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은 바이블이 아닙니다.
얼마 전 구글이 내놓은 머티리얼 디자인 2로 대변되는 디자인 스타일 가이드가 화제다.
특히 디자인 업계에서 가장 핫 한 인재들을 뽑아가는 테크 회사들, 그중에서도 최강자 구글이 내놓은 디자인 가이드인 만큼, 며칠간 여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도배될 정도로 영향력은 정말 대단했다. 단순히 어떻게 보이는가를 넘어서 어떻게 기능하는가까지 디자이너들의 시선으로 디테일하게 들여다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노력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얼핏 들으면, 말이 될 법도 하다.
구글 혹은 애플 같은 회사에서 천문학적 금액을 써가며 만든 디자인 가이드라인이면, 당연히 맞는 말만 썼을 것 아닌가? 그렇지? 그러면 우리는 그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활용해 줘야 하고. 물론 잘 활용하면 당연히 사용자들이 사용하기도, 미관상 나쁘지도 않은 디자인이 상대적으로 쉽게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절대적으로 좋은 것일까?
시간을 조금 돌려, 증기기관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산업혁명 때로 돌아가 보자.
기존에 가내 수공업 혹은 장인들 손에서 탄생했던 물건들은, 규격화된 제품이 되어 생산라인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졌다.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이 바뀌어 갔고, 많은 경제적 사회적 변화가 동반됐다. 이 흐름에 빠르게 적응한 국가 및 민족은 군림했고, 적응에 실패한 자들은 기약 없는 피지배의 굴레로 빠져들어 갔다. 생산 방식의 차이가 삶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결국에는 헤게모니 싸움에서 특정 세력에게만 과실을 안겨 주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구글, 애플 혹은 여러 회사들이 진일보한 디자인 랭귀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율 좋은 불량 없는 서비스가 생산자 측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쉬운 탬플릿을 제공하고, 그것을 받아 사용하는 많은 사용자들이 결국에는 그들의 영향력 안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하기 위한 포석이다.
그래야 그들이 피 튀기게 경쟁사들과 하는 건곤일척의 전쟁이 자기 쪽에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앞으로 가이드라인만을 절대적으로 따른 디자인만 보게 될 것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첫 번째, 기능성만을 고려한 디자인은 반쪽짜리다.
크게 보면 디지털 환경을 가정한 행동 양식 제안인 셈인데, 기능성과 효율성에 큰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가이드이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성과 감성 모두를 어루만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 가이드라인을 너무 신봉하면, 한쪽에만 너무 치중된 결과물을 가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플래시로 웹을 만들던 시대의 향수를 기억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조금은 느리고, 사용하기 불편하더라도 재미있는 스토리와 아이디어가 지금 보다 많기도 했고, 구성 레이아웃도 사이트마다 다양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아날로그의 감성을 아직까지 원하고 소비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두 번째, 디자인은 끊임없이 변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리고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이 끊임없이 진보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분명히 끊임없이 변화한다. 반복해서 접하는 것에 실증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래서 패션에서도 끊임없이 시즌마다 새로운 것을 혹은 변화한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접하고 있는 많은 디자인도 우리가 90년대 2000년대 보아 오던 디자인들과 큰 차이가 있다. 계속해서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과 환경 그리고 콘텐츠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가이드라인 또한,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가이드라인 작업은 분명 완벽을 추구는 작업일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은 수식으로 증명하거나, 절대 불변의 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가끔은 디자인의 다양한 옵션들 중 디자인의 일반적 잣대로 보았을 때 가치가 있는 방법보다 조금은 더 대중적이고 안정적인 솔루션을 선호할 수 있다. 그러한 판단을 하는 것도 결국에는 사람이다. 디자인 가이드라인들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존재인 것이다. 기업들도 헤게모니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버전을 론칭할 것이다. 그렇기에 불변의 법칙보다 현재의 상태로 보는 것이 옳다.
굳이 말하자면 디자이너가 참고하기 좋은 잘 만들어진 교재가 아닐까 한다.
컬러와 폰트, 레이아웃 등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적용을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법을 경우에 맞게 배울 수 있는 좋은 교재 말이다. 당연히 구체적인 비즈니스 요구 혹은 구글에서 나오는 서비스라면 당연히 100% 가이드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디자인을 하면서 그 디자인의 성립 이유를 무조건 적으로 구글 머티리얼 디자인이 그렇게 하니까로 치부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어찌 보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디자이너의 본분에 대한 태업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혹은 클라이언트가 추구하는 최선의 해결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제안을 참고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디자이너가 직접 연구해보고 길을 찾아보며 얻어지는 것들을 직관적으로 제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을 통해 Connecting Dots(점을 잇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디자이너이다. 그리고 그 행위는 경험과 직관 그리고 취향 등의 복합적인 결과물이고 또 그 과정 또한, 기계적이기보다는 상당히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많은 디자인 트렌드가 양산됨에 따라 분명히 다른 시점과 적용이 디자이너들에게 요구되겠지만, 우리가 그것들에 속박되기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해 주는 Tool(도구)과 Reference(참고)로서 바라보고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분명 디자인 가이드의 디자이너 교체 주장은 아마도 하나의 의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글쓴이 '쌩스터' 소개
'디자이너의 생각법;시프트'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클라우드 + 인공지능(Cloud + AI) 부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 얼마 전까지는 뉴욕의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에서 디자인과 디지털 컨설팅을 했습니다.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책 링크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96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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