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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상원 Sangwon Suh Oct 05. 2015

#06 마라 평원에서 만난 동물들 2

사자

초원의 왕 사자. 마라 평원에 있는 동안 두 무리의 사자를 볼 수 있었다.

그중 한 무리는 서로 몸을 비비며 한참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자매지간이라고 한다. 평화롭고 친근해 보이는 모습니다. 멀찌감치 크루저를 세우고 시동을 끈 후 루프에 있는 해치(hatch)를 열고 서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그중 한 녀석이 갑자기 어슬렁 거리며 크루저로 접근한다.

어느 정도 오다가 말겠거니 하며 계속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멈추질 않는다.

가까이서 보니 눈이 정말 무섭다.

너무 가까이 다가와 얼른 해치를 닫고 차 안으로 들어왔는데 미쳐 창문을 닫을 새가 없었다.

크루저 바로 옆까지 접근해서 나를 긴장하게 한 암사자.

순간 살짝 긴장. 창문으로 넘어오진 않았지만 크루저 바로 옆에까지 와서 어슬렁 거리다 돌아 갔다. 다행히 그렇게 배가 고프지는 않았나 보다.


또 한 무리는 이제 막 식사를 끝낸 녀석들이었다. 아쉽게도 이 사자들의 사냥 장면은 포착하지 못했다. 수컷은 멀찌감치서 수풀에 얼굴을 처박고 자고 있어서 제대로 찍지 못했다.

막 식사를 마친 암사자들

바분(개코) 원숭이

바분(baboon) 또는 개코 원숭이는 잡식성으로 필요하면 임팔라 같은 영양도 사냥해서  잡아먹기도 한단다. 또 무리가 같이 덤비면 치타나 표범도 죽일 수 있다고 한다. 보기보다 무서운 녀석들이다.

엄마 원숭이에게 포옥 업혀서 가는 새끼를 보면 사람 같단 생각이 든다. 너무 편하게 업혀있다.


쟈칼

멀리서 여우처럼 생긴 녀석이 혼자 초원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온다.

망원 렌즈로  바꾸자마자 센스 있게 나를 쳐다 본다. 포토제닉이다.

귀가 크고 꼬리가 탐스러운 것이 여우인 줄 알았더니 가이드가 쟈칼이라고 한다. 새끼를 밴 것인지 포식을 한 것인지 배가 불룩하다.


치타

육상동물 중 가장 빠르다는 치타. 시속 120km까지 낼 수 있단다.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데 운이  좋아 한쌍을 오랫동안 볼 수 있었다. 야생에 있으면서도 방금 목욕한  것처럼 털이 깨끗했다.

치타. 털이 참 곱다.
한쌍의 치타가 사냥터를 관찰하고 있다.

한참 동안 멀리서 이동하는 버펄로 떼를 관찰하더니 한 녀석이 천천히 키가 높은 풀숲으로 조용히 잠입한다.

혹시 사냥 장면을 목격할까 했는데 버펄로 떼는 치타 보다도 훨씬 멀리 있거니와 차를 돌려 그리로 가다 보면 치타의 사냥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만 두었다.


표범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사자와는 달리 단독으로 사냥을 하는 표범. 잡은 먹이를 나무 위로 가져가 먹기 때문에 마라 평원을 다니다 보면 표범이 먹던 동물의 사체나 뼈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을 가끔 목격할 수 있다. 표범은 그 수 가 많지 않아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가이드의 동료가 표범을 먼저 발견하고는 무선으로 송신해와 한 시간을 넘게 달려 표범을 보러 왔다. 벌써 크루저가 두 대 와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표범에게 너무 근접했다고 국립보호구 관리원에게 딱지를 받았다고 하소연이다. 벌금형이란다.

표범은 사냥을 끝내고 배가 불렀는지 나무 위에서 자고 있었다. 삼각대를 놓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는데 숙소에 와서 검토하다 보니 찍힌 사진 중에 이 녀석이 눈을 번쩍 뜬 사진이 있다.

자는 척 하면서 볼 건 다 본 모양이다. 눈 뜬 모습이 제법 매섭다.


