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일기 No.202
과외 꼬맹이님이 내 가방에 달려있는 노란 리본에 관심을 보이셨다.
"국어선생 이거 뭐야?"
"또 선생님한테 반말할래? 이거 노란 리본이야 세월호 알아?"
"그거 사람 죽은 거요? 나는 거기 아는 사람 없는데. 선생님은 아는 사람 있어요?"
"아니 없어."
"그럼 이거 왜 달아요?"
잠시 생각했다. 아이의 언어로 설명해줄 방법이 있을까 하다가 얼마 전 아이가 겪은 일을 떠올렸다.
며칠 전 학교 앞에서 과외 꼬맹이님이 친구한테 욕을 했나 보다. 마침 친구를 데리러 온 학부모가 그걸 듣고는 우리 과외 꼬맹이님을 손으로 때렸다. 아이는 허벅지에 멍이 든 채로 집에 와서 할머니에게 이야기했고 그 아줌마 우리 집에 와서 꼭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얼마 전에 너 때린 아줌마가 와서 사과해야 된다고 했잖아, 이것도 그래 나쁜 아저씨 아줌마들이 사람을 죽게 만들고 사과도 안 하고 있어서 사과하라고 달고 있는 거야."
"그건 사과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 그렇지... 모종의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다. 너보다 생각이 모자란 어른이 너무도 많네..
"하나 줄까?"
과외 꼬맹이님의 끄덕임을 얻은 후 가방에서 여분의 리본을 꺼내 꼬맹이님의 가방에 달아주었다. 할머니께서 싫어하실까 잠깐 고민했지만 그래도 달아주었다.
부탁의 말을 남기진 않았지만 다음 주에 아이가 등교하면 친구들에게 나보다 훨씬 잘 노란 리본을 이야기해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