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라이브 시작 3년 6개월 만에 본사를 방문한 이야기.
대표님 안녕하세요,
12/18(수) 카트헌터 - 아침엔 대구탕 & 스튜디오 161 라이브커머스 교육사업
*방송장소 : 그립로비
이날 그립 본사에서 방송 출연 가능하실까요?
12월 6일 금요일 이 문자를 받았다.
기분이 묘했다.
방송에 오시는 분들이
"사장님은 본사 언제 가요? 방송 1년도 안된 분들도 본사에 가고 그러던데, 아직도 못 가시는 거예요?" 라며 나를 놀릴 때,
"멀어서 안 가는 겁니더!! 시간도 없고예! 장사해야지 어델 갑니꺼?" 라며 너스레를 떨던 나였다.
속으론
'불러줘야 가지! 안 불러 주는데 어떻게 가?'
생각하면서, 언젠가는 불러주길 바랐다.
올해도 12월이 될 때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기에
'24년도 물 건너갔구나..... 25년에는 가볼 수 있으려나?...... 뭐, 언젠가는 가보겠지?'
마음을 다독이고 있는 상황에 이런 문자가 온 것이다.
그런데, 그냥 부른 것이 아니라 스튜디오 161 교육사업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 교육사업 지원으로 가는 거구나...'
지난번 라이브 방송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보고 날짜가 딱 화요일 매장 쉬는 날이라 수강하러 갔었는데, 그것이 연계가 되어, 네이버 쇼핑라이브 방송도 서울 강남의 스튜디오에서 하게 되었고, 이렇게 그립 라이브 본사 방송까지 연계가 된 모양이었다.
그립에서 자체적으로 불러준 것이 아니라, 교육의 연계사업으로 불러준 것이란 사실에 조금 씁쓸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그럼 어떠랴! 이리 가나, 저리 가나 가기만 하면 되는 거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어쨌건 25년의 목표로 또 미뤄둘 뻔했던 본사방송을 24년에 해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본사 방송을 준비했다.
우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교통편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본사 방송을 다녀온 인근 지역의 아는 동생이 말하길,
"형! 거기 진짜 멀어요! 나 죽는 줄 알았잖아!"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 안 걸릴지 모르겠지만, 동생이나 나처럼 지방에서 차를 가지고 가려면, 가는 시간만 4~5시간은 걸린다.
물론, 간만큼 다시 돌아와야 하니, 돌아오는 시간도 비슷하다.
10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야 한다는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멍해졌다.
나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조건 대중교통이다!!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SRT를 알아봤다.
매진!
얼른 KTX를 알아봤다.
SRT처럼 매진까진 아니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았다.
버스를 알아보니, 버스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맞지 않았다.
남은 수단은 비행기.
비행기를 타고 가면 김포에서 그립 본사까지 1시간이 넘게 지하철을 타고 가야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본사에서 사용할 대구탕과 낙지, 대구목살, 양념장, 와사비 장 등은 모두 하루 전에 도착할 수 있도록 택배로 발송을 했다.
방송 당일.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서 내렸다.
이른 아침에 출발을 하느라 아침을 거른 상태라, 공항 푸드코트에서 간단하게 순두부와 솥밥 정식으로 아침을 해결.
아침을 먹고 나서 지하철을 타고 그립 본사에 도착.
본사 1층 로비에 도착은 했지만, 바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로비에서 매니저님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 외부인 출입증을 받아 올라가야만 했다.
드디어 그립 사무실에 도착!
본사 사무실에 도착하니 로비에는 이렇게 방송 준비가 되어 있었고, 다른 한쪽은 직원들의 사무실, 또 다른 한쪽은 사무실 직원들이 회의를 하는 회의실 이런 식으로 나뉘어 있었다.
"저기.... 여기서 방송을 하나요?"
"네? 아, 네. 여기서 할 거예요."
네이버 스튜디오에서 하던 방송과는 사뭇 다른 느낌.
네이버뿐만 아니라, 다른 쇼호스트들과 함께 제품 판매 방송을 할 때는 스튜디오에서 주위에 들려오는 잡음 없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방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세팅이 되었는데, 여기는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의 가운데 떡하니 방송 준비를 해 놓았다.
"커피 한잔 하시겠어요?"
사무실에는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둘러보니 냉장고 속에 비치된 간식과 과자들이 언제든 편하게 꺼내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앉아서 잠시 커피를 마시는 동안 몇몇의 사람들이 냉장고 문을 열고 음료를 꺼내어 가고, 과자 앞에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하나를 쏙 집어가는 모습이 무척 자연스러워 보였다.
방송 시작 전 매니저님과 PD님께서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될 것인지 미리 말씀해 주셨고, 잠시 후 도착한 쇼호스트 유채로아님과 함께 어떻게 할 것인지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1시간 방송.
방송을 하는 동안, 예상했던 대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물론 카메라에 나오지는 않도록), 촬영을 하는 PD님도 중간중간 계속 말을 하고, (다른 곳에서는 손짓과 표정으로만 말하는데, 진짜 방송에 말이 들리게 말함) 어떻게 생각하면 정신 사나울 수도 있지만, 정말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방송을 했다.
