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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상원 Sangwon Suh Sep 28. 2015

#02 마사이 마라는 어떤 곳인가?

'마사이 마라'라는 이름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마사이 마라의 풍경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무나 낯이 익다. 동물의 왕국 같은 정규 TV 프로그램이나 아프리카를 다룬 특별 다큐멘터리에서 강을 건너는 누(gnu) 떼와 이를 노리는 악어의 사투, 팀워크로 얼룩말을 사냥하는 암사자들, 또는 새끼 영양을 쫓아 날쌔게 달리는 치타를 본 적이 있다면 당신도 십중팔구 마사이 마라를 본 적이 있다.

마라강을 건너는 누를 노리는 악어 (Source: 'The Great Masai Mara' by Kamau Mbiyu)


야생동물들의 지상낙원

그냥 '마라'라고도 불리는 마사이 마라는 동아프리카 케냐의 서남쪽에 위치한 국립보호구역이다. 마사이 마라의 남쪽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붙어 있어 남북을 가로지르는 장대한 마라-세렝게티 생태계를 이루는데, 이곳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발굽동물들(유제류; 有蹄類)과 이들을 노리는 천적들이 벌이는 사투의 무대로 유명하다.


그 중심에는 매년 2백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누(gnu)와 얼룩말, 톰슨 영양 등이 초지를 찾아 마라-세렝게티 생태계를 시계 방향으로 돌며 직선거리로 약 700km, 실거리 수천km를 이동하는 대이동(great migration)이 있다.

이동중인 누(gnus)떼. 오른쪽 끝에 얼룩말도 보인다. (Source: adventurewomen.com)

대이동의 주인공 중 가장 개체수가 많은 것은 백만이 넘는 누. 이들은 대개 얼룩말과 같은 이종(異種)의 동물과 같이 이동한다. 이것은 후각, 청각, 시각 등 천적의 접근을 감지할 수 있는 감각의 영역이 동물들 마다 다르기 때문에 같이 이동하게 되면 한 종이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천적의 위험을 다른 종이 눈치채고 무리에게 위험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같이 이동하는 동물들끼리는 다른 종이 보내는 위험신호를 서로 이해할 수 있다.

초식 동물들과 그들을 따라다니는 육식 동물들이 매년 대이동을 벌인다. Source: Elizabeth Gordon (Extraordinary Journey)

명칭

마사이 마라(Maasai Mara)라는 이름은 이곳의 터줏대감인 '마사이'와 '검은 점'을 의미하는 '마라'에서 왔다고 하는데 '검은 점'은 넓은 평원에 드문 드문 솟은 나무들과 덤불이 멀리서 보면 검은 점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래 사진은 '마라'라는 이름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짐작케 해준다.

내가 묵던 캠프가 있는 산등성이에서 마라 평원을 내려다 보면서 찍은 사진. 드문 드문 솟은 아카시아 나무와  덤불들이 '검은 점'(mara)처럼 보인다. 가운데 두 점은 코끼리.


지리와 기후

마사이 마라의 면적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만 약 1,500 평방킬로미터. 제주도의 약 80%의 면적이다. 세렝게티를 합하면 25,000 평방킬로미터로 전라남북도에 충청남도 한 반절 정도를 합친  넓이쯤 된다. 해발 고도 1,500 미터에서 2,000 미터의 분지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후도 온화하다. 기온은 년간 12-30℃를 유지한다. 연 평균 강수량은 950mm 정도로 1,300mm인 우리나라 보다는 적으나 세계 평균(970mm)과 비교하면 그리 가문 지역은 아니다.

높은 곳에서 사냥터를 바라보며 점심엔 뭘 먹을까 생각하는 치타. 운이 좋아 요녀석을 오랫동안 관찰 할 수 있었다.

역사

1948년 영국의 식민지배하에서 현재 국립보호구역의 일부가 처음으로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1964년 케냐공화국이 영국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하면서 이 지역을 사냥 금지지역으로 지정하였고, 1974년 국립보호구역으로 격상시켰다. 주변 부족들과의 마찰로 몇 번의 구역 조정이 있다가 1984년 현재의 경계가 자리를 잡았다.    


식생

마라 평원의 대부분이 초지이며 솔새(themeda triandra)가 주를 이룬다. 20세기 초반엔 아카시아 나무 군락이 번성했으나 전염병을 옮기는 체체(tsetse) 파리를 박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반 세기 동안 아카시아의 비중이 꾸준히 감소하였다 (Lamprey & Reid, 2004). 이 부분은 앞으로 '#04 체체 파리와 마사이 이야기'편에서 더 자세히 다루려고 한다.

체체 파리. 사람과 동물들에게서 피를 빨아 먹으며 병을 옮긴다. (Source: 'Tsetse fly' by Alan R Walker)

동물

500종 이상의 새와  60종가량의 포유류가 마라 평원에서 발견된다. 특히 누, 얼룩말, 기린, 물소, 하마, 톰슨영양, 임팔라, 코뿔소, 아프리카 혹멧돼지(warthog), 토피(topi), 코끼리 등의 발굽동물들과 이들을 노리는 사자, 치타, 표범, 하이에나, 자칼, 악어 등 다양한 육식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개코(비비) 원숭이, 회색왕관 두루미, 독수리, 송골매(peregrine), 거북, 등 다양한 동물들이 이 곳에 서식한다   

회색 왕관 두루미. 계속 움직이는데다 사람의 접근을 싫어해 촬영이 쉽지 않았다. 그나마 건진 몇 안되는 사진 중 하나.


마라 평원을 둘러싼 갈등

마사이 마라는 많은 변화를 겪어 왔고 지금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Ogutu et al., 2011). 이러한 변화는 여러 가지 갈등을 불러왔는데 이러한 갈등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보여주는 돈 많은 악덕 개발업자와 선량하고 가난한 보전론자와의 대결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 질병의 퇴치, 가난의 구제, 위생의 향상과 같이 누가 보더라도 정당한 사회적 요구의 충족과 역사, 부패의 문제 까지  얽히고설켜 있다. 그래서 마사이 마라는 보전과 개발의 문제가 얼마나 첨예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 중 하나다 ('#04 체체 파리와 마사이 이야기' 참고).


전통의상을 입은 마사이 여성들 (by Babette Ladd O'Dyer)

앞으로 이어질 글 들에서는 마사이 마라에서 촬영한 사진들과,  그때의 감상들, 그리고 마사이 마라의 보전과 개발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실마리에 대해 쓸 예정이다.   


인용문헌

Lamprey, R. H., & Reid, R. S. (2004). Expansion of human settlement in Kenya's Maasai Mara: what future for pastoralism and wildlife?. Journal of Biogeography, 31(6), 997-1032.


Ogutu, J. O., Owen‐Smith, N., Piepho, H. P., & Said, M. Y. (2011). Continuing wildlife population declines and range contraction in the Mara region of Kenya during 1977–2009. Journal of Zoology, 285(2), 9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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