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리미티드 에디션은 소중해, 동네서점 한정판의 파워

#서점의기쁨과슬픔 #비정기산문집

by 서점원

9월

04


이날은 꾸준하게 손님이 서점을 방문한 날, 평범한 목요일인데 나는 여전히 손님들이 언제 책을 사고 싶은지 도통 데이터를 얻지 못하고 있다(아마도 이건 평생 모르지 않을까).


어제 입고한 민음사의 민음의 시 <우리는 사랑하기 좋은 팔을 가졌구나>가 호황을 맞았다. 1차 입고분이 진작에 솔드 아웃된 터라 심상치 않은 기세에 놀란 나는 과감하게 추가 주문을 감행(평소의 나 답지 않은 빠른 판단력)했는데 기특한 결정이라 말하고 싶다. 그 후 며칠간 이 시집을 예약한 사람이 엄청 많았으니, 서점원으로서 감이 조금은 늘었다고 칭찬할 만하다.


<우리는 사랑하기 좋은 팔을 가졌구나>는 ‘사랑’을 주제로 열 명의 시인이 쓴 서른 편의 시를 엮어 낸 a7 크기의 아주 작은 시집이다. 손바닥만 한 크기로 주머니에 쏙 넣고 다닐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오직 동네서점에서만 판매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대형 온라인 서점에선 볼 수 없는 동네서점 한정판!

직접 서점을 찾아야만 구입할 수 있는 것!


과감하게 추가 입고를 결정한 것도 동네서점에서만 판매한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민음사에서는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에 입고 서점 리스트를 소개해 주기도 했는데 많은 분이 입고처를 보고 가까운 동네서점을 방문해 책을 구입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서점의 존재를 몰랐던 동네 주민에게 서점을 소개할 수 있고, 책도 판매하니 동네서점엔 정말 단비 같은 기획이라 할 수 있다. 출판사마다 돌아가면서 매달 한 권씩 동네서점 에디션을 한정판으로 내줬으면 좋겠다(진심이다).


사람들은 특별한 것에 끌린다. 여행을 가서 지역 특산품을 사 오고, 한정판이라고 하면 한 번 더 들여다 본다. 서점 역시 같은 결이다. 그 공간만이 갖는 고유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우리 서점에 오리지널리티가 있느냐 묻는다면 아직 확답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고유한 결이 봉긋하고 솟아나지 않을까(동네서점 한정판의 인기를 느끼며 서점이 가야 할 길에 대해 급 생각해 보는 서점원).


+

근처 대학의 필름 카메라 동아리 ‘찬빛’에서 발행하는 레터를 엮어 만든 책 <심도> 입고 계약을 체결했다.

학생들에게 유독 너그러워지는 건 왜일까, 무언갈 해보려는 시도 하나하나가 기특해서겠지. 이번 계약은 서점의 수익을 내겠다(물론 다른 책도 수익을 어마어마하게 내는 건 아니지만)는 그런 비즈니스적인 계약은 아니고, 약간은 소꿉놀이 같은 계약이다. 그저 누군가 책을 읽어보고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그럼에도 서점원은 이 책을 판매해 수익을 정산해 주어야만 나의 일을 해냈다는 생각이 들 것만 같다. 과연 언제쯤 수익을 정산해 줄 수 있을지.



2025년 9월 25일 수요일

일단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맞다고 생각하는 서점원



서점원의 문장과 책

: 아름답지

잎과 잎을 관통하는

전류 속에서

우리는 사랑하기 좋은 팔을 가졌구나


민음의 시 『우리는 사랑하기 좋은 팔을 가졌구나』

강보원, 박은지, 황인찬, 임지은, 양안다, 김연덕, 김복희, 김현, 조용우, 임경섭 지음, 민음사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