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차를 타고 가는데, 돼지를 가득 실은 트럭이 내 앞에 선다.
트럭을 보면서 잠시 후에 죽음을 맞이할 돼지를 위한 짧은 기도를 한다.
'다음 생이라는 것이 만약에 있다면 부디 사람으로 태어나라. 착하고 선한 사람으로........'
흔들리는 트럭 위에서 긁혔는지 부분 부분 살이 빨갛게 변한 돼지도 보인다.
트럭이 잠시 멈춰있는 동안 한 돼지가 다른 돼지를 밀치며 자리를 옮긴다. 밀려나는 돼지가 꽥 소리를 지른다.
'이제 곧 죽는 것도 모르고 뭘 얼마나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그러다 문득, 돼지의 오늘 하루가 생각났다. 오늘 죽기 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될 트럭 위. 내가 볼 때는 별것 아니지만, 오늘 하루 중 돼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더 편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 아닐까?
돼지에게 있어서 하루가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다. 돼지의 자연수명은 10~15년이지만 보통 5개월에서 6개월, 그러니까 150일에서 180일 사이에 도축을 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돼지에게 하루는 우리 일생의 반년 정도의 기간에 해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전 아이들과 갔던 삼척의 대금굴이 생각난다. 동굴의 위에서 내려오는 종유석과 아래에서 올라오는 석순. 동굴의 어느 한 곳에 이르니 해설사분이 아주 조금 사이가 떨어진 종유석과 석순을 보면서 우스갯소리처럼 말했다.
"종유석과 석순은 100년에 1cm 정도가 자랍니다. 저렇게 아주 약간 떨어진 종유석과 석순이지만, 저 둘이 만나서 기둥인 석주가 되려면 200년이 걸립니다. 그러니 저 둘이 만나는 모습을 보시려면 200년 후에 다시 방문해주세요~"
농담에 웃었지만, 동굴에 무수히 펼쳐진 거대한 종유석과 석순의 한가운데서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짧은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다.
돼지농장에 사는 돼지에게는 사료를 먹는 일, 사료 중에서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것을 먹는 일, 다른 돼지보다 더 힘이 세고,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잠자리를 갖게 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인간의 눈으로 볼 때 돼지의 그런 행동들 중에서 과연 무엇이 그토록 중요해 보일까?
우주의 시간에서 볼 때 사람의 일생은 돼지가 트럭에 실려 도살장으로 향하는 그 짧은 시간도 되지 않는다. 눈을 한 번 깜박할 시간조차도 되지 않는다.
그런 찰나의 시간을 살면서 과연 무엇을 욕심낼 수 있을까.......
짧디 짧은 인생. 모두가 사랑하며 살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