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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고나 Jul 03. 2024

소상공인 랩소디

프롤로그

숨이 가쁘다.


헐레벌떡 뛰어들어가 가게 문을 열고, 커다란 솥에 물을 받아, 가스 불을 켠다. 


평소엔 10시에 오픈해서 손님을 받는데, 오늘은 9시에 예약이 있어서 마음이 급하다.


전날 불려 놓은 쌀을 냉장고에서 꺼내 밥을 짓는다.


- 탁.탁.탁.탁.


씻은 가지를 도마에 올려놓고 반을 갈라 다시 그것들을 잘게 자른다. 급하게 가지를 맨손으로 잡느라 꼭지에 달린 가시가 찌르는 것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웍을 휙휙 저어가며 반찬을 만들고 다음 반찬을 준비한다.


"앗! 뜨거!!!"


끓는 솥 위에 스테인리스 국자를 올려놓았다가, 아무런 생각 없이 잡았다.


시뻘겋게 살이 익는다. 이때 차가운 얼음으로 계속 문지르면 화상을 덜 입는다는 것을 말면서도, 시간이 없기에, 서서히 익어가는 나의 살을 보면서 음식 준비를 한다.


'뭐, 또 하나 흉터가 느는 거지.....'


국을 끓이고, 반찬을 준비하고, 예약손님 식탁에 세팅을 하는 동안 시간은 금세 흐른다.


9시가 다 되어 가는데, 아내가 아직 오지 않는다.


손님들이 아내보다 먼저 가게에 도착했다.


골프모임을 하는 16명의 손님을 방으로 안내한다.


얼른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아직 멀었어?"


"응. 이제 다 와가."


해맑은 목소리. 얼른 전화를 끊고, 주방으로 들어가 음식을 준비하는데,


"맥주 좀 주세요~~~~"


아침부터 맥주라니........ 부럽다!


"네~~~~!!!"


주방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뛰쳐나간다. 맥주와 유리잔을 가져다주고 돌아서는데,


"난 막걸리!"


누군가 막걸리를 찾는다.


다시 술 냉장고로 달려가 막걸리와 막걸리 전용 양은잔을 건네고는 얼른 주방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새 프라이팬에 올려놓았던 부추전이 다 타버리고 말았다.


인상이 확 구겨진다. 


타버린 부추전을 버리고 다시 전반죽을 새로 올린다. 


부추전이 맛있게 익어갈 때쯤,


"여기 반찬 좀 더 주세요!!!"


"네~~~~~"


완전히 익진 않았지만, 또 타버릴까 봐 부추전을 올려놓은 불을 꺼버리고 달려 나간다.


아직 음식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막걸리와 맥주 안주로 밑반찬을 거의 다 먹어버렸다.


밑반찬을 다시 가져다준다.


"우리도 좀 더 주세요!"


다른 테이블에서도 밑반찬을 더 달라고 해서 다시 가져다준다.


그리고 얼른 다시 주방으로 뛰어 간다.


다시 불을 켜고 부추전을 마저 굽고, 또 새로운 반죽을 올린다.


16명이니까 4명씩 4 테이블. 4장을 구워야 한다.


이제 부추전 한 장을 구웠을 뿐이다.


9시 15분. 


이제 다 와 간다는 아내는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


"사장님~~~"


누군가 불러서 또 주방에서 튀어나간다.


"네!"


"튀김도 테이블 당 하나씩 추가해 주세요."


"네!"


얼른 주방으로 들어가 튀김을 또 준비한다. 


튀김을 준비하면서 전을 굽고, 끓인 국을 하나씩 담는다.


"맥주 한 병 더 주세요~~~~!!"

"막걸리도 한 병 더요~~~~~!!"


"네! 네!"


안팎으로 뛰어다니며 술을 가져다주고, 반찬을 더 주고, 튀김을 튀기고, 전을 굽고, 국을 담는다.


"사장님. 이거 두부구이가 참~~ 맛있네요. 요거 조금만 더 주면 안 돼요?"


두부에 옷을 입혀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튀기듯 구워낸 두부구이는 늘 인기가 많다.


"더 드려야죠."


두부구이도 또 준비한다.


9시 20분.


"사장님~~~~"


"네!!!"


"국 좀 빨리 주세요! 우리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빨리 가야 돼요!"


공치는 시간이 다 되어간다고 서두른다.


"네! 네!"


주방으로 뛰어가는데, 아내가 들어온다.


응원군이 와서 반갑기도 하고, 늦게 왔다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꺼내는 말투는 전자보다는 늘 후자에 가깝다.


"9시에 예약손님 있다고 했잖아!"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싫은 소리를 듣는 아내의 기분도 유쾌할리 없다.


"이 시간에 와준 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해!"


더 이상의 다툼을 할 시간은 없다.


후다닥 음식을 내고, 손님을 치른다. 


그제야 손에 얼음을 갖다 댈 여유가 생긴다. 이미 자국이 생겼지만, 조금이나마 덜 흉 지려 얼음을 올려놓는다.


10시가 조금 넘어 예약 손님 16명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뛰어다닌 탓에 시간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지친다.


이제 곧 들이닥칠 점심시간의 손님들을 위해 또 음식 준비를 해야만 한다. 


몸이 무거워진다.


점심준비를 하고, 점심손님을 치르고, 설거지를 하고,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때우고, 저녁준비를 하고, 저녁 손님을 치르고, 설거지를 하고, 매장청소를 한다. 드디어..... 마치는 시간이다.


가게의 불을 끄고 나서는 순간. 지친 몸으로 땀에 젖은 아내에게 내가 묻는다.


"오늘 한 잔?"


지친 얼굴의 아내가 피식 웃는다.


"콜!"


어디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 들뜬 마음에 조잘거리며 매장의 문을 잠근다. 


내일 아니, 당장 내일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우리의 이런 지친 생활에도 변화가 있겠지?라는 희망을 품으며,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일 년 전과 똑같은 오늘을, 오 년 전과 똑같은 오늘을 마무리한다.






매일 같은 일을 하고 또 반복하면서도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미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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