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월 2일 학회 참석차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8개월 만의 고국 방문이었다. 버스 승강장으로 나오면서 뭔가 달라진 것 같다 싶었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고 나서 나는 깜짝 놀랐다. 지난해 11월 브런치에 올린 글, '인천 국제공항 유감'에서 지적했던 인천 공항버스 승강장의 문제점들을 누군가 한 가지도 빠짐없이 개선하려 노력한 흔적이 너무나도 뚜렷했기 때문.
브런치의 글이 대중의 여론을 몰아 이 같은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겠고, 아마도 같은 글을 국토교통부 신문고에도 올렸던 것을 담당자가 관심 있게 보고 조치를 취한 것 같다. 아니면 이미 계획된 사업이었는데 우연히 글을 게시한 후 시행된 것이거나. 그러나 이전 글에서 지적했던 내용을 하도 조목족목 손 봐놔 우연은 아닌 듯하다.
크게 바뀐 점 두 가지.
기존엔 버스 승강장 표지판이 이용객의 동선과 수평이 되게 설치해 놔서 승객이 인파를 헤집고 일일이 확인이 하며 다녀야 했다. 게다가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수정하기가 힘들게 되어 있어 임시로 써 놓은 문구가 영-한문 혼용 표기를 무시한 채 덕지덕지 붙어있기 일쑤였다.
<개선 전 사진들>
그래서 하네다 공항의 버스승강장 사진을 예로 들어 동선과 수직이 되게 표지판을 설치할 것, 또한 필요할 때마다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전자 디스플레이 표지판을 제안했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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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그렇게 바뀌었다.
<개선 후 사진들>
지난 브런치 글, '인천 국제공항 유감'에서는 아래 사진을 예로 들어 보행자가 벤치와 기둥 사이 좁은 통로를 따라 줄을 서있는 인파를 헤치고 승강장을 찾아다니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지적했다.
<개선 전 사진들>
아래 사진을 보자. 기둥 아래 부지 중 인도 부분의 폭이 약 20-30미터 정도 되는데 이중 약 절반이 조경부지(왼쪽), 남은 공간의 약 1/3은 기둥이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공간의 약 1/5이 벤치다. 그러다 보니 정작 이용객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은 벤치와 기둥 사이 폭 약 6-8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버스 이용객은 그 사이에서 동선과 수직으로 줄 선 인파를 헤쳐나가면서, 또 동선과 수평으로 설치되어 있는 표지판을 확인하면서 승강장을 찾아야 한다. 난이도가 상당히 높게 설계되어 있다.
이 상황을 이용객 관점에서 보면 대략 아래 사진과 같다.
위 사진에서 벤치의 위치를 보자. 조경부지 아래 보행자 통로에 설치되어 있어 보행자 통로를 더욱 비좁게 만들고 있다.
<개선 후 사진들>
아래 사진을 보면 보행자 통로에 설치되어 있던 벤치를 떼어다가 조경부지 위로 옮겨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떼어낸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자국이 선명하다.
이에 더해 노란색 선으로 보행자 통로를 표시해 놓아, 줄 서는 인파가 캐리어나 카트를 끌고 통로를 지나는 승객을 배려하도록 해 놨다.
물론 개선의 여지가 더 없는 것은 아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아직도 보행자가 인파를 헤치고 다니기는 쉽지 않다.
글을 올릴 때만 해도 사실 별 기대는 없었는데 세심한 노력으로 많이 개선된 버스 승강장을 보니 공항에 대한 느낌이 새롭다. 아무래도 이제 인천 공항 유감(遺憾)이 아니라 유감(有感)이라 해야 맞겠다.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인천공항 버스 승강장 개선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담당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