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랩소디
오늘 아침에 방송을 하는데,
"사장님. 혹시 그거 아세요? *** 사장님. 이제 폐업하신대요. 이번달 말까지만 방송하신대요."
예전 같았으면 아이고, 어쩌면 좋냐? 라며 걱정이 앞섰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래. 억지스럽게 연명을 하느니,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낫지. 그렇게 한 번 쉬어가는 거지. 쉬면서 에너지를 얻고, 또 새롭게 시작하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라이브 방송도 같이 하는 나는 오늘로 방송을 시작한 지 1,086일째다.
그동안 거의 매일 아침 7시 30분에서 8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대구탕을 먹는 방송을 하고 있다.
매일 매장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음식을.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방송을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나에게 또 묻는다.
왜 다른 시간에는 방송을 안 해요??
나는 그들에게 대답한다.
그게 내가 방송을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물론, 매장을 운영하면서 방송을 하려니 시간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침 방송이 끝나자마자, 점심영업 준비를 해야 하고, 점심장사가 끝나면 치우고, 설거지하고, 택배 기사님 오시기 전에 택배를 다 준비해놓아야 하고, 택배를 준비하고 나면, 또 저녁 장사를 준비를 해야 하고, 저녁 장사가 끝나면 치우고, 설거지를 하면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억지스럽게 하는 건 나도 즐겁지가 않아서 하기가 싫다.
어쩌다 새롭게 방송을 시작하시는 분들 중에는 밤을 새워가며 무리하게 방송을 하다가 며칠 병원 신세를 지는 분들도 있다.
열정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건강이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에 가로 850m 세로가 무려 4,000m에 달하는 대형 공원이 있다는 것은 부동산 개발 업자들의 눈으로 봤을 때는 미친 짓이다. 이 부지에 빌딩을 세운다면 얼마나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것인가!!
당시 공원조성을 반대하던 사람들에게 프레드릭 로 움스테드가 소리쳤다.
"지금 당장 여기에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미래의 미국에는 그 면적만큼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거요!!"
덕분에 뉴욕에는 지금의 센트럴 파크가 자리를 잡게 되었고, 뉴요커들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다.
한여름 33도가 넘어가는 푹푹 찌는 더위에 주방에서 화구에 불을 붙이면 온도는 점점 올라간다. 화구 하나, 둘, 셋 불을 하나씩 붙일수록 급격히 온도가 상승하고,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린다.
점심 장사 준비를 마치고, 주방 밖으로 나가면 바위와 2층 난간 사이로 보이는 하늘.
예전엔 이렇게 좁은 틈으로 보이는 하늘을 보며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신세 한탄을 하곤 했었는데,
요즘엔
"아, 좋다."
하고 탄성이 먼저 나온다.
이렇게 좁은 틈으로나마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내가 원했던 일을 성취하지만, 결국 그것이 나에게 슬픔을 가져다주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잃었다고 아쉬워했지만, 결국 그렇게 된 것이 다행이었구나 하고 여겨지는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인생만사 새옹지마.
어떤 일에 너무 기뻐할 것도 없고, 너무 슬퍼할 것도 없다.
모든 것은 다 자기 생각하기 나름이다.
주방 옆.
비록 어둡고, 좁은 곳이지만, 이곳이 바로 나의 센트럴 파크다. 마음의 안식처다.
인생은 환경이 아니라, 환경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