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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상원 Sangwon Suh Jul 22. 2016

'인천공항 유감'의 반전

누군가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월 2일 학회 참석차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8개월 만의 고국 방문이었다. 버스 승강장으로 나오면서 뭔가 달라진 것 같다 싶었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고 나서 나는 깜짝 놀랐다. 지난해 11월 브런치에 올린 글, '인천 국제공항 유감'에서 지적했던 인천 공항버스 승강장의 문제점들을 누군가 한 가지도 빠짐없이 개선하려 노력한 흔적이 너무나도 뚜렷했기 때문.


브런치의 글이 대중의 여론을 몰아 이 같은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겠고, 아마도 같은 글을 국토교통부 신문고에도 올렸던 것을 담당자가 관심 있게 보고 조치를 취한 것 같다. 아니면 이미 계획된 사업이었는데 우연히 글을 게시한 후 시행된 것이거나. 그러나 이전 글에서 지적했던 내용을 하도 조목족목 손 봐놔 우연은 아닌 듯하다.


크게 바뀐 점 두 가지.


1. 버스 승강장 표지판

기존엔 버스 승강장 표지판이 이용객의 동선과 수평이 되게 설치해 놔서 승객이 인파를 헤집고 일일이 확인이 하며 다녀야 했다. 게다가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수정하기가 힘들게 되어 있어 임시로 써 놓은 문구가 영-한문 혼용 표기를 무시한 채 덕지덕지 붙어있기 일쑤였다.


<개선 전 사진들>

기존 승강장 표지판 예
기존 승강장 표지판: 임시 로 수정한 내용이 어지러이 붙어있다.
기존 승강장 표지판: 영-한문 혼용을 무시한 임시 안내

그래서 하네다 공항의 버스승강장 사진을 예로 들어 동선과 수직이 되게 표지판을 설치할 것, 또한 필요할 때마다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전자 디스플레이 표지판을 제안했었다.

이전 글에서 좋은 사례로 제시한 하네다 공항 버스 승강장 표지판

그런데

.

.

.

딱 그렇게 바뀌었다.

<개선 후 사진들>

개선 후 보행자의 동선과 수직이 되게 설치된 전자 표지판
새 승강장 표지판: 전자식 디스플레이라 필요할 때 마다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
새 승강장 표지판: 하네다 공항 처럼 도착 시간이 실시간 표시된다. 국-영-한문 혼용도 잘 되어있다.


2. 보행자 통로

지난 브런치 글, '인천 국제공항 유감'에서는 아래 사진을 예로 들어 보행자가 벤치와 기둥 사이 좁은 통로를 따라 줄을 서있는 인파를 헤치고 승강장을 찾아다니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지적했다.


<개선 전 사진들>

아래 사진을 보자. 기둥 아래 부지 중 인도 부분의 폭이 약 20-30미터 정도 되는데 이중 약 절반이 조경부지(왼쪽), 남은 공간의 약 1/3은 기둥이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공간의 약 1/5이 벤치다. 그러다 보니 정작 이용객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은 벤치와 기둥 사이 폭 약 6-8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버스 이용객은 그 사이에서 동선과 수직으로 줄 선 인파를 헤쳐나가면서, 또 동선과 수평으로 설치되어 있는 표지판을 확인하면서 승강장을 찾아야 한다. 난이도가 상당히 높게 설계되어 있다.
이 상황을 이용객 관점에서 보면 대략 아래 사진과 같다.
인천공항 버스 승강장 개선 전 사진

위 사진에서 벤치의 위치를 보자. 조경부지 아래 보행자 통로에 설치되어 있어 보행자 통로를 더욱 비좁게 만들고 있다.


<개선 후 사진들>

아래 사진을 보면 보행자 통로에 설치되어 있던 벤치를 떼어다가 조경부지 위로 옮겨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떼어낸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자국이 선명하다.

개선 후 벤치의 위치: 조경부지위로 올려놔 보행자에게 약 1m정도 더 길을 터줬다.
 개선 후: 벤치가 있던 자리는 이제 보행자의 공간이 되었다.

이에 더해 노란색 선으로 보행자 통로를 표시해 놓아, 줄 서는 인파가 캐리어나 카트를 끌고 통로를 지나는 승객을 배려하도록 해 놨다.

캐리어나 카트가 지나갈 수 있게 노란색 선으로 길을 만들어 놨다.

물론 개선의 여지가 더 없는 것은 아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아직도 보행자가 인파를 헤치고 다니기는 쉽지 않다.

개선 후에도 보행자 통로가 완벽히 확보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글을 올릴 때만 해도 사실 별 기대는 없었는데 세심한 노력으로 많이 개선된 버스 승강장을 보니 공항에 대한 느낌이 새롭다. 아무래도 이제 인천 공항 유감(遺憾)이 아니라 유감(有感)이라 해야 맞겠다.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인천공항 버스 승강장 개선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담당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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