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일기 No.203
과외 꼬맹이님들이 이따금씩 엄마나 할머니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괜스레 다리를 앙다물고 눈도 한두 번 끔뻑이면서 생각의 방을 하나 만든다.
'선생님 계신데 이럴 거야?'라는 말에 끌려가 무슨 말이라도 내뱉어야 하는 당혹스러움이 싫다면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생각의 방에서 나오면 안 된다. 가끔 나긋한 목소리로 동태를 살피는 것 정도는 허용된다.
빼애액 타임에 내 방에서는 주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엄마나 할머니 없이 사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까? 아직 아이들에게는 엄마와 할머니가 세상일 텐데 자기 세상에 균열을 내고 있음을 알까? 그 균열을 깨야 또 다른 탄생이 있는 걸까? 같은 일들.
수업 시작하기 전 간식시간에 아이가 물었다.
"선생, 선생 할머니 죽었어?"
"반말하면 숙제 많이 내줄 거야."
"몇 살에 죽었어요?"
"선생님이 18살 정도 됐을 때?"
"그렇구나, 우리 할머니도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
옆에서 생강을 깎던 할머니가 한 번 쳐다보시더니 칼질을 계속하셨다.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쟤가 저런다니까요.. 할머니 없으면 어쩌려고.." 하셨다. 묵묵히 생강이 깎여나가고 있었다.
아이의 양팔을 잡고 눈을 마주하며 물어봤다.
"진짜 할머니 돌아가셨으면 좋겠어?"
잡힌 팔을 책상 위에 두고 몸을 뒤로 젖히며 아이는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이순신 장군이 그랬잖아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오!"
실소가 새어 나왔다. "말이나 못 하면.." 하시며 흐리는 할머니의 말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