악어

본 매거진에 등장하는 유일한 파충류. 변온 동물이라 물가에서 햇빛을 쬐며 체온을 높이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하마 무리가 있던 강 상류의 악어 두 마리.

지난 글에서 얘기한 하마들의 무리가 있던 강가에 악어 두 마리가 있었다.  그중 한 마리가 물속으로 들어가 새끼 하마가 있는 곳으로 접근한다.

악어 한 마리가 접근 했는 줄 알았는데 지금 사진을 자세히 보니 두 마리 인듯.

뭍에서 망을 보던 하마 하나가 이것을 보고 신호를 보냈는지 주변 하마들이 금방 새끼를 에워쌌다. 하마는 피부 밑에 지방층이 두꺼운데다 치명적인 송곳니가 있어 악어도 함부로  접근하지 못한다고 한다. 화난 하마에게 물려 죽는 악어도 가끔 목격된다고 한다. 무서운 하마다.


하이에나

목에 위치추적 장치를 단 하이에나. 새끼를 밴 것으로 보인다.

새끼를 밴 하이에나

그 옆엔 수컷 하이에나가 열심히 굴을 파고 있다. 아마 하이에나 부부가 새끼를 낳고 키울 곳을 장만하나 보다.

굴을 파던 수컷 하이에나

하이에나는 표정연기의 달인. 먼저 놀란 표정.

이어서 바로 비굴한 웃음.


아프리카 혹멧돼지(warthog)

마라 평원 한 가운데서 만난 혹멧돼지 가족은 짧은 다리를 빨리 놀리며 열심히 달린다. 새끼 한 마리도 보인다.  


줄무늬 몽구스(banded mongoose)

벌레를 주로 먹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도마뱀이나 독사도  잡아먹는다는 줄무늬 몽구스. 생긴 것 답지 않게 무서운 면모가 있다. 보통 몽구스는 혼자 활동하는데 줄무늬 몽구스 만은 무리 생활을 하고 복잡한 서열 구조가 있다고 한다.


회색왕관 두루미(grey crowned crane)

우간다의 국조(國鳥). 날개 밑은 흰색, 검은 색, 붉은 색으로 되어 있고 몸통은 회색에 턱 및에는 빨간 볏이 있으며 머리 위에는 금색 화려한 왕관이 있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새다. 편 날개의 길이가 2.5미터에 이르는 대형 조류다. 그러나 거리를 허락하지 않아 선명한 사진이 몇 장 없다.

머리 위를 맴 돌던 회색왕관 두루미가 착륙하는 모습

한 쌍으로 같이 다니는 회색왕관 두루미도 볼 수 있었다. 외관으로만으로는 암수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맹금류

마사이 마라에는 500종이 넘는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맹금류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독수리, 벌처(vulture), 송골매(peregrine), 뱀잡이 수리(secretary bird)를 만날 수 있었다.

독수리
주름 얼굴 벌처(lappet-faced vulture)

그중 콘도르라고도 하는 벌처(vulture)는 사체를 먹는 청소부(scavenger). 날개를 펴면 약 3미터까지 된다고 한다. 참고로 편 날개의 길이가 가장 큰 새는 신천홍이라고도 하는 앨버트로스로 날개 길이가 3.6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벌처는 다음 글 "#07 어느 하마의 죽음"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착륙을 시도하는 흰 등 벌처. 긴 목을 아래로 내리고 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흰 등 벌처(white-backed vulture). 좀 사납게 생긴데다 엄청나게 커서 근처에 있으면 겁이 났다. 가운데 부리가 검고 얼굴 털이 복실복실한 것이 새끼.

크루저가 가는 길 한 가운데 뭔가가 있다고 해서 차를 세우고 해치를  열자마자 뭔가가 푸드득 날아 간다. 얼른 셔터를 누르긴 했는데 워낙 빨라 제대로 잡히진 않았다. 다행히 하늘로 올라가 머리 위에서 한바퀴를 돌아준 덕분에 실루엣을 찍을 수 있었는데 송골매(페레그린)인 것 같다. 송골매는 시속 320km로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

뱀잡이 수리(secretary bird)도 아주 멀찌감치서 두 번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제대로 나온 사진이 한 장도 없다.

