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아직 차고 햇살은 뜨겁던 날의 나들이.
봄이 오기도 전 따스한 날들이 이어지자 봄이 온 듯 봄소풍을 다녀왔다. 내가 사는 곳에서 40여분을 가면 주천이 나오는데 그곳의 한 마을 이름은 무릉도원리이다. '무릉도원' 듣는 것 만으로 몸이 풀리고 마음이 늘어지는 곳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짬이 날 때마다 가는 곳인데 사계절 좋지 않은 때가 없는 이곳의 매일은 평안하고 고요하다. 물가에 앉아 물소리를 듣고 때를 맞추는 새소리도 듣고 흐르는 물을 보고 있자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묻히는데 그래서인지 생각이 많이 엉킨 날 이곳으로 피신을 하고 오면 엉켜있던 것들이 조금은 풀린 듯 느슨해져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내가 사는 곳은 이런 곳이 몇 군데 있는데 멀리 가는 여행도 즐겁지만 소소한 한나절의 이런 여행이 주는 기쁨도 제법 괜찮은 듯하다. 시간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할 때 그들의 반응은 늘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미리 예약을 해야 구입할 수 있는 인기 많은 메밀 전이 생긴 날 친구에게 소풍을 가자고 하였다. 이렇게 맑은 날 소풍을 가지 않는 것은 날씨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시답잖은 농담을 하며 소풍을 가는 것이니 김밥도 준비하자 하였다.
햇살은 따스하다 못해 뜨겁고 물소리는 청량하고 물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바람을 쐬고 햇살을 맞고 물소리를 들으며 우리의 얘기를 나누었다.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멋진 스카프를 목에 두른 이가 사진을 찍는 것도 보고 물 건너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궁금해하기도 하며 한참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소풍을 오가며 바라본 창 밖의 풍경도 돌에 걸터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던 그 시간도 모든 것이 아름다운 날이었다.
또다시 생각이 얽히고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하더라도 '가자'하고 떠날 수 있는 피난처가 있다면.......
자연이 주는 피난처는 그 어떤 화려한 곳보다 고요한 힘이 있다. 화려한 곳의 즐거움이 주는 힘도 크지만 고요한 자연의 힘도 못지않다는 것을 예전 산속에 자리 잡은 교육원에 근무하며 처음 알게 되었다.
봄이 오면.
갈 곳이 더 많아진다. 아직 많은 이들이 모르는 강물 곁에 위치한 벚꽃 길도 있고 버들강아지가 여기저기 피어나고 산수유, 매화가 피어나는 작은 시골길도 있고 걷는 것으로 마음이 만져지는 작은 솔 숲길도 있다.
봄이.......
그래서 더 기다려진다. 지난겨울이 내겐 조금 버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