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지렁이
많은 비가 내린다.
쏟아지는 빗길을 우산을 쓰고 걷다가 물에 퉁퉁 불어서 죽은 지렁이를 보았다.
지렁이를 보고서 문득 옛날 일이 생각났다.
어린 시절 아스팔트에 말라죽은 지렁이를 보고서, 비가 내리는 날 땅으로 나와 있는 지렁이를 보고서 난 지렁이가 물을 무척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땅에서 꿈틀거리는 지렁이가 있어서 살려주겠다고 물에 넣었다가 지렁이가 죽는 것을 보았다.
난 나중에서야 지렁이가 비 내리는 날 밖으로 나오는 이유는 물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숨을 쉬기 위해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랑하기 위해선, 먼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