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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엽 Feb 13. 2020

포항 과메기와 영덕대게, 겨울 동해 맛있게 먹기

죽도 시장에서 만난 동해 맛 기행, 얼마면 돼?

포항 과메기와 영덕대게,

 올해는 겨울이 유난히 따뜻했습니다. 금어기가 끝나고 12월부터 본격적인 철을 맞이한 수산물들이 가득한 어촌은 여전히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다양한 수산물을 만나 볼 수 있는 나라예요. 그만큼 수산물에 관한 음식도 많고, 역사도 다양하지요. 오늘은 동해로 떠나보겠습니다. 제철의 도시로 알려진 포항으로요.




제철의 도시?

원래는 어업과 상업의 도시


 한반도에서 가장 해가 먼저 뜬다는 호미곶이 있는 포항, 예전에는 해를 맞이하는 곳이라 하여 영일(迎日)이라 불린 지방입니다. 실제로 1995년 시군통합이 이루어지기 전, 포항 위에는 영일군이라는 군이 존재했습니다. 지금은 포항과 합쳐져 사라진 행정단위이지요. 수산물이 풍부하고 태백산맥에 가려진 동해안에서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포항은 예로부터 시장이 발달한 상업도시였습니다. 효율적인 수탈을 목적으로 시장활성화 정책을 펼친 1930년대에 이르러 포항에는 무려 16개의 시장이 있었다고 해요.
 포항은 1970년대 포항제철(POSCO)이 설립되면서 공업 도시로 그 모습이 바뀌게 됩니다. 울산,광양,창원 등과 같이 공업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농업과 어업이 도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어들게 되죠. 사실 지금 외지인들에게 더욱 어울리는 포항의 이미지는 농수산물과 시장이 아닌 거대한 공장이 맞는 것 같습니다.


출처 : 한국학중앙연구원

 하지만 포항은 지금도 여전히 과거의 그 모습들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습니다.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수산시장인 죽도시장이 있는 것은 물론, 대게의 고장인 영덕과 인접해 대게도 많이 잡히고 있지요. 이중 우리에게 제일 잘 알려진 것은 단연 과메기입니다. 구룡포 일대에서 겨울을 맞이해 잔뜩 생산되고 있는 과메기는 포항 어디에서나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전국적 특산물이죠.


동해안 최대규모의 어시장

죽도시장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의 시장입니다. 수산물로 가득한 죽도시장에는 약 4만 5천평의 면적에 2500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어요. 구룡포에서 잡히고 생산되는 싱싱한 수산물이 이곳의 특산품입니다. 특히 이곳에서는 포항 고유의 특산물 구룡포 과메기와 대게를 원없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대게 거리에서는 싱싱한 대게를 직접 맛볼 수 있는 식당도 가득하지요. 포항 물회도 빼놓을 수 없는 특산품입니다.


 대게 거리에는 대게들이 저렇게 가득합니다. 대게 요리 정식은 2인 기준으로 10만원 정도, 시장에서 직접 대게를 구입할 경우 마리 당 만원에서 시작해서 비싼 것은 마리 당 3만원까지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격대가 좀 있어 먹기에는 좀 부담스러우면 홍게도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습니다.


대게가 비싸다면 과메기는 어때요?


대게의 비싼 가격에 조금 놀라셨다면, 과메기는 어떨까요? 죽도 시장에는 대게보다 더 많이 팔고 있는 것이 바로 이 과메기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과메기들이 가득 생산되는 곳이죠. 돌김, 배추, 미역, 마늘, 고추, 쪽파를 얹어 초장 듬뿍 찍어 발라 먹는 것이 과메기를 맛있게 먹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시장에서 따로 농산물을 구입하셔도 좋고, 과메기를 파는 상인들은 같이 먹는 채소와 장류를 함께 팔기도 합니다. 대게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라 이곳에 들린다면 꼭 사서 들고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 팩에 만원 정도면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과메기 이름의 유래, 관목어?



 과메기는 관목(貫目)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과메기의 제작 방식인 눈을 꿰어 말리는 것에서 만들어진 단어이지요. 포항 앞바다 영일만은 과거 청어의 대표적인 산란지였습니다. 겨울철에는 그물만 던져도 술술 올라오던 것이 바로 청어였다고 해요. 겨울철에만 잡히던 청어를 오랫동안 먹기 위해 구룡포 해안가에서 말린 이 음식이 지금의 구룡포 과메기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본디 청어를 주 원료로 생산되던 과메기는 1960년대 이후 동해안에서 청어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꽁치로 대부분 대체되었습니다. 건조 되는 과정에서 등푸른 생선에 풍부한 DHA, 오메가3지방산, 핵산 등이 더욱 더 많아진다고 해요. 겨울철 건강과 맛 모두를 잡아주는 좋은 음식입니다. 과메기란 뜻이 제작 방식인 만큼, 제작되는 어종이 바뀌어도 이름이 바뀌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구룡포 앞바다

 죽도 시장에서 워낙 구룡포에 대해 많이 들어, 구룡포가 도대체 어떤 곳인지 직접 가보았습니다. 배들이 가득 들어 찬 항구의 오후는 한산했습니다. 대게 직판장에서 마지막 남은 대게를 판매하는 상인 몇몇이 열심히 목소리를 올리고 있을 뿐. 이곳 구룡포에서는 주로 대게를 많이 잡는다고 합니다. 자망, 통발 등을 이용해서 대게를 잡아 올린다고 해요. 대게는 심해어종으로 수심이 150m ~ 250m 되는 바다에 서식한다고 합니다. 수심이 얕은 서해에서는 대게가 잡히지 않는 이유이지요.


 최근 수온 상승에 의한 어장 변화로 인해 대게 어획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대게 가격이 매우 높게 형성되고 있어요. 11월에 금어기가 해제되면서 잡히기 시작하는 대게는 1월에서 3월에 봄 산란기를 준비하느라 살이 통통하게 차올라 가장 맛이 좋다고 합니다. 몸통 기준 9cm 이상부터 시중에 유통되며(그 이하는 치어로 분류되어 포획이 금지됩니다.) 작은 대게는 마리 당 만원 정도에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과메기를 말려 제작하는 가공공장도 곳곳에 들어서 있었고 집집마다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들을 건조하고 있었습니다. 과메기를 말리는 덕장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과메기를 널어 놓은 곳이 없어 사진을 찍지는 못해 아쉬웠습니다.


 올 겨울이 끝나기 전, 포항에 들러 겨울 바다와 맛있는 대게, 그리고 과메기를 만나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포항의 옛날과 지금을 비교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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