악보대로 연주하는 연주자라면, 에이전틱 AI는 그 연주자를 비롯한 모든 악기를 조합해 공연 전체를 설계하고 실행한다. 연주자가 멋진 파트를 연주하는 동안, 지휘자는 전체 곡의 흐름을 조율하고 갑작스런 상황에 대응한다. 이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전체와 부분, 시스템과 구성 요소의 관계다.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떠올려 보자. 그의 손끝 하나로 오케스트라 전체가 숨을 맞추었듯이, 에이전틱 AI는 제너러티브 AI를 포함한 여러 요소를 하나의 경험으로 묶어낸다. 카라얀의 지휘가 개별 악기의 빛을 살리면서도 조화를 이뤄냈던 것처럼, AI 설계에서도 부분과 전체의 균형이 중요하다.


디자이너들은 때로 프롬프트 작성에만 몰두한다. 그러나 단순히 알림을 보내는 캘린더와, 참석자들의 일정과 위치를 고려해 새 회의를 잡고 이메일까지 보내는 서비스는 전혀 다르다. 후자의 경우 AI는 사용자의 목표를 파악하고, 계획을 세우며, 여러 도구를 활용해 작업을 수행한다. 여기서 제너러티브 AI는 문서 작성이나 자료 요약 등 특정 연주 파트를 담당할 수 있지만, 전체 연주를 설계하고 조율하는 것은 에이전틱 AI의 역할이다. 디자이너의 과제는 이러한 복합적 경험을 설계하는 데 있으며, 단순히 도구 사용법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또한 많은 기업이 AI를 도입했지만, 아직 실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솔리스트’를 키우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기술을 개별 기능 수준에서만 바라보는 한, AI는 빠른 손놀림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제너러티브 AI가 만들어낸 결과에 만족하기보다는, 그것을 다른 능력들과 결합해 의미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 예컨대 AI가 팀 간의 소통 맥락을 이해하고 일정과 업무를 조정하며, 예측하지 못한 변수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결국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연주를 감상하는 관객이 아니라, 공연 전체를 기획하는 프로듀서의 시각이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하고 다양한 도구를 조합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상위 개념이며, 제너러티브 AI는 그 안에서 특화된 역할을 하는 연주자다. 우리는 이 두 가지가 어떻게 협업해 풍부한 경험을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AI가 내 일을 대신해줄까?”라는 질문보다, “AI를 어떻게 설계하면 우리의 생활과 업무를 더 깊이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을까?”를 묻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디자이너들은 뛰어난 솔로 연주자에만 주목하지 말고, 공연 전체를 지휘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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