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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우 Aug 11. 2024

불행의 깊이만큼 행복을 느낀다.

일요일 아침 가게에서.

휴일 아침.


평소와는 다르게, 도로에 차도 드물고, 길가에 인적도 드문 아침.


모두가 집에서 편안히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


잠든 아이들을 보고 집을 나서며,


오늘은 정말 하루 편히 쉬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왜 남들이 다 쉬는 휴일에도 매장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지? 남들은 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데, 내 인생은 왜 이렇지? 왜 늘 정신없이 바쁘고, 삶은 팍팍하지?'


현실을 탓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럴 때면 다른 한쪽에서 또 목소리가 들려온다.


'쯧쯔...... 또 행복에 겨웠구나. 가족들과 떨어져 살 때, 매일 가족들을 볼 수만 있어도 행복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일이 없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때, 하루 온종일, 일 년 내내 일만 해도 좋으니, 제발 출근할 곳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지하철 길바닥에서 노숙할 때는, 편히 발 뻗고 내 몸 하나 눕힐 공간만 있어도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이 욕심 많은 놈아!!'


지난날 나의 바람들이 나에게 비난을 한다.


아..... 그랬지. 지금은 당시 나의 모든 바람들이 다 이루어졌는데, 난 또 다른 것을 원하고 있구나....


이렇게 마음을 먹자, 집에서 나오며 머릿속에 자리 잡은 불만이 스르륵 봄바람에 눈 녹듯 사라지고, 과거 나의 바람들이 이루어진 현실에 감사하게 되며, 기분이 좋아진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음악을 틀고, 기분 좋게 출근을 한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감정의 빠른 변화에 내가 미친놈처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의 경험들이 내 기분을 이렇게 바꿔준다. 


만약 과거에 내가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보지 않았다면, 일이 없어 방황해보지 않았다면, 노숙을 해보지 않았다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을까?


덕분에 난 8월 한여름 화구에서 열이 후끈후끈 올라오는 주방에서, 비록 몸은 힘들어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겁게 일을 한다!




사람은 불행의 깊이만큼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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