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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늬의 삶 Sanii Life Jul 06. 2024

다딴라폭포에서 바람을 가르며 루지 타기

베트남 보름살기 11 : #선셋뷰 #점토터널 #bittersweet카페


베트남 와서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하고 있다. 일출은 꼭 여린 노을과도 같다. 마침내 해가 떠오르고 햇살을 정면으로 받아내면 동남아 아니랄까봐 열이 무척 뜨겁게 느껴진다. 세상이 하루를 시작했으니 나도 흐름을 따라가본다.



1층으로 내려가서 호스트가 차려준 아침식사를 먹었다. 포호(?)라는 음식은 미트볼과 닭고기를 넣은 쌀국수라고 했다. 깔끔하고 맛이 좋았다. 호스트 부부는 무척 친근하고 친절한 사람들이다. 나중에 한국에 가서도 에어비앤비 어플을 통해 부인분과 건강하고 다음에 또 보자는 메세지를 짧게 주고 받았다. 그래서 글을 쓰며 찾아보았는데, 에어비앤비를 더 이상 안 하시는 것 같다. 다음에 다시 달랏에 간다면 재방문하고 싶었던 곳이라 아쉽다.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간절히 원하는 바이다.



호스트들은 강아지 한 마리와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키운다. 길고양이들도 이 집에 들러서 밥을 먹고 사라진다. 그들은 고양이가 아주 많은데도 모두의 이름을 기억하고 친근하게 밥을 주고 챙겨주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어서 털 때문에 고민하다가 힐링하고 싶어서 선택한 동물친화적 숙소인데 호스트 부부도 식사도 방도 좋아서 대만족했던 곳이다. 그리고 "사늬는 꾸미지 않는 모습이라 일반적인 한국의 젊은 여성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 그들도 예쁘지만 사늬는 건강하고 자유로워보여."라는 말을 들었는데, 확실히 K-뷰티가 널리 알려졌구나 싶고 틀린 말은 아니라 약간 씁쓸했다.



호스트가 연결해준 그랩바이크를 타고 다딴라폭포로 왔다. 달랏의 유명한 액티비티 중 하나인 루지 즉, 뉴 알파인 코스터를 타려면 처음 보이는 주차장에서 조금 더 올라가야 한다. 50분 후 그랩 기사와 만나기로 했는데 루지를 왕복하고 중간에 내려서 폭포 구경하면 시간이 얼추 맞다.



놀이기구를 잘 타는 편이다. 국내에서는 경주월드 드라켄을 연속으로 두 번 탔고, 아트란티스랑 혜성특급 같은 스피드를 무척 재밌어하고, 티익스프레스는 묵직해서 개인적으로 재미 없다고 느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 들고 무표정으로 탈 수 있다.


그런 내 기준 아시아 최장 길이 루지라는 달랏의 뉴 알파인 코스터는 앞에 사람이 없을 때 최고 속도를 내야만이 재밌다. Bar를 아래로 내리면 가고 올리면 정지한다. 앞 사람이 거북이라면 그들이 멀리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몰아서 달려야 한다. 루지 사이의 거리는 자동으로 유지된다.


다딴라 폭포


다딴라 폭포(Datanla Waterfall)를 계속 끼고 달리지는 않지만 짙은 녹색의 풍경이 좋다.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고 망 설치도 꼼꼼하게 돼있어서 안전하다고 느꼈다. 중간에 루지에서 내려서 폭포를 구경했다. 물소리가 시원했고 사람들이 기념 셀카를 많이 찍었다.



뉴 알파인 코스터도 일반적인 놀이기구처럼 포토스팟이 있다. 사진은 총 두 번 찍힌다. 확인해봤더니 어차피 포즈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덜 선명하지만 좀 더 생동감 넘치는 사진을 픽해서 구입했다. 가격은 6만 동으로 한화 3,000원이다.



루지에서 내려서 폭포를 구경하고, 사진 구입하고, 다시 루지 타서 매표소로 돌아왔다. 반죽 같이 귀여운 강아지는 오며가는 사람들을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푹 잠들어있었다. 이때는 마냥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에 드디어 동의하게 됐다. 안전이 보장되는 강아지로 태어나고 싶다.



그랩 기사분은 호스트 앞에서 다딴라폭포 다음엔 크레이지하우스에 갈 거라고 말했었는데, 중간에 여기를 들리더니 잠깐 내려서 보고 와도 된다고 했다. 선심인지 아님 은근히 여행지 더 끼워넣어서 바가지 씌우려는 건지 생각이 많아지지만 하나라도 더 보면 좋은 거니까 일단 5분 정도 다녀온다. Sunset view point라는 곳이다. 아직은 정오 쯤이라 선셋은 당연히 없다.



