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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형 웃음으로 외 1편 / 정해란

by 정해란


고품격 시의 보고! 시인뉴스포엠 신문에

제 시 <육각형 웃음으로> 외 1편 게재 되어 공유합니다

터치 한 번으로 이 곳의 좋은 시들도

함께 감상해 보시길 권합니다^^


모든 문우님

가을이.남겨둔

햇살과 빛깔과 바람과 함께

평화로운 주말 맞으시길 바랍니다^^


*****

단풍과 낙엽 사이 정해란

1


아직 매달려


제 빛깔 지키는 잎도


중력 따라 남김없이


무게를 벗는 잎도


모두가 눈물겨운 사랑 아닐까


2


울음소리의 공명으로


단풍이 낙엽 될까 봐


새들의 울음도 잠시 쉬는


고요한 가을의 내리막길


머물러 매달린 눈물 어린 단풍에


함께 숨죽여 봅니다



3


계절마다 삼켜온 눈물의 무게


가장 높게 빛나던 이름


긴 적요 속으로 놔 버리니


생과 사의 경계를 지나는

소리 없는 낙화落花





육각형 웃음으로 정해란




육각형의 여유 있는 웃음이


수많은 다각형을 내려다본다



어떠한 예각도 품지 않아


주변에 동족이 아무리 모여들어도


원보다 빈틈없는 육각형의 비밀



벌들이 먼저 찾은 신비로운 구조


불안이 꿈틀거리는 어느 곳이든


쌓을수록 탄탄해 밀도 높아가는 가능성


가장 많은 꿀 모을 수 있다는 도형이


서로의 어깨 품은 육각형 벌집의 품이었다니



신인류가 만든 육각형 인간*


손대지 않은 외모와 집안의 축은


태어날 때부터 손에 쥔 편안한 각


성격, 학벌, 자산, 직업의 축은


시간과 노력이 쌓여 이뤄낸 각



모난 돌이 수없이 정 맞았던 시간의 지층


직각 벌려 서로를 껴안을 수 있는


새로운 이상형으로 우뚝 선 육각형 인간


그대, 동경해야 하나 좌절해야 하나



꽉 채워 흐트러지지 않는 여섯 각


여전히 완벽하게 웃고 있다




* 육각형 인간: 대상의 특징을 드러내는 여섯 축(외모, 집안, 성격, 학력, 직장, 자산)의 그래프에서 각 축이 모두 꽉 찬 상태,


즉 '완벽'을 뜻함. 『트렌드코리아 2024』김난도 著







▲정해란 시인


저서 : 제4시집 『커피 한 잔의 고요가 깨어나면』 『시간을 여는 바람』


한영시집 『한국시 평화의 날개 달다』 외 다수


수상 : 제8회 문학세계 작가대상, 제21회 탐미문학상 및 제22회 세계문학상 본상


https://m.poetnews.kr/1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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