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다의 품사를 낚다 / 엘리베이터, 오늘도 휴거중인가

시인 정해란- 시인뉴스포엠 게재

by 정해란

■ 바다의 품사를 낚다

■ 엘리베이터, 오늘도 휴거중인가


시 전문 인터넷신문 '시인뉴스포엠'에

두 편의 시가 게재되었습니다^^



바다의 품사를 낚다 / 정해란


갖가지 품사들이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바다


찰랑이던 동사들이

평온하게 해와 달을 끌거나 밀다가도

한순간 폭풍우나 해일로 바뀌는 품사


기상을 쥔 제우스의 손에서도

소금기를 끌어당기는 어부의 손에서도

강도를 넘어선 부사는 여전히

바다의 생태계를 이리 흔들다니


윤슬로 반짝이던 형용사들이

그물이나 낚시로 빛을 본 순간

생사의 경계 건너

느낌표와 마침표로 뒤바뀌는 바다


파닥거리는 주어가 걸려들면

인연의 끈을 놔야 하는 운명들

주어를 잃어버린 바닷속 서술어들이

온통 새파랗게 밀려온다


엘리베이터, 오늘도 휴거*중인가 / 정해란


온갖 체중과 체취, 호흡과 표정을 태워

내비게이션의 끝에 선 고층 건물의 입


잠깐 머금었다가 쏟아내는 사이

무관심과 침묵 틈으로 흐르는 빠른 스캔

서로 다른 부류지만 익숙해진 그들

체온이라는, 같은 동이라는 공통된 숫자가

거부할 수 없는 카테고리로

의도치 않게 좁혀지는 시간


초조함도 느긋함도 동승한 탓에

흐름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가르침

웅크린 숫자가 고층일수록

깊은 깨달음을 주는 직육면체


저녁엔 하루분 피로를 들이켜주고

아침엔 눈부신 에너지도 뿜어내는 생물

각양각색의 삶을 실어 하늘땅 오간다


엘리베이터

신인류의 발바닥 반동으로

오늘도 휴거 중인가?


* 휴거(携擧, 영어: rapture) : "끌어 올려지다"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시, 살아있는 신자와 죽은 신자가 모두 공중으로 들려 올라가 예수님을 만나는 사건


http://m.poetnews.kr/18426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눈 내리는 날의 독백 /시인 박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