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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소회

by 시 정해란

by 정해란


장맛비 소회 / 시 정해란


비바람의 상처들이

깨진 생명으로 널브러진 산책길

나뭇가지와 잎, 풀과 꽃, 작은 생명들의

덜 마른 눈물자국이 선명한 아침


풋풋한 빗소리 따라

우듬지에서 불어오는 초록 바람결

함께 갈매빛* 나무 되어 종일 춤췄던 날씨로

몸 구석구석 풀어낸 여름날의 갈증들


그 사이에

바닥을 잃어버린 작은 생명의 숨결이

가족을 떠나보낸 핏빛 통곡 소리가

터전이 무너져 간 애절한 호소가

고요히 생존의 음역을 넘어섰다니


길바닥에 흘러내린 울음마저

발자국들에 몇 번인가를 짓밟히다니


뒷모습이 바닥에 쓴 문장마다 아프다

햇살 속에 곧 해체되고 말 문장마다


* 갈매빛 : 짙은 초록빛


*******


♥ 이번 시는 이틀 전 내렸던 장맛비의 뒷모습을 보면서

상실의 아픔을 표현한 시입니다.

무더위 속 청정해지는 비바람에

정말 기분 좋아했는데 이런 뒷모습이

마음에 남아서...

앞으로 올 장마나 태풍 등 기상이변에도

늘 평온하시길 기도 드리면서 공유합니다


♥ 이 자작시 낭송 직접 듣고 공감과 응원으로 함께해 주신 모든 분 깊이 감사드립니다^^

# 이 시는 시 전문 인터넷 신문 '시인뉴스포엠'에도 게재되었습니다.

https://www.poetnews.kr/17524


(아래 화면 클릭 ↓ )

https://youtu.be/sGMwaVlxr0s?si=fIdhFti5riIGJ1Q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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