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가 널린 집

햇살 가득한 날

by 강화진

빨래가 널려 있다.


어릴 적 우리 동네는

집집마다 빨래가 널려 있었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줄을 묶고

그 위로 빨래를 길게 널어놓았다.


물을 머금은 빨래가 축 처지면

줄 가운데에 긴 장대를 받쳐

처지는 빨래를 다시 휙 위로 올리곤 했다.

빨랫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집게를 빨래에 집는 것도 잊지 않았다.


좁던, 크던 마당이 있던 집들이

아파트로 바뀌면서

그렇게 길게 이어진 빨랫줄은 점점 보기 어려워졌다.


건조기가 생기고,

빨래를 너는 일조차 사라져 가는 요즘,


오랜만에

빨랫줄에 길게 널린 빨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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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오가며 몇 년간 보아온 아파트 앞산, 그리고 그 산에 안겨 있던 한 채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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