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오늘의 입고와 재입고

#서점의기쁨과슬픔 #비정기산문집

by 서점원

11월

01


새로운 책이 도착하면 그중 한 권의 리뷰를 남기는 것이 서점의 루틴 중 하나다. [오늘의 입고와 재입고] 혹은 [밀린 입고와 재입고]란 제목으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업로드한다. SNS 업로드 주기는 비정기적이지만, 인스타그램의 경우 주 4회 이상은 제시물을 업로드하려고 노력한다(인스타그램이 나의 성실함과 꾸준함을 알아채고 책을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널리 알려주길 바라며). 그중 2회 정도는 [오늘의 입고와 재입고] 게시물이 차지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다.

‘어떤’ 책이 입고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려면 그 ‘어떤’ 책 중 한 권을 읽고 정성스레 리뷰를 작성해야 하는데 나의 경우 이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린다. 사실 이건 처음을 탓해야 한다. 오픈 초창기 책이 입고되면 리뷰와 함께 입고 소식을 알렸던 것이 자리 잡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오늘은 000 책이 입고되었습니다’ 이렇게 했다면 참 쉬웠을 텐데 부지런을 떨어 그리 되었다. 결국 돌이킬 수 없이 매번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


서점을 운영하며 어느 순간 책만으로는 매출에 기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책에 소홀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는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는 나의 마지막 끈 같은 게 [오늘의 입고와 재입고]이기도 해서 가끔은 귀찮기도 하지만 애틋한 마음으로 마주하려 한다.

서점이기에 책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다. 당연히 책을 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작고 작은 동네 서점은 오히려 쉽게 책을 놓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책과 어떤 것. 그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서점을 오래 운영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긴장이 풀어지려 할 때마다 한 번씩 끈을 꽉 잡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업로드하는 [오늘의 입고와 재입고]를 읽고, 이 책을 읽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한 명이라도 답을 해준다면 서점원은 책을 놓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항상 궁금해했다. 책 소개 글을 읽는 사람들은 과연 리뷰를 읽고 흥미를 느껴 책을 구입할까. 꼭 우리 서점이 아니더라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어디서든 책을 사는지, 그 결과가 궁금했던 것이다.


오늘은 며칠 전 서점을 방문했던 한 커플이 재방문했다. 남성분이 외국인이라 기억하기가 쉬웠다. 여성분은 글쓰기를 즐기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는 분 같았다. 수요일 밤에 진행하는 무엇이든 쓰는 밤을 궁금해했다.

서점의 책 취향이 마음에 든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책을 구입했는데 마침 최근에 내가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소개한 책이 한 권 있었다. 나는 책을 포장하며 ‘이 책 엄청 흥미로워요'라고 했는데 그분이 글쎄 우리 서점 인스타그램을 본 후 관심이 생겨 이 책을 구입한다고 하는 것 아닌가. 맙소사.


감격, 감격이다.

책을 놓지 않으려고 끈으로 꽁꽁 묶어 붙잡아 둔 서점원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누군가를 만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당분간은 힘을 얻어 즐겁게 책을 고르고 읽고 리뷰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인간은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과 함께 할 때 살아갈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다시금 다짐한다. 서점과 함께하는 동안은 책을 우선순위로 놓기로. 책이 나를 놓을 순 있지만 내가 먼저 놓지는 않기로.



2025년 11월 5일 수요일

끝끝내 붙잡아둘 [오늘의 입고와 재입고]



서점원의 문장과 책

: 책에 대한 애호는 지성이 커짐에 따라 더 커지지만 우리가 앞에서 보았듯이 그 위험은 지성이 커짐에 따라 줄어든다.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 존 러스킨,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민음사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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