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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08. 2024

2024년 05월 05일

청혼하지 않을 이유를 못 찾았어

안녕하세요? 오늘 가장 멋진! 신부 ㄱㅇㅁ 양의 15년지기 친구 ㅅㅁㅎ라고 합니다.

먼저 두 사람의 뜻 깊은 새날을 위해 황금연휴에 귀한 걸음해주신 하객 여러분들께 신랑 신부와 더불어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2주 전에 축사 부탁을 받고 축하하는 마음 하나로 갑작스럽게 글을 적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을 텐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ㅇㅁ야, 안녕. 나 ㅁㅎ야. 고등학교 2학년 새학기에 처음 너를 만났지. 새로운 교실, 새로운 친구들, 새 교과서. 모든 게 새로운 동시에 많은 것들이 아직 자리를 찾지 못해 둥둥 떠다녔고, 처음이라 자리가 없는 것들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어. 어디에 마음 붙이고 지낼 수 있을까 고개를 빼고 둘러보는데, 네가 먼저 다가와줬지. 월요일 좋아 인간인 내가 네모네모 스펀지송인 걸 네가 알아봤듯이 나도 한눈에 알아봤어. 이렇게 뽀얗고 찹쌀떡 같은 친구가 실은 엄청나게 단단하겠구나. 아마 이 친구는 나쁜 마음을 먹을 줄 모르는 게 아니라 그게 다른 사람한테도 나쁠 줄을 알아서 차마 뱉지를 못하겠구나. 마더 테레사가 아닌 사람이 이렇게까지 남을 생각할 수 있나 싶어서 지금까지도 놀랍고 그래..

축사를 적으려고 너에 대한 마음을 주르르 펼쳐놓고 아차 싶었어. 좌우, 위아래, 그 어디로 손을 훑어봐도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 거야. 우와, 이렇게까지 좋기만 한 게 있을 수가 있나. 사실 프로포즈는 내가 너한테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농담이고. 전국구 러브 스토리를 싣고서 오늘 공공연한 서로의 반려자가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ㄷㅇ 오빠, 안녕하세요? ㅇㅁ 친구 ㅁㅎ입니다. 일전에 처음 뵙고 느꼈던 안도감을 뭐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오랜 시간 풍문으로 듣던 오빠를 직접 뵙고 나니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고, 그런데 그 하고 싶은 게 조금 많은 우리 ㅇㅁ가 제대로 뛰어다닐 수 있는 목장 같은 너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ㅇㅁ 어릴 적 교과서 시 속에서나 있을 법한 뜨끈한 아랫목 같은 친구입니다. 자주 ㅇㅁ라는 아랫목에서 등 지지고 누워 쉴 때에도 한편으로는 은미에게도 은미 같은 따수븐 기댈 곳이 있어주기를 간절히 바랐어요. ㅇㅁ 전용 브이아이피 라운지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거리낌없이 자랑할 만한 게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우리 ㅇㅁ입니다. 서로에게 서로가 자랑인 부부가 되어 눈꼴 시리게 알콩달콩한 모습 많이 보여주세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헤헤.

우리 ㅇㅁ 남들 위할 때는 실용성 따지지 않고 이벤트성 선물 굉장히 많이 하는데, 정작 본인한테는 그러지를 못해요. 가끔 아무 기념일도 아닌 날 등 뒤에서 꽃다발을 꺼내 선물해주시겠어요? 다발 아니고 한 송이어도 그 꽃에서 세상을 받은 것처럼 소중히 할 친구에요.

그리고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 ㅇㅁ 하지 말라고 안 하는 친구 아닙니다. 둘 중 하나가 더 낫다고 그러면 왜 다른 건 안 되는데 하고 기어코 둘 다 멋드러지게 해낼 친구에요. 그 과정에서 우당탕탕할 수도 있을 텐데, ㅇㅁ가 지나치게 낙담할 때에는 속사포 긍정의 기운을, 지나치게 낙관할 때에는 현실적인 조언을 덧붙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지금처럼 함께해달라는 작은 당부였습니다.


ㅇㅁ야, 네 행복 내 발등의 행복보다 커다랗게 다가오는 날이 많았고, 그 마음에는 좀처럼 한계가 없어서 더 좋았어. 내 모든 기쁜 날에 발 벗고 나서 기뻐해주던 너에게 오늘 나도 5월의 초록 같은 진한 축하를 전해.

두 사람의 유부 1일차 새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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