처음에 오토바이 뒷자리에 탈 때 호스트한테 내 양손은 어떡하냐니까 그냥 편하게 내려놓으라고 했다. “Really?!?”하고 놀라니까 그랩 기사분이 입고 있는 바람막이를 쥐어주면서 잡으라고 하고는 즐거운지 웃었다. 아니, 인생 두 번째 오토바이 뒷자리란 말입니다. 처음은 작년 태국 빠이에서였는데 어찌저찌 꽉 잡고 탔고, 어릴 때부터 오토바이는 무서운 거라고 배웠단 말입니다.


암튼 달랏 오토바이들을 보니까 뒤에 탄 사람들은 손이 정말 자유로웠다. 핸드폰 하거나 심지어 책을 읽는 꼬마도 있었다. 옆으로 앉은 사람들은 그래도 운전자를 붙잡고 있기는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도 폰으로 사진을 좀 찍어봤다. 손을 자유롭게 두는 건 못 하겠고 대신 핸드폰을 양 손으로 기도하듯이 꽉 쥐니까 편해졌다. 운전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에 방문한 곳은 뜬금없는 Clay tunnel이라서 그랩바이크가 바가지 씌우려 한다는 걸 확신했다. 관광지 쪽이랑 짠 것 같지는 않았고, 나는 그냥 세 목적지(다딴라 폭포, 크레이지 하우스, 숙소로 컴백)만 가면 되는데 더 데려가서 돈을 더 받으려는 수작 같았다.


Crazy를 clay로 알아들은 건가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그러기엔 아까 나보고 cla 어쩌고 스펠링 대면서 이게 뭔지 아냐고 물어봤었다. 하아. 관광시간은 1시간 주던데 생각보다 점토터널이 넓었다. 그리고 베트남 가족단위 여행객이랑 러시안 단체관광객들이 많았고, 한국 인터넷에도 찾아보니까 들를 만한 곳인데 교통이 좀 어렵다는 글들 보고 아예 등처먹히진 않겠으니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입장료는 6만 동이니 한화 3,000원이다.


베트남의 좋은 풍경


나 자신을 사진으로 남기기보다 풍경을 기록하는 위주의 여행이었지만 포토 스팟이 많으니 사진 찍히는 거 좋아하는 분들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덥지만 은근히 쉴 곳도 많고 조각도 섬세하게 잘 돼있다. 얼굴 조각들이 있는 곳이 가장 좋았다. 사람들도 여기서는 줄 서서 사진 찍었고, 나도 여기서 만큼은 몇 장 남겼다. 베트남분한테 사진을 부탁했는데 찍어주고 엄지를 치켜올리셨다.


내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 없었고 여기 들렀다 간다는 기념을 남긴 거니까 나중에 천천히 확인했는데 찍혀있는 피사체가 사람비율이 아니라 짱뚱어 비율이어서 엄청 웃기는 했다. 인물사진 챙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면 아쉬웠겠지만 그런 거 하나도 없고 이 배경에 그렇게 찍는 것도 재주다 싶어서 약간 어이없고 웃기고 그런 정도였다.



클레이 터널 나오니까 커피 마시면서 기다렸다는 그랩 기사가 “나우 크레이지하우스?”라고 해왔다. 크레이지하우스 가는 길에는 베트남의 비닐하우스가 많았다. 달랏이 고산지대라 고산병 걸리는 사람들도 간혹 있대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멀쩡하다. 그리고 고산지대여도 구름은 높이 있다.


달랏의 흔한 풍경
지나가던 길의 소 두 마리 겹쳐져서 찍혔다


크레이지 하우스 왔더니 그랩기사가 관광시간으로 2시간을 주었다. 이때가 13:16 쯤이다. 그 다음에 또 어딜 데려가려는 건가 싶어서 19시 쯤 나이트마켓에서 만나자고, 그때까지 자유시간을 갖다가 거기서 만나서 숙소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기사가 순순히 알았다고 했다. 실제로 그렇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호스트 앞에서 30만 동을 냈다.


호스트는 그랩바이크가 나를 9시간 동안(10:15~19:10) 데리고 다닌 거니까 싼 값이라고 했는데 내가 아니라고 13시 15분 경에 우리 헤어졌다가 방금 다시 만난 거라고 해도 내 말을 이해를 제대로 못 한 건지 아님 당황한 건지 그래도 싼 거라고 보통의 그랩바이크는 8시간에 40만 동이라고 했다. 에엥? 그럼 오늘 이 그랩바이크가 나를 실질적으로 데리고 다닌 건 3시간 조금 넘게니까 1시간에 10만 동으로 완전히 이득 아니야? 어쩐지 미소가 환하더구만.


