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바람이 부는 나무

안개의 산

바람이 자신에게 머물러 있어야 더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다고 믿는 나무는 바람을 떠나보내지 않고, 자신에게 머물게 했다.


나는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언제나 바람이 부는 나무는 자신의 그런 무서운 모습을 보고 떠나가버린 친구들을 원망하는 듯했다. 나는 나무의 곁을 떠나버린 친구들이 이해가 가기도 했고, 그런 친구들을 원망하는 나무의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바람이 계속 머문다고 해서 자신이 가장 큰 나무가 될 거라고 말하는 나무의 이야기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나무의 욕심으로 바람을 붙잡았지만, 그 바람이 나무의 꿈을 이뤄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오히려 잔가지가 날 때마다 계속 부러져서 더 이상 자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큰 나무가 된다고 해서 왜 모두가 큰 나무를 존경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는지는 더욱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커다란 나무가 되면 그 나무의 그늘에 가려지게 되어 햇빛을 잃어버리게 될 수많은 나무나 풀들의 미움을 받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나무에게 그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나무가 상처를 받을 수 있을 것도 같았고,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이 불확실한 일투성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나무에게 다른 것을 물었다.


"나무야, 혹시 산의 정상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니?"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 걸?"


나무는 다시 거세어진 바람을 버티며 힘겹게 말을 했다. 나무는 바람을 견디어 다시 이리저리 세차게 휘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나무를 보며 안쓰러웠지만, 나무는 바람을 자신에게서 내보낼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거리를 두고 볼 때에는 바람에게 시달리는 나무가 무척 불쌍하다고 생각했지만, 가까이 와서 그것이 나무 스스로가 바람을 붙잡아 그렇게 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니 아까처럼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나는 나무가 바람을 내보내기 전에는 쉼 없이 춰야 할 춤을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언제나 바람이 부는 나무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다시 길을 떠났다.


-안개의 산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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