뱀잡이 수리. 너무 멀어 제대로 못 담았다.

땅코뿔새(ground hornbill)

땅코뿔새는 닭이나 타조처럼 날지 못하고 땅에서만 산다. 사하라 이남에서만 서식하는 지역 고유종(endemic species)이다. 가이드 말로는 가장 오래 사는 새라고 하는데 문헌을 찾아 보니 어떤 문헌은 30-40년 산다고 하고 (Daso et al., 2015), 어떤 문헌은 50-60년 산다고 한다 (Coetzee et al., 2014). 어찌 됐든 땅코뿔새는 알려진 조류 중 가장 오래 사는 것들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땅 코뿔새(ground hornbill)

내가 본 땅코뿔새는 개구리를 잡아서 입에 물고 걷고 있었는데 수컷은 사냥을 해서 둥지를 지키고 있는 암컷을 먹여 살린다고 한다.


그 밖의 다른 조류

그 이외에도 마라에선 많은 조류들을 접할 수 있었다. 종류가 많아 제대로 메모해 놓지 못하고 지나간 것도 있어 사진만 몇 개 올린다.


생물 다양성 (biodiversity)

생태학자들은 생물 종이  다양할수록 생태계가 건강하고 회복력이 높다고 본다. 또 생물이 생산하는 종(種)만의 독특한 화학물질은 아직까지도 신약(新藥)의 보고(寶庫). 딱히 인간에게 지금 당장 유용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수 백만 년 동안 진화해온 야생 동물 종의 하나로써 내재적(內在的) 가치(intrinsic value) 또한 중요하다. 다양한 모습과 생활 방식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마사이 마라의 동물들을 보면서 생물종 다양성에 대한 경외감, 다채로운 생명이 주는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진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화석을 이용한 고생물학 연구에 따르면 인류가 생태계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인류세(anthropocene) 이전 생물 종이 멸절되는 속도는 매년 백만 종 중 0.1 종 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de Vos et al., 2015). 다시 말하면 과거엔 십년에 백만 종 중 한 종이 멸절되었단 얘기다. 현재 야생동물이 멸절되는 속도는 이보다 최소한 천 배 정도 빠르다고 보고되고 있다 (Pimm et al., 2014).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 서식지 감소, 화학물질의 사용, 물 부족 등이 주요 원인이다.   


마사이 마라의 야생동물들도 예외는 아니다. 야생동물의 낙원 마사이 마라도 불어나는 주변 인구, 개발 기회비용의 보상 문제,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전염병 확산의 위험 등 여러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앞으로 마라의 생물종 다양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이 부분은 본 매거진의 열 번째 이자 마지막 글에서 더 다루고자 한다.


인용문헌

Coetzee, H., Nell, W., & van Rensburg, L. (2014). An exploration of cultural beliefs and practices across the Southern Ground-Hornbill’s range in Africa.Journal of ethnobiology and ethnomedicine, 10(1), 1-7.


Daso, A. P., Okonkwo, J. O., Jansen, R., Brandao, J. D., & Kotzé, A. (2015). Mercury concentrations in eggshells of the Southern Ground-Hornbill (Bucorvus leadbeateri) and Wattled Crane (Bugeranus carunculatus) in South Africa.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 114, 61-66.


Ogutu, J. O., Owen‐Smith, N., Piepho, H. P., & Said, M. Y. (2011). Continuing wildlife population declines and range contraction in the Mara region of Kenya during 1977–2009.Journal of Zoology, 285(2), 99-109.


Pimm, S. L., Jenkins, C. N., Abell, R., Brooks, T. M., Gittleman, J. L., Joppa, L. N., ... & Sexton, J. O. (2014). The biodiversity of species and their rates of extinction, distribution, and protection. Science, 344(6187), 1246752.


de Vos, J. M., Joppa, L. N., Gittleman, J. L., Stephens, P. R., & Pimm, S. L. (2015). Estimating the normal background rate of species extinction.Conservation Biology, 29(2), 452-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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