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록
커다란 수컷 순록 니즈게르차복이 말했다.
"우리 아들 자알 차복을 보지 못했니?"
"못봤는데요?"
"몸집도 아직 다 크지도 않은 녀석이......."
"자알 차복은 몸이 작은가 봐요?"
나는 거대한 수컷 순록을 보며 물었다. 이렇게 거대한 순록의 아들이라면 아들도 엄청 크지 않을까?
"벌써 컸어도 다 컸어야 할 녀석이 아직 덜 큰 거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니즈게르차복이 크게 한숨을 쉬고나서 말했다.
"우리종족에게는 모두 집집마다 대대로 내려오는 열매가 있단다. 열매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야 열리는 데, 그 일정한 기간이라는 게 집집마다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을 알 수는 없단다. 어떤 때는 열매가 일 년에 한 번 열리기도하고 어떤 때는 오년이 지나서 열리기도 하니까 말이야. 우리는 이 열매를 노침스트라 부른단다. 집집마다 내려오는 노침스트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하나씩 먹을 때마다 조금씩 성장하게 되고 열 개의 노침스트 열매를 먹으면 완전한 성체가 된단다. 반드시 열 개의 노침스트를 먹어야지만 하지. 만약에 아홉 개를 먹었다고 하더라도 거의 성체가 다 된 무렵 한 개의 노침스트를 먹지 않고 우리가 사는 차복들의 숲을 벗어나게 되면 다시 처음부터 먹는 걸 시작해야만 해."
"그럼 다시 열 개의 노침스트를 먹어야만 하는 건가요?"
"그렇지. 중간부터 다시 먹어도 되는 일이 결코 아니야. 몸도 이미 노침스트를 하나도 먹지 않을 만큼 줄어들어버리거든. 멍청한 내 아들은 여덟 개까지 먹고 두 개만 더 먹으면 되는 시간을 참지 못하고 차복의 숲을 벗어나기를 벌써 세 번째야. 녀석은 얼른 성체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났으면서도 항상 조금의 시간을 버티지 못해서 그동안의 기다림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더구나. 화려하고 커다란 뿔과 큰 몸집을 동경하면서도 기다림이란 걸 할 줄 몰라. 결국 다시 차복의 숲으로 돌아와 그토록 후회를 하면서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나와 약속을 해놓고 또 이렇게 약속을 어기고 말았어."
- 안개의 산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