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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상원 Sangwon Suh Sep 26. 2015

#01 매거진을 시작하며: 여행의 변

집 떠나면 고생인데 왜 하필 여행인가? 돈 쓰고, 고생하고, 위험을 무릅쓰면서 까지 왜 굳이 낯선 곳을 미친놈 마냥 싸돌아 다니느냐 말이다?  
JD Hancock, "Lonely Traveler" CC-BY-2.0

이렇게 물을 수 있다. 하긴 그렇다. 가끔 여행 중 불현듯 내가 여기서 지금 뭐하고 있나 싶을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여행을 쉽게 놓아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바쁜 일상 중엔 무뎌질 대로 무뎌져 있던 감성이 여행 중엔 조금이나마 되살아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평소라면 그냥 지나쳐 버렸을 꽃 한송이 노을 한 자락의 풍경도 여행 중엔 왠지 새롭게 느껴진다. 이게 지나치면 여행지의 현실엔 눈곱만큼도 관심 없는 낭만병 걸린 여행자의 싸구려 감상이 되고 만다.  

그래서 여행자에겐 열린 마음 만큼이나 냉철한 눈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 여행지에서 얻은 느낌을 과장,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단지 좀 더 진지하고 풍성하게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만 여행지를 그냥 '구경'만 하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냉철한 눈을 갖으려면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좀 해야 한다. 아는 만큼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쪽으로 90km 정도 떨어져 있는 호반 휴양지 나이바샤로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에서 케냐는 15,000 km쯤 된다. 지구의 둘레가 40,000km 정도니까 거의 지구의 반대편이나 마찬가지다. 기왕 가야 할 장거리 출장을 좀 더 유익하게 보낼 순 없을까? 그래서 계획한 것이 마사이 마라 여행이다.


마사이 마라 여행이 주는 느낌은 진하고 풍성했다. 무엇보다도 자연의 경이로움, 치열한 삶과 질긴 생명력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이곳을 꼭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개발, 보존, 인권 사이의 갈등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래서 마사이 마라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단상을 정리하면서 이 매거진을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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