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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상원 Sangwon Suh Nov 17. 2015

[팩트 체크] 이완영 의원의 미국 경찰 발언

미국 경찰의 총기 사용과 유죄 판결 비율 분석

어제 일자 JTBC 뉴스는 새누리당 이완영 국회의원의 발언을 다루고 있다. 뉴스에 따르면 이완영 의원은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고 한다.


최근 미국 경찰들이 총을 쏴서 시민들이 죽는데, 10건 중 8~9건은 정당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게 선진국의 공권력이 아닌가?


이 발언은 지난 14일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의 진압과정에서 한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가운데 나와 경찰의 강경대응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면 미국 경찰은 정말 시민을 쏴 죽이고,  그중 80-90%가 무죄로 풀려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의 현실은 이완영 의원의 발언과 다르고 발언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왜 그런가?


첫째,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시민을 쏜 경찰이 무죄로 풀려난 경우는 80-90%가 아니라 99% 이상이다.


미국 경찰관에 의한 사망자수를 날짜별로 집계하고 있는 일간지, <더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사례는 올해만도 883명에 이른다 (11월 16일 현재까지; 관련 사이트).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와 보울링 그린 주립대의 연구(관련 기사)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 4월까지 지난 10년간 경찰의 총기 사용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수는 수천 명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민간인을 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이 검찰에 의해 기소된 경우는 불과 54건에 지나지 않고, 이중 유죄판결을 받은 경찰관은 11명에 불과하다.  

2014년 미조리주 퍼거슨 시의 진압경찰. CC-BY-4.0. Credit: Loavesofbread

그러면 '팩트'는 틀렸을 지라도 강경진압을 옹호하는 이완영 의원 발언의 취지는 맞지 않나? 속을 들여다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왜냐면,


둘째, 최근 10년간 미국에서 집회에 참가 중인 비무장 시민을 경찰이 쏴 숨지게 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요즘도 미국 곳곳에선 크고 작은 시위와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집회와 표현의 자유는 미국 수정 헌법 1조에 의해 보장된 기본권이다. 지난 10년간 경찰의 총기 사용으로 인한 사망 사건을 추적한 워싱턴 포스트와 보울링 그린 주립대의 연구 어디에도 경찰이 총을 쏴 비무장 시위대가 사망한 경우는 없었다.


2015년 4월 12일 볼티모어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25세의 흑인 프레디 그레이가 사망한다. 이 때문에 촉발된 집회는 약탈과 방화, 투석이 난무하는 폭동으로 걷잡을 수 없이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이때도 경찰관의 총에 의해 희생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2015년 4월 볼티모어의 진압 경찰. VOA 제공

한마디로 미국 경찰의 총기 사용 문제는 요즘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시위 진압 현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미국은 왜 이모양인가?

그러면 왜 미국에선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시민이 그렇게 많으며, 왜 시민을 쏜 경찰관들은 대부분 기소조차 되지 않을까?


총기소지가 가능한 미국에선 시민뿐만 아니라 경찰관들도 총기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올해 미국에서 경찰관의 총을 맞고 숨진 883명 중 약 90%에 달하는 795명이 총이나 칼 등의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나머지 88명의 사망자 중 상당수도 무장했다고 오인할 만한 물건(장난감 총 따위)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였다. 미국 경찰관들의 안전과 권익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순직 경관 추모 페이지: Officer Down Memorial Page>에 따르면 올해만 110명의 경찰관이 근무 중에 사망했고 이중 33명이 총탄에 의해 희생되었다. 경찰이 쏜 총에 사망하는 시민 27명 당 1명 꼴로 경찰도 시민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셈이다.


요컨대 미국에서 수 많은 시민들이 경찰관의 총에 맞아 (또한 많은 경찰관이 시민의 총에 맞아)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미국의 참담한 현실이며 절대로 배워서는 안될 점이다. 결코 미국이 선진국이기 때문에, 또는 공권력의 힘이 강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평화적인 집회, 평화적인 집회 통제

시위대도, 경찰도 모두 사람이며 국가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사안이 어떻든, 이유가 어찌 되었던 시위대가 경찰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경찰 버스를 부수고, 경찰을 폭행하는 것은 절대로 옳지 않다. 의경들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며, 그들은 위험한 집회 현장에서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파괴적, 폭력적 집회엔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다. 이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비무장의 69세의 농민을 중태에 빠뜨린 것도 과잉진압의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더구나 경찰의 총기 사용과 관련한 미국의 슬픈 현실은 우리 경찰의 강경한 시위 진압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하루빨리 평화적인 집회, 평화적인 집회 통제가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7년 미국의 반전 평화 시위.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으로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CC-BY-3.0. Credit: Rages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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