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Nordic cycling culture
ㅣ 들어가며 ㅣ
<북유럽 디자인의 비밀>에서는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10여년간 디자이너로 살아오며 경험한 특별한 이야기들을 기록합니다. 우리에게 아직은 생소한 북유럽의 문화와 사회 전반에 관한 흥미로운 주제들을 이야기합니다.
북유럽의 자전거 문화는 우리에게도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곳 스웨덴을 비롯한 덴마크, 네덜란드 등의 자전거 활용도와 그 문화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안정화되어 있으며, 놀라울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옆에서 지켜본 이들의 흥미로운 자전거 문화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과거와 다르게 우리나라도 이제 ‘자전거’라는 운송수단을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즐기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위한 인프라의 구축, 자전거 도로, 자전거 대여 시스템 등이 점차 확산되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도로에 자전거를 끌고 나가기엔 여전히 불편해 보이고, 자동차, 버스 등과 함께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를 볼 때면 위험해 보인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한다.
스웨덴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이 바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다. 처음엔 단순히 자전거를 좋아하고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자전거란 생활의 일부분일 정도로 중요하고 또 일상적인 운송수단이다. 가장 손쉽게 자전거의 대중화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지역 곳곳에 설치된 자전거 주차장 혹은 보관소다. 이곳에 가면 정말 엄청난 수의 자전거가 주차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빼곡하게 들어찬 자전거 주차장의 모습은 북유럽의 자전거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진이 전체 보관소의 극히 일부분만 보여주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실로 엄청난 수의 자전거가 들어서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기차역이나 시내 주요 골목에는 거대한 자전거 보관소가 설치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직접 수리하고 손질해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한다. 한마디로 자전거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며, 이들에게 자전거란 우리가 늘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처럼 익숙하다. 이는 다시 말해 그만큼 자전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문화가 정착된 큰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먼저 이곳 북유럽 국가들, 특히 스웨덴과 덴마크는 자전거를 타기에 최적의 지형을 가지고 있다. 가파른 언덕이나 산이 없으므로 목적지가 어디든 자전거를 끌고 나가기에 부담이 없다. 완만한 평지가 도시 전체로 이어지므로 언덕길을 마주할 때의 스트레스가 적은 것이다. 이러한 지형조건에 자전거 도로가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다. 자동차와 자전거 도로, 보행자 도로는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으며, 심지어 자전거 전용 횡단보도와 신호등, 타이어 공기주입기도 모두 별도로 설치되어 있어 편리하고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자전거 라이딩을 할 수 있다.
자전거 대여시스템과 이를 위한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다. 이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여행자나 방문객들도 원하는 기간 동안 쉽게 자전거를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으므로 누구나 사용하는 데 있어서 부담이 없다. 이 때문에 여름철이 되면 자전거로 북유럽을 투어 하는 여행객들을 자주 보게 된다. 기차나 지하철에도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칸이 별도로 있을 정도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전거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도로에서 달리는 자전거는 보행자만큼이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도로의 자동차 운전자는 자전거를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사회 인식들이 자전거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와 문화는 다음과 같은 현상을 파생하기도 한다. 내 주변 지인 중에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가정이 꽤 된다. 모두 자전거를 일상의 운송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다운타운까지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리면 오히려 자가운전이나 대중교통보다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 그만큼 자전거 도로가 세밀하고 치밀하게 잘 설계되어 있다. 직장이나 학교까지의 거리가 조금 멀다면 ‘전동 자전거(electric bike)’를 보유하고 있고,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면 ‘카고 바이크(Cargo bike)’를 활용한다. 이처럼 상황과 목적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도 쉽게 구입이 가능하다. (물론 자동차 가격이 높고 세금이 비싸다는 이유도 한몫하겠지만)
차량을 보유하지 않은 이들이 때로 장거리 여행이나 출장으로 자동차가 필요할 때는 ‘썬 플릿트(Sunfleet)‘ 등의 자동차 렌트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는 기존 렌터카와는 달리 시간, 분 단위로 자동차를 대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자전거만을 보유한 가족들에게 인기가 높다.
물론 북유럽답게 자전거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안전하고 오래 탈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다 보니 대부분의 자전거는 기본 이상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고, 가격이 높은 편이다. 수리비도 만만치 않기에 대부분 자전거를 스스로 관리하고 유지한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에 가면 자전거에 관련된 전문 코너가 별도로 있고 아이템들도 전문가 수준으로 다양하다. 북유럽의 디자인의 진수를 보여주는 수많은 자전거 디자인과 퀄리티 높은 액세서리 용품들도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자전거 디자인에 대한 부분은 별도로 다음 연재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내가 보아온 이곳 사람들의 삶은 건강했다.
단순히 아프지 않고 병이 없음을 떠나서 이들은 ‘건강한 삶(wellbeing for life)’을 살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 여유로운 슬로 라이프(slow life)를 실현하고 있는 이들의 일상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자전거’라는 운송수단, 아니 오히려 문화에 가까운 이 현상이 이들의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하나의 중요한 ‘촉매제(Catalyst)’가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나도 아침 출근길에 이 자전거 부대(?)에 합류할 때면 묘한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환경을 위해 그리고 건강을 위해 스스로 무언가 하고 있다는 대견함 같은 것일지도.
이들에게 자전거는 하나의 문화임과 동시에 지구환경을 배려하는 작은 실천인 것이다.
우리 스스로의 일상도 한번쯤 돌아보기를 원한다. 미세먼지, 대기오염 등 환경의 피폐함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그 걱정은 여과없이 우리 후대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건강한 삶(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포함한)을 위해 어떠한 일들을 실천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지금이다. 이번 연재에서 다룬 자전거 타기를 비롯해 분리수거, 대중교통 이용, 재활용 실천 등 너무나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변화일지 모르지만, 우리의 이러한 사소한 결정들은 개개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 그리고 후대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선택’들이다.
이 선택의 결과들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반드시 나타난다고 믿는다.
ㅣ END ㅣ
글 / 사진 조상우
현재 북유럽 스웨덴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로, 사진을 기록하는 포토그래퍼로, 그림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유럽으로 향한 한국인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은 책, <디자인 천국에 간 디자이너 / 시공사>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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