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해서 살만하다는 증명을 시작합니다.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구글 독스를 열어서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 나는 내가 맡은 업무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콧속 고형 분비물 정리, 동시에 요즘 로제와 아파트로 콜라보해서 그를 모르고 있던 젊은 친구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는 브루노마스의 예전 일화가 담긴 영상(소극장 콘서트에서 어린 꼬마가 자기를 저스틴비버라고 부른 것에 반응해서 즉각 그 꼬마가 좋아하는 저스틴비버의 노래를 부르면서 1절 끝날 때 넌 나를 저스틴비버라고 했지! 하며 유쾌하게 마무리하는 영상)과 소리가 동시에 떠오르는 상태에서 허리를 움직이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음의 발생위치를 추측하며, 이 글에 적은 것 이외에도 다른 오감채널, 내면채널에서 들어오는 정보들을 지각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며 동시에 내가 어떤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주요한 증상들이라고 증언할 수 있다. 한달 반 전부터 약물치료를 하고 있는데, 심장 두근거림과 어지럼증, 두통 증세가 가라앉고 약물에 적응되는 것 처럼 느껴진 직후, 오히려 내가 주의력을 분산해서 쏟고 있는 내면의 윈도우 창에 동시에 집중되는 경험을 하고 있고 이것이 오히려 과도한 정신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햄릿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독백하듯이 나에겐 ‘살만한가? 아닌가?’ 하는 독백이 거의 언제나 한쪽 창에 열려있는데 무슨 일을 하든지간에 내면 속 나의 공간에서 내면시선 속에는 언제나 그 창에 눈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판단해서 정죄하는 것보다 더 옳은 판단이 있으므로 판단을 멈추려고 노력하는 인지행동치료를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이 치료를 계속 하기 위해 글을 작성하는 것이다. 다른사람들처럼 ‘그냥 해’ 가 안되는, 이 정도면 되겠다하는 기준들이 너무 없어서 하나하나 기계처럼 다 지정해줘야하는 코딩형인간인지, 이 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인건지 그동안 많은 자책감에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자존감을 떨어뜨려 살아온 지난날들, 밑둥잘린 나무같은 나의 생은 비록 늦었다고 생각하는 시간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잘린 밑둥이라도 있는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과정을 독자분들과 같이 탐구해야겠다. 댓글은 항상 열어 두도록 할 것이며, 궁금한 사항이나 의문나는 사항은 댓글로 적어주시면 감사드리도록 하겠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객관화 작업이 같이 진행되며 그로 인해서 주관에 빠져서 고립되어 있는 확률이 줄어들고 스스로를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이 가능하도록 한발짝씩 나가는 삶을 위해서 ‘산만해서 살만하다’는 이 증언은 앞으로 계속 유지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ADHD는 약물의존 없이도 일상을 살아나갈 수 있는가’에 목표를 두고 끊임없는 과몰입을 통해 지식과 심리치료의 지평을 넓혀서 나 뿐만 아니고 이 글을 읽으실지도 모르는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또한 나는 여러분들을 잘 모르지만 댓글로 용기내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 주신 분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하도록 하겠다.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그 시작부터가 진입장벽이 높은 행위이며 타인에게 자신의 약점이 될 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자신감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이 되서 심리적인 방어기제가 작동할수도 있는 방아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한 생각, 소중한 일상 나눠주시는 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음을 말씀드린다. 이것은 생존일지이자 치료일지이자 생각들을 적는 단상고백이기도 하며 사유의 과정을 적는 사유기록이기도 하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고백처럼, 나는 눈을 뜨자마자 생각이라는 공기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왔지만 다른 곳으로 주의력이 분산되는 바람에 생각만큼 큰 어려움을 겪어도 다른 쪽으로 신경이 쏠리면서 스스로를 보호해왔던 나는 비로소 다른 사람의 심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근사적으로 체험하면서 내 지난날을 거울로 돌아보고 지금의 시점에서 내가 살아나갈 방향을 맞춰 항해도를 작성하는 일을 마땅히 해야하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이 연재는 내가 짊어져야하는 의무이며 치료를 위한 발버둥이며, 동행을 위한 탐구일지 그리고 눈위에 난 발자국과 같은 여정표시가 될 수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남긴 기록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눔의 실천으로 얻는 큰 보람이 될 것이다. 앞으로 잘부탁드린다고 인사글을 올리며,
이 연재는 ‘구글 독스 글자 Arial 글자체로 11포인트’ 조건으로 기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