일단 돈 내기 전에 이틀 뒤쯤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는데 그때 가서 어차피 돈 낼 거 제대로 뽕 뽑든가 아님 그랩 어플을 이용해야겠다. 그랩바이크보다 비싼 그랩택시도 시내에서 숙소까지 6만 동밖에 안 해서 왕복이면 12만 동인데 말이다. 그래도 이 기사가 울퉁불퉁한 길은 다 피해서 가는 등 운전은 잘 했다. 아무튼 사진은 크레이지하우스 건너편 식당인 Le Chalet Dalat이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실외에 앉을 거냐고 물어봐서 실내라고 했다. 따뜻한 물을 받았다. 나트랑에선 식당이나 카페나 다 찬물이었는데 달랏은 따뜻한 물이다. 나트랑은 따뜻하고 달랏은 추우니 기후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Fried eggs with minced pork(120,000동)은 첫입만 맛있고 뭔가 단단한 식감이 자꾸 씹혔고 점점 물렸다. 스파이시 좋아하냐고 하면서 저 소스를 같이 줬는데 베트남 고추를 썰어넣은 엄청 짠 간장이었다. 그래도 여러 번 먹으니까 천천히 매워졌다. Tropical smoothy(69,000동)는 취향이라 맛났지만 양이 적었다.



크레이지 하우스는 다음 글에 따로 올리려고 한다. 아무튼 크레이지하우스를 열심히 꽤 재미있게 구경하고 나와서 시내로 걸어가는 중이다. 달랏엔 개와 닭이 많고, 길을 걷다보면 소와 고양이도 보인다. 꽤 동물친화적인 도시다.



달랏이 봄의 도시라지만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하루에 다 존재한다. 한국인들한테 겨울은 거의 안 느껴지긴 할 듯하다. 왜냐면 어제 나트랑에서 달랏으로 건너오고 생각보다 추워서 후리스를 입고 잤던 터라, 오늘 해가 질 무렵에 얆은 긴팔셔츠 하나면 춥지 않을까 조금 무서웠는데 바람만 안 불면 하나도 안 추웠다.


여름밤에서 가을로 넘어간 딱 좋은 날씨? 대학교 봄이나 가을축제 때 날씨? 그보다는 덜 추운 날 정도? 베트남 사람들은 99% 패딩 입지만 우리한텐 여기 겨울 아니거든요. 하하. 호스트가 아침에 나갈 때 나를 보더니 오토바이 타고 먼 거리 가는데 자기처럼 스카프로 목을 좀 가리라고 했다. 그리고 저녁에 숙소 돌아갔을 때도 날씨 춥다고 끝내 자기 스카프 두 개 빌려줬는데 호의니까 받긴 했다만 아니 진짜 스카프 안 해도 안 추워서 감기 안 걸린다니까요.



달랏 시내에 입성했다. 첫 인상은 '여기가 시내야? 오토바이 많은 한국 대학가 같다.'였다. 오토바이가 많았는데 시끄러운 데에 적응이 돼서 그런가 의외로 크게 시끄럽진 않았다. 사람이 많았는데 교통이 사람보다 오토바이 위주인 것 같아 치이지 않으려고 최대한 안쪽으로 붙어서 걷기는 했다.



여행 중이라서 간만에 월경컵이 아닌 탐폰을 쓰는데 새길래 월경대 사러 편의점을 겁나 찾아다녔다. 두 군데 겨우 찾아서 베트남어 번역기로 생리대 쳐서 보여줬더니 단호하게 No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니, 영어를 못하더라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정도라도 알려주면 덧나나요?


빡침 게이지가 올라가는 중에 혹시나 싶어서 약국에 들렀다. 드디어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너무 기뻐하니까 약사분도 웃으셨다. 총 42,500동 나왔는데 43,000동을 달라고 해서 찾아보니 500동은 베트남 현지에서 10원짜리처럼 가치가 거의 없는 돈이랬다. 암튼 베트남 월경대도 한국 것들처럼 날개가 있었다.



화장실이 쾌적하지 않을까 싶어서 가까운 카페 중 인테리어 괜찮은 곳을 골라 들어왔다. 달랏 시내의 Bittersweet Cafe이다. 손님이 거의 없었고 개가 한 마리 있다. 인스타감성 카페고 선곡도 괜찮았다. 찾아보니 J-pop이었다. 내가 일본인인 줄 알아서 틀어준 건지 본인들이 일본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


바깥에서 계속 오토바이 경적이 울렸고 보이는 풍경이 영 세련되지 않아서 음악이 어울리지는 않았다. 낯설어서 그렇지 어찌 보면 이것도  달랏의 매력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포가토는 각얼음 하나와 크랜베리가 여럿 박힌 아이스크림, 그리고 아주 쓴 커피로 이루어져있다. 쿠키는 담백한 초코맛이다. 강아지는 너무나도 귀여웠다. 주인 말을 진짜 잘 들었다. 화장실 갈 때 뒤를 졸래졸래 따라오는 걸 모르고 뒷발로 살짝 찼다가 놀라서 쏘리 베이비 하면서 쓰다듬었는데, 내내 무덤덤한 강아지라 더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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