60분이라는 시간이 엄청 빠르게 지나갔다.
우리는 이 방송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이곳에 왔지만,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에 처리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 중 하나였기에, 방송이 끝나자마자 그립 본사를 나섰다.
한 시간의 방송을 위해 올라오고, 내려가고, 하루를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매장을 벗어나 나에게 주어진 짧은 여행이라 마음먹으니 기분도 좋아지고 마음에 여유도 생겼다.
방송에서 내가 먹는 연출은 없었기에, 방송이 끝나니 몹시 출출했다. 그렇다고 거기서 밥 좀 먹고 가겠습니다!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우리는 나오자마자 따끈한 수육 + 순대 전골에 소주를 한 잔 마셨다.
이른 아침부터 추운 날씨에 서둘러 비행기를 타고, 방송을 하느라 신경을 썼던 탓인지 따끈한 국물과 소주 한 잔에 몸이 노곤하게 녹아내렸고, 긴장된 마음도 덩달아 함께 녹아내렸다.
"크...... 이거지... 이거...."
이른 시간이었지만, 오늘 하루 주어진 일과를 마치고 즐기는 여유.
불과 몇 년 전이었다.
그립이라는 회사가 설립된 것이 2019년.
회사 설립 첫 6개월 동안 방송 판매자가 40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고전을 했던 그립은 코로나라는 변수를 만나 급격히 성장을 했다.
외부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 그중에서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라이브 방송으로 모여든 것이다.
그리고, 다른 곳에는 없는 선착순 게임, 경매, 초성퀴즈, 추첨 등 그동안 라이브 방송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엔터테인먼트의 요소까지. 여기서 몇 가지 프로그램은 특허까지 등록을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방송을 도와주는 매니저 기능까지.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매니저 기능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회사직원이라던가, 우리 가족이라던가, 지인이라던가 하는 사람들이 나의 방송을 도와주는 매니저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럼 도대체 매니저가 누구냐?
우리 방송을 자주 시청하고 구매해 주는 구매자들 중 한 사람이다. 아니, 정확하게 한 사람이 아니다. 10명까지 둘 수 있으니 1명부터 10명까지가 매니저다.
내가 자주 가는 홍천찐빵이라는 방송채널에는 열 명의 매니저가 십 선녀라는 애칭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서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럼 매니저에게 무엇을 지불하느냐!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나 역시도 처음 방송을 할 때 여기저기 물어봤던 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Nothing!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는다!!
뭐라고?? 아무것도 주지 않는데,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방송을 도와준다고????????
그렇다. 나의 방송을 다른 라이브 방송에 가서 홍보해 주고, 오히려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이 나의 제품을 구매해 주고, 심지어 방송을 도와줄 수 있는 제품들이나, 상품들을 다른 곳에서 사비로 구매해서 보내주기까지 하고, 방송 중에 먹으면서 하라고, 차나 음료와 간식까지 보내준다.
이..... 이렇게까지? 정말 아무것도 안 주는데, 이렇게까지 한다고??
그렇다. 물론, 방송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남들보다 이런 매니저들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쓰고, 뭐라도 하나 더 챙겨 주기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금전적인 관계가 절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이윤관계가 아니다 보니 더욱 허심탄회하고, 편안하게 서로 할 말을 하게 된다.
아직 그립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것인지.
혹시라도 궁금하다면 꼭 그립 앱을 깔아서 경험해 보길 바란다. 이미 1,000만 명 이상이 앱을 설치했으니,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라도 경험 정도는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조심!! 또 조심!!!
그립중독! 그립마약! 그립아제발! 그립이제그만!! 등등의 닉네임들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립에는 중독성이 있다는 의미다.
내가 아는 앱 중에서 쇼핑(shopping)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합성어인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의 요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앱이 바로 그립이 아닐까 생각한다.
새해가 밝았다.
지난 수년간 새해 첫날 이런저런 핑계로 산을 오르지 않았는데, 올해는 아이들과 처음으로 산을 올라 일출을 맞이했다.
올해 이루고 싶은 일들을 소망하고, 지나간 한 해 있었던 일에 감사했다.
첫 강의, 첫 본사 방송, 첫 백화점 행사......
이 감사한 일들도 꾸준히 방송을 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니, 3년 6개월 동안 꾸준하지 못할 뻔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꾸준함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
방송도 그렇지만, 지금 쓰고 있는 이 글. 브런치.
브런치에 처음 글을 올렸을 때가 2016년 3월.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시작되었을 때가 2016년 8월부터였으니 완전 초창기 글을 올리는 사람이 몇 없을 때부터 시작했다.
그때 함께 시작했던 사람들끼리 서로 글을 읽어 주고 오며 가며 댓글을 남기기도 하고, 약간의 소모임 같은 느낌도 들었었다.
당시 열심히 활동한 분들은 현재 수천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나는 브런치를 오래 하긴 했지만, 그리 많은 글을 꾸준히 올리지는 못했다.
그래서 보시다시피 구독자가 3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꾸준하지 않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꾸준함과 꾸준하지 못함의 차이가 그립과 브런치에서 확연하게 느껴진다.
올해는 브런치에서도 좀 더 꾸준해야겠구나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