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 정해란
장맛비 소회 / 시 정해란
비바람의 상처들이
깨진 생명으로 널브러진 산책길
나뭇가지와 잎, 풀과 꽃, 작은 생명들의
덜 마른 눈물자국이 선명한 아침
풋풋한 빗소리 따라
우듬지에서 불어오는 초록 바람결
함께 갈매빛* 나무 되어 종일 춤췄던 날씨로
몸 구석구석 풀어낸 여름날의 갈증들
그 사이에
바닥을 잃어버린 작은 생명의 숨결이
가족을 떠나보낸 핏빛 통곡 소리가
터전이 무너져 간 애절한 호소가
고요히 생존의 음역을 넘어섰다니
길바닥에 흘러내린 울음마저
발자국들에 몇 번인가를 짓밟히다니
뒷모습이 바닥에 쓴 문장마다 아프다
햇살 속에 곧 해체되고 말 문장마다
* 갈매빛 : 짙은 초록빛
*******
♥ 이번 시는 이틀 전 내렸던 장맛비의 뒷모습을 보면서
상실의 아픔을 표현한 시입니다.
무더위 속 청정해지는 비바람에
정말 기분 좋아했는데 이런 뒷모습이
마음에 남아서...
앞으로 올 장마나 태풍 등 기상이변에도
늘 평온하시길 기도 드리면서 공유합니다
♥ 이 자작시 낭송 직접 듣고 공감과 응원으로 함께해 주신 모든 분 깊이 감사드립니다^^
# 이 시는 시 전문 인터넷 신문 '시인뉴스포엠'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아래 화면 클릭 ↓ )
https://youtu.be/sGMwaVlxr0s?si=fIdhFti5riIGJ1Q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