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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도 비가 올까요?

[마흔에도 비가 올까요?]

마흔에도 비가 올까요?


이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가 39살 때였으니 벌써 7년이 훌쩍 넘었다.


이젠 쉰에도 비가 올까요?라고 바꿔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시작이 삼십 대에 있었으니,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시작이 반이라지 않은가!


어릴 적에는 비가 마냥 좋았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이면 뿌연 연기 같은 안갯속에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가끔은 홀로 이 세상을 벗어난 다른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몽상을 하기도 했었다.


자라면서 하나, 둘 어린 시절 꿈꾸던 나의 환상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지만, 아직도 비가 내리는 날에는 이상하게 살짝 기분이 들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흔을 앞둔 서른아홉의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야릇하게 들뜬 기분이 들던 날.


'나이가 들면... 언젠가 내가 느끼는 지금의 이 감정도 사라지게 될까?'


기쁘고, 흥겹고, 즐겁고, 기분 좋은 감정에 점차 무뎌질 것 같아 문득 두려워졌다.


이런 감정들을 잊어버리고 살까 봐. 내가 나답지 못하게 될까 봐.


가끔 예전 일기를 들여다보면


'그땐 내가 이런 생각들을 했었구나.....'


일기를 보면 지금은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감정도 있고, 전혀 어떤 감정이었는지 기억조차 못하는 것들도 있다.


그래서 기록하기로 했다.


나에 대한 기록. 나 다움에 대한 기록.


이것이 시간이 흐르면 그때 당시의 나에 대한 기록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때론 봄비처럼 가볍게, 때론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세차게 나의 감정들이 기록될 것이다.


모쪼록..


세월이 흘러도 언제까지나 비를 좋아하는 내가 남아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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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걸 보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내가 기뻐 - 바닷마을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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