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맑은 대구탕처럼

담백한 대구탕 한 그릇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아름답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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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삶은 한 잔의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커피 한 잔을 두고 한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내 마음에 와닿았다기보다는...


'무슨 커피 한잔을 이렇게 거창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나? 지옥에는 가봤나? 악마나 천사를 본 적은 있고? 뭐?? 사랑이 달콤하다고?!!'


하는 배배 꼬여버린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대구탕 매장을 운영하고, 제법 긴 시간 아침마다 대구탕을 먹다 보니,


누군가 삶은 뭐라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삶은 계란이지... 뭐 삶은 감자도 좋고..."라는 시답잖은 농담이나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삶은 한 그릇의 맑은 대구탕이 아닐까? 하는 요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콤한 양념이 듬뿍 들어가 혓바닥을 휘감으며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가 캬~~~ 끝내준다!라는 감탄이 나오는 자극적인 맛이 아닌,


투명하게 맑고, 별다른 자극도 없는 담담한 맛. 담백한 맑은 대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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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늘 넘치는 기쁨으로 가득할 순 없다.


매일 넘칠만한 기쁨이 반복된다면, 그것으로 기쁨은 일상이 되어버리고, 기쁨은 더 이상 기쁜 일이 아니라 평범한 일이 될 테니.


마찬가지로 삶이 늘 괴로움만으로 가득할 수도 없다.


괴로움이 반복되면, 그 괴로움에 무뎌지고, 그 괴로움 또한 일상이 될 테니.


삶은 아주 드물게 주어지는 기쁨과 슬픔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별거 없는 하루라 여기는 평범하고 담백한 일상에 달려있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의 담백한 하루들이 모여 우리 인생의 전부를 이룬다.


담백한 맑은 대구탕을 보며, 담백한 일상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대구탕을 참 많이도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의미를 억지로 가져다 붙이지 않더라도 1,200일이 넘는 아침마다 대구탕을 먹고 있는 나에겐 이미 맑은 대구탕이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어떤 일을 하고 있다면, 거기서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프로 바둑 기사만이 반상 위에 놓인 돌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한 잔의 커피에서, 누군가는 산이나 바다에서, 그리고 누군가는 나처럼 맑은 대구탕 한 그릇과 같은 음식에서.


우리는 우리가 하는 그 일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는 일에서 의미를 꼭 찾아야 하는 건가?"


아니다.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 또한 그것으로 다른 의미를 지니는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