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2023년, 강원문화재단에 낸 글이 선정이 되어 수필집을 내게 되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지만 그냥 글을 좋아하는 사람에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은 ‘글을 쓰는 사람’이란 임명장을 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다음 해, 강원문단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이 되었다.
이제 정말 어디에 내놓아도 누구를 만나도 글 쓰는 사람이라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이후로 나는 조금씩 길을 잃어 가고 있었다.
글을 쓰고 있는데 이전과는 다르게 자꾸 힘이 들어가고 다른 이의 글과 비교를 하게 되었다. 잘 쓰고 싶다는 바람은 글이 주던 즐거움을 괴로움으로 바뀌게 하고 있었다.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했고, 어떻게 써야 할지를 고민하니 나의 생각은 경직되고 글도 경직되어 갔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이 따라붙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좋아해서 쓰는 글이 아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을 쓰게 되었다.
어제,
재단에 낸 글이 떨어졌다.
많이 속상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고, 차분해지는 나를 보며 이 시간과 이 결과가 내게 선물이 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계속해서 내게 묻게 되었다.
‘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해서 쓰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그저 좋아서 쓰던 글이었다. 일기로 쓰고 나중에는 sns에 글을 올렸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상관이 없었기에 공개로, 비공개로 미친 듯이 매일을 기록했다. 잘 쓰고 못 쓰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쓰는 시간이 좋고 행복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글은 결과가 되었고, 목표가 되었고, 증명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방향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려 하는데.......
다시,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돌아가려 한다.
누가 읽지 않아도 써보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잘 썼는지 보다 내가 이 글을 좋아하는지를 먼저 묻는 사람으로.
몇 년간의 습관으로 돌아가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모르는 사이 경직되어 버린 나를 또다시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는 원래 글을 좋아하던 사람이었으니까 아마 그때도 다시 돌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우둔한 나는 뒤통수를 맞아야 정신이 드는 사람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뒤통수를 쳐 주는 나의 친구인 '글'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