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발굽

왼쪽 엄지 손가락에 남아있던 밤의 소리

by 강화진

우리 엄마의 왼쪽 엄지손가락은
손톱과 살 사이가 가로로 쩍 갈라진
말발굽 모양이었다


엄마는 가끔 그 갈라진 틈을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바늘인지 이쑤시개인지를 들고 파고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칼에 찍힌 상처는
내가 자라는 동안
낫다가 곪았다가를 반복하며
손톱과 살 사이를 더 깊게 갈라놓았다


늦은 밤, 잠에서 깼을 때
엄마는 말발굽 모양의 손끝을
가늘게 눈을 뜬 채, 입을 오므리고 파고 있었다
가끔은 움찔하고
가끔은 손가락을 움켜쥐며
무언가를 파내고 있었다


나는
실눈보다 더 가는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엄마의 미간에 주름이 잡힐 때마다
움찔했고,
손끝에서는
굳은살인지 손톱인지 모를 조각들이
조용히 떨어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보다가
잠결에 뒤척이듯 돌아누웠다


눈을 감은 채
등 뒤에서 들려오는 바스락 거림과
떨어져 나오는 작은 파편들의 소리를 들었다


고요가 깊은 밤이어서였을까


엄마의 움찔함을 따라 떨어지는
말발굽 모양 틈 사이의 조각들이
다그닥, 다그닥—
말 달리는 소리로 들려왔다


갈기를 휘날리며
너른 벌판을 내달리는 말을 떠올리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엄마도 이러고 싶었을까


엄마도 이러고 싶어,

바람을 맞으며
어디든 기운차게 달려가고 싶어
그 손가락이
말발굽이 된 건 아닐까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그날 밤의 말발굽 소리가
새벽에 잠에서 깬 나에게
다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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