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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늬의 삶 Sanii Life Jul 31. 2024

마지막 저녁 달랏과 진하게 인사하기

베트남 보름살기 20 : #쑤안흐엉호수 #반짠느엉 #맛집


카페를 나왔더니 다들 털이 두꺼운 개, 시베리안 허스키 혹은 말라뮤트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앞에서 강아지를 촬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더운 나라라 저런 종이 흔하지 않은 건가? 나는 덥다 싶을 정도인 와중에 겨울옷과 모자를 입고 계신 분들이 있어서 환경 차이가 놀라웠다.


해 지는 호수 정말 낭만적
달랏의 일몰!
붉게 저무는 해
쑤언흐엉 호수
좌 노을 우 어둠


오리배와 하나둘 조명이 켜지는 집들 위로 은은한 노을이 아름답게 저물었다.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는 나도 나고 너도 너다. 과소평가해서 미안했다, 쑤언흐엉 호수야. 너는 정말 평화롭고 낭만적인 녀석이야. 마지막 날이라서 아쉬울 따름이다. 이런 날에는 마지막 인사를 끝의 끝까지 충분히 해주어야 한다.


달랏이 예쁜 도시긴 하구나 라고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준 거리
야시장 입구 굿바이


그나저나 저어기 저건 뭘까. 황금색인지 노란색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눈에 잘 들어오는 색깔의 건물이다. 유적지치고는 너무나도 현대적인데, 그렇다면 불교 사찰인 건가? 여태껏 그냥 지나다니다가 마지막이라 궁금증이 갑자기 생겼다.



좌 신투어리스트, 우 페퍼민트 초코 스무디 먹었던 카페인데 둘 다 갑자기 등장했다. 첫날 걸었던 거리를 마지막 날 다시 걷게 됐으니 기승전결이 완벽하며, 어딜 가든 한 번씩은 꼭 걸어봤던 거리인 걸로 보아서 나 달랏 여행 정말 잘했다 싶다.



Quan Banh Trang Minh Chau로 반짠느엉 먹으러 왔다. 달랏야시장에서 먹은 첫 반짠느엉이 하필 짜기만 해서 맛있는 거 먹어보고 싶었다. 간판이 없는 현지인 맛집인 것 같고, 한참 기다려야 했다. 6시 7분에 건물에 도착해서 6시 45분에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의자가 하나 있어서 거기 앉았더니 마침 명당이었다. 내쪽으로 연기가 안 오되 요리하는 장면을 다 볼 수 있었다. 여자 사장님께서 2분 정도 굽고 패스하면 남사장님께서 2분 정도 더 굽고 손님한테 준다. 와. 근데 여긴 진짜 야시장보다 훨씬 맛있게 생겼다.



1번 매뉴 Thap Cam을 주문하고 돈부터 내밀었더니 안 받으셨다. 선불이 아니고 후불인가보다. 외국인이라 말이 안 통하니까 오히려 더 챙겨주시는 느낌으로 중간에 잘 기다리고 있다는 눈짓을 주셔서 따뜻했다. 포장 되냐고 번역기 돌렸더니 고개 끄덕이셨다. 한 달 전 구글맵 리뷰는 26,000동이었는데 가보니까 메뉴판에 28,000동으로 올라있었다.



사장님 두 분이 무언가를 상의하더니 옆 테이블에 앉은 여섯 명한테 말을 건넸다. 추측하건대 내가 반짠느엉을 1장만 주문했으니 먼저 줘도 되겠냐는 것 같았다. 와. 며칠 전 빅씨마트에서도 그렇고 좀 감동인걸! 고마워요, 베트남 사람들.


가게를 나와서 한 입 물었는데 와, 미쳤다. 대맛있다. 이거 진짜 라이스페이퍼 촉촉피자다. 중간에 1/4 가량을 길에 떨어뜨려서 진짜 탄식 나왔다. 흘린 음식을 아까워한 거 진짜 오랜만이다. 달랏 반짠느엉 맛집은 기필코 Quan Banh Trang Nuong Minh Chau이다.



집 가는 길에 마지막인데 전에 마셨던 새콤달달한 망고스무디 안 먹고 가면 후회할까봐 달랏대학교 오거리 카페인 Cà Phê Anh & Em에 들렀다. 향기롭던 따뜻한 물도 먹고 싶어서 일부러 테이크어웨이 안 하고 머무르…려다가 음료가 생각보다 좀 걸려서 물 얼른 마시고 컵 돌려주고 테이크어웨이 잔으로 달라고 했다.


처음보다 밍숭맹숭했지만 다시 먹었으니 뭐
황금빛 비닐하우스들
하트모양 연기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말들을 발견했다. 망아지가 날 보더니 자기 엄마한테로 달려갔다. 야, 내가 더 놀랐거든? 암튼 호스트 말로는 sometimes 저녁이 되면 이 녀석들이 온다고 했다. 하루 전에 커피 쏟은 손이 약간 따끔거려서 화상연고 있냐니까 호스트가 약을 빌려주었다. 파스 같은 건데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바르고 좀 지나니까 점점 시원해졌다.


그림자 같은 숙소 고양이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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