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따뜻함은 겨울을 녹이고.
봄이 오는군... 이 아닌 봄이 왔다! 하며 신나 하는 모습에 가던 겨울이 서운했는지 눈을 뿌렸다. 며칠 전 집에서 나오는데 치악의 반만 눈으로 덮여 있었다. 서운함에 눈을 뿌리면서도 따스함을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치악의 눈이었다.
어릴 적 겨울밤이었다. 평원동 고모집에서 태장동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은 둔치를 가로질러 가는 길이 지름길이었다. 엄마는 얼른 가자며 그 길로 들어섰고 눈이 내린 뒤 둔치는 밤이지만 환한 길이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엄마와 걸으며 무슨 말을 했는지 얼마나 걸렸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 손을 잡은 엄마 손이 따뜻했을 거란 정확하지 않은 기억과 눈이 온 겨울밤이 그렇게 춥지 않았다는 낭만적인 추억을 가지고 있다.
엄마 손을 잡고 가며 가끔 뒤 돌아보면 엄마와 내 발자국이 남아 있고 아무도 없는 곳을 걷는 무서움도 없었다. 엄마가 나의 든든함이었기 때문이었는데 어른이 되어 그때를 생각하니 엄마에겐 작은 내가 든든함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처 다 눈으로 덮지 못한 치악을 보며 잠시 그때가 생각났다. 추웠던 날의 따스함이 겨울은 마냥 춥기만 한 시절이 아님을 알게 한 그날은 내가 만난 겨울 중 가장 따뜻한 날이었다.
온기.......
사람과 사람사이에 온기만 전해진다면 겨울밤의 차가움도 따뜻한 추억으로 남고 그 추억은 상대방을 기억하는 아름다움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서 다시 치악을 보니 아랫마을의 집들이 보였다. 눈이 아래로 내려가자 마을의 온기가 눈을 녹인 것은 아닐까 하는 동화적인 상상을 하게 되었다.
따뜻한 봄은 봄 자체로 몸과 마음이 풀린다.
추운 겨울은 사람과 사람 사이 흐르는 온기가 몸과 마음을 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