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 꾸준함.
가끔 가게에 출근을 할 때 운동 삼아 걸어서 출근을 할 때가 있다. 집에서 가게까지의 직선거리는 아주 먼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게까지 가기 위해서는 산을 넘어야 해서 시간이 제법 많이 걸렸다. 그래서 가게까지 걸어가기 위해서는 2~3시간 정도를 더 일찍 집에서 나온다. 만약 산을 넘어가지 않는다면 산자락을 빙 둘러서 가야 했고, 그러면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등산하는 셈 치고 산을 넘어서 갔다. 산을 넘어가면 맑은 공기를 흠뻑 마실 수 있어서 기분이 무척 상쾌하고 좋았다.
가게로 넘어가는 산의 정상에는 별을 관찰할 수 있는 천문대가 있어서 차가 다닐 수 있도록 도로가 나있었다. 그 길은 나도 차를 타고 가게에 갈 때 자주 이용하는 길이다. 차를 타고 갈 때에는 산을 오르고 내려가는 길이라 창문을 열고 맑은 공기를 한가득 마실 수 있어서 무척 좋았지만, 반대로 걸어서 갈 때에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가는데, 옆에서 자동차가 지나가며 배기가스를 뿜어댔기 때문에 불쾌했다.
다행히도 산을 넘어 가게로 향하는 길은 한 곳이 더 있었다. 그곳은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었는데, 사람들이 잘 몰라서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 길을 이용했다.
나는 등산을 하거나,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이 없는 걸 좋아한다. 남에게 방해받을 일 없이 홀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기에 무척 좋기 때문이다. 특히 등산을 할 때에는 더 그렇다. 그냥 거리를 걸을 때는 한 사람의 존재가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지만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누군가의 존재는 서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한 사람은 내려오고 한 사람은 올라가는 길이라면 잠깐 마주치고 짧은 인사를 건네고서 스쳐 지나가면 그뿐이지만,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이 있으면 아주 신경이 쓰인다.
아침 일찍 눈이 떠진 어느 날이었다. 날씨가 화창해서 운동 삼아 가게에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고선 얼른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가 빼곡한 사람들의 주거지역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었다. 뒷짐을 지고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풀과 나무 그리고 흙이 만들어내는 풋풋하면서도 싱그러운 향기가 폴폴 풍겼다. 그 향기를 기분 좋게 맡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산을 올라가는데 저 아래에서 어떤 아저씨 한분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괜히 그 아저씨가 신경이 쓰여서 조금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올랐다. 그런데 그냥 걸어도 힘든 오르막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올라가자 얼마 가지 못해서 숨이 가쁘고 다리가 아파왔다.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숨이 턱에 차올라서 잠시 길가의 바위에 앉아서 쉬었다. 그런데 헐떡이는 숨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저기 아래에 조금 전 봤던 그 아저씨가 나타났다. 나는 깜짝 놀랐다. 분명히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제법 거리를 멀리 벌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느긋하게 걸어오는 아저씨가 벌써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잠시 고민을 했다.
‘아저씨를 먼저 보내드리고 뒤에서 걸어갈까? 아니면 다시 일어나서 내가 먼저 멀리 가버릴까?’
잠시 고민에 빠졌던 나는 내가 먼저 걸어가기로 했다. 멀리서 걸어오는 아저씨는 무척 느긋해 보였고, 그 아저씨를 먼저 보내주고 나서 내가 다시 그 아저씨를 앞지르려면 괜히 서로 신경이 쓰일 것만 같아서였다.
나는 앉았던 바위에서 얼른 일어나 다시 걷기 시작했다. 조금 숨이 찼지만 조금 전보다 빠르게 산길을 올랐다. 아저씨와 거리를 조금 더 두기 위해서였다. 숨이 차고 힘들었지만 한참을 빨리 걸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한참을 그렇게 걷다가 너무 힘들어 헉헉거리며 그 자리에서 멈춰 서서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저씨는 보이지가 않았다. 나는 너무 지쳐서 풀밭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참 동안 빨리 걸었으니 이젠 제법 거리가 멀어졌겠지?’
혼자서 풀밭에 앉아 저기 길 아래를 내려다보며 안심하고 있는데 맙소사! 그 아저씨가 다시 나타났다! 뚜벅뚜벅 쉬지도 않고 부지런히 걸어오는 그 모습은 마치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 나오는 추격자처럼 느껴졌다. 말을 타고 끝까지 집요하게 쫓아오는 살벌한 추격자.
나는 내가 한참 동안 부지런히 빠르게 걸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아주 힘든 일을 할 때, 한참 동안 일을 한 것 같은데 막상 시계를 보면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처럼 내가 단지 그 아저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힘들게 산을 오르는 일에만 신경을 써서 그렇게 느껴진 것뿐이었다.
이미 몸이 지쳐서 일어나기가 싫었지만, 또다시 몸을 닦달해 힘겹게 몸을 일으켜서 걷기 시작했다. 나는 빨리 걷는다고 걸었지만 나의 걸음이 현저히 느려지는 것을 나 자신이 이미 깨닫고 있었다. 다는 걷다가 이번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풀썩 주저앉았다. 아저씨와 멀리 떨어져서 걷기 위해 그런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저씨가 성큼 더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몇 번 더 그렇게 내가 걷다 서다를 반복하는 동안 아저씨는 점점 더 나와 거리를 좁혀왔으며 결국엔 나를 앞질러서 가버렸다. 나는 나를 앞질러가는 아저씨의 등 뒤에서 멍하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저씨는 빠르게 걷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허리춤에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세트를 척 두르고는 여유 있게, 주위를 살펴가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갔다. 나는 아저씨가 한참 멀어지고 나서야 다시 걷기 시작했지만 이미 힘이 다 빠져버려서 등산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는 모두 사라져 버리고 어서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힘들게 가게에 도착해서 시간을 확인해보니 평소보다 오히려 삼십 분이 더 늦었다. 힘은 더 많이 들었는데, 오히려 시간은 더 늦어버린 것이다.
나는 시원한 물을 한 컵 받아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가만히 앉아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등산을 하며 홀로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기 위해 아저씨로부터 멀리 떨어지려고 했는데, 오히려 그 생각에 사로잡혀 마음이 조급해져서 아저씨와 멀리 떨어져야겠다는 그 생각 이외에는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내가 빨리 걷는다고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느긋하게 걷는 그 아저씨가 나를 금세 따라잡았고 나는 평소보다 더 늦게 가게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여유도 있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즐겁게 산을 걸어도 급하게 걸었던 오늘보다 더 빨랐고, 지치지도 않았다.
오늘 급하게 걸었던 것이 결국 나의 몸을 더욱 지치게 만들고, 더욱 늦어지게 만든 것이었다.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문득 다른 일들도 나에게 일어난 일과 비슷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어떤 목표를 정하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급하게 달려간다. 지금이라도 당장 빨리 달려가면 그것을 곧 손에 넣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당장 혼신의 힘을 다 쏟아부어도 금세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꿈과 목표는 그것을 향해 달려간다고 해서 짧은 시간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항상 저기 멀리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어서 오라고 나를 향해 손짓을 하지만 다가가면 그만큼 멀리 물러서 있다. 그렇기에 꿈을 향해 다가가다가 지치기도 하고, 때론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거리는 단시간에 좁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나치게 자신을 몰아붙이다가는 지레 지쳐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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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기다림은 정체된 기다림이 아니다. 꾸준히 그 자리에서 노력해야만 하는 기다림이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은 게으른 사람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다고 성공은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꾸준한 노력으로 평소에 준비가 되어있었던 사람만이 성공의 기회를 꽉 잡을 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