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기쁨과슬픔 #비정기산문집
10월
01
서점 앞에는 규모가 큰 빌라가 하나 있는데 그곳엔 외국에서 온 학생들이 많이 거주한다. 아마도 대학교와 계약을 맺고 유학생이나 교환학생이 기숙사처럼 머무는 집일 테다. 매일 등하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많이 봤는데 한번은 학생들이 서점에 방문해 책을 찾았다. 근데 그 책이란 것이 원서였다. 아마도 아직 한글을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그랬던 것 같다. 그렇지만 원서까지 들여놓을 공간은 없는 작은 서점이라 추천해 주기가 쉽지 않아 아쉽게 헤어졌다.
오늘은 서점을 열자마자 그 빌라에 사는 학생 한 명이 서점을 방문했다. 동글동글한 안경을 쓴 학생은 급 히 추워진 날씨 탓에 패딩을 입고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있었다. 차분한 말투로 책을 추천해 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알고 보니 몽골에서 온 학생이었다.
원하는 장르 혹은 분위기를 물었는데 가볍고 경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 그리고 읽을 때 단어가 어렵지 않은 책을 원해서 임선우 작가의 <유령의 마음으로>와 열린책들에서 내는 앤솔로지 북 중 <묻다>를 추천했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라는 설명에 학생은 곧바로 <유령의 마음으로>를 선택했다.
영어와 한국어를 조금씩 섞어서 대화하긴 했지만 학생은 잘 듣고 잘 말했다. 언제 한국에 왔냐는 질문에 올해 9월이라 답했는데 한국어도 그때부터 공부했다고 해서 엄청나게 놀랐다. 두 달 만에 이 정도라면 분명 놀라운 재능을 가진 것이니. 심리학을 전공한다는 학생은 4년 동안 이곳에서 학교에 다닐 예정이라고 했다. 나는 이 정도 성장세라면 공부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라 말해줬다.
서점에는 스탬프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책 밑면에 찍어주는 서점 로고 스탬프 그리고 책을 다 읽은 후 기억에 남는 문장과 읽기 시작한 날짜, 다 읽은 날짜 등을 기록할 수 있는 문장 스탬프가 있다. 보통 표지 다음장 빈 공간에 찍어주기에 책을 구입한 손님에게 물어보곤 하는데 학생에게도 물었더니 흔쾌히 좋다고 하며 대신 엄청 오래 걸릴 거라고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나는 학생에게 책을 다 읽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꼭 알려달라는 말과 함께 도장을 쾅 하고 찍어주었다. 덧붙여 학생의 재능이라면 굉장히 빠르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란 말도 잊지 않았다.
우리 모두에겐 재능이 있다. 아무리 하찮아 보여도 소소해도 무엇이든 재능이 될 수 있으니까. 음식 메뉴를 잘 고르는 능력, 작은 소리도 잘 듣는 능력, 지도 없이도 길을 찾는 능력. 우리는 이 모든 걸 재능이라 명한다.
몽골 학생에겐 언어를 빠르게 익히는 재능이 있다. 그렇지만 그 재능이 능력으로 발현되는 건 의지와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아직 서툰 한글이지만, 직접 서점에 찾아와 책을 고르고 읽겠다는 의지가 더해지니 정말 쑥쑥 실력이 늘 것이다.
그 학생이 책을 다 읽고 다시 서점을 찾는 날을 기다린다. 얼마나 능숙하게 한국말을 하고, 책을 읽은 소감을 말해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나는 서점원으로서의 재능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서점을 운영하며 조금씩 서점원의 일을 익히면 언젠간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이 생겼다. 꼭꼭 숨어있는 소소한 재능 한 조각을 찾길 바라며.
2025년 10월 28일 화요일
지금까지 발견한 서점원의 재능 하나, 손님이 찾는 책 빠르게 찾아주기
서점원의 문장과 책
: 삶에 대한 재능은 없지만 글쓰기에 대한 재능은 가지고 있었다. 바로 그 재능을 가지려고 오랜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실습한 결과였다.
『재능이란 뭘까?』 유진목 산문,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