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

직장인 VS 자영업자

직장인 VS 자영업자


사람들은 자신이 해보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궁금해한다.


직장만 다닌 친구들이 말한다.


“자영업 하면 편하지 않냐? 상사 눈치 안 봐도 되고, 자기 편한대로 시간 조절할 수 있고.”


자영업만 해본 친구들은 또 말한다.


“야, 한 달만 채우면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직장인 생활이 얼마나 편하냐?”


나는 지금 자영업 12년째에, 회사 3년째. 어떻게 하다 보니 두 가지 모두 다 하고 있는 사람으로 이 두 가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먼저 직장인들의 고충 중에서 1순위로 꼽히는 게 바로 야근이다. 정해진 시간에 마치면 좋은데, 결코 정해진 시간에 마치는 법이 거의 없다. 집에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도, 저녁에 약속이 있어도, 상사가 뭔가 더 할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폼을 잡고 앉아있다면, 먼저 일어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참을 참다가 결국 머뭇거리며 인사를 하고 갈라치면,


“할 일은 다 했어?”


세상에 끝이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과연 직장인들 중에서 상사의 이 물음에, 당당히


“네! 다했습니다!”


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직장에서는 상사뿐만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직원들도 늘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서로 죽이 잘 맞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상사보다 더 못할 때도 있다.


누구나 해도 상관없는 일을 꼭 미루고, 전달받은 사항을 잘 알려주지도 않고, 다 같이 해야 할 일이 있을 때에도 핑계를 대면서 빠지기 일쑤다.


직장인은 서류작성도 잘해야 한다. 어디 한번 출장을 다녀오더라도, 출장신청서를 작성해야 하고, 차량 운행일지를 기록해야 하고, 다녀와서는 출장 품의서와 출장복명서를 써야 한다.


거래처나 국가지원사업을 위해서 PPT를 잘 작성할 줄 알아야 하고, 지원신청서와, 중간보고서, 결과보고서까지 잘 써야 한다.


일이 밀려있으면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하고, 거래처의 부탁이 있으면 휴일이라도 거래처에 다녀와야 한다.


상사 눈치 보고, 동료들 눈치도 보고, 거래처와 통화에, 밀린 서류업무를 하느라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버리는 것이 직장인의 하루이다.



그럼, 자영업은 어떨까?


물론 직원들을 많이 고용한 자영업자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나처럼 한두 명의 아르바이트생만을 데리고 음식장사를 하는 영세자영업자는 가게를 결코 비울 수가 없다.


주말에 손님이 많은데, 가족들은 주말에 놀러 가자고 한다. 자연스레 나만 빠지게 된다. 크게 마음먹고 하루 쉬려고 하는데, 예약전화가 온다. 그러면 또 가게 문을 열어야만 한다. 또 나만 빠지게 된다. 자영업에 휴일은 없다.


내가 문을 닫는 날이 바로 쉬는 날인데, 몇 번 문을 닫으면 지금까지 공들여 만들어놓은 단골손님들이 다 떨어질 것을 알기에 단 하루도 문을 닫지 못한다. 아무리 아파도, 급한 일이 있어도 문은 열어야만 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가족들의 사진에서 나는 찾아보기 힘들어지게 된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늦은 점심을 먹고, 저녁시간이 지나서 늦은 저녁을 먹는다. 식당에서는 식사시간이 가장 바쁜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끔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고 혼자 있을 때도 있는데, 밥을 먹으려 음식을 입에 가득 넣었다가 손님이 불쑥 문을 열고 들어와 입에 넣었던 밥을 뱉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요리를 하다 보니, 불에 델 때도 가끔 있는데, 살짝 데었을 때에는 곧바로 얼음을 거기에 대고서 한참 동안 있으면 열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피부에 흉터가 남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바쁘지 않을 때 이야기이다.


어느 날, 그날따라 이상하게 손님이 많을 때였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가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등을 살짝 스쳤다. 얼음으로 한참 동안 문지르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그럴 상황이 못 되었기에, 점점 변해가는 나의 피부를 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계속 일을 해야만 했다.


손님은 언제 온다고 정해놓고 오는 것도 아니다. 갑자기 몰려올 때도 있고, 전혀 없을 때도 있다. 몰려올 수도 있으니, 음식을 많이 준비해 놓았다가 안 와서 다 버리고, 없을 거라 생각해서 음식을 조금만 준비를 해놓았다가 몰려와서 손님들에게 욕을 먹는다.


한 그릇의 음식을 팔기 위해, 재료를 사야 하고, 그것들을 다듬어야 하고, 냉장고에 보관을 해야 하고, 가스불로 조리를 해야 하고, 서빙을 하며 온갖 별난 손님을 다 상대해야 한다.


매월 전기, 가스, 전화, 인터넷,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지서가 날아오고, 아르바이트생의 인건비를 지급해야 한다.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한 화재보험에 가입을 해야 하고, 소방법, 위생법에 저촉되지 않게 모든 시설을 다 갖춰야 하며 정기적인 위생교육을 받아야 한다.


직장인의 가장 큰 단점은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 가장 큰 장점은 때가 되면 월급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가장 큰 단점은 버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고, 결국 전 재산을 다 잃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잘될 경우 직장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큰돈을 벌 수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단편적인 이야기일 뿐이지, 모든 직장인들이나, 모든 자영업자들이 다 이런 것은 아니다.


자영업과 직장인 어디가 더 나은지 선택을 할 수는 없다. 단지 조금이라도 더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럼 친구가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돈 때문에 하는 거지.”


맞다. 돈이 아니면 상사의 잔소리를 꾹 참고 듣지도 않을 것이고, 서서히 번지는 상처를 빤히 바라보며 요리를 하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뭔가를 통해서 그 상황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면, 스스로가 그 상황을 좋아하게끔 만드는 수밖에 없다.


계속된 불평과 불만은 더욱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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