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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나무 Oct 09. 2024

곤란한 미안함을 자꾸 갖게 해서...

- 참 오랜만에 꿈에 나왔지 

너무 오랜만에 네가 꿈에 나왔어. 언제 꿈에서 보고 못봤더라. 이제 준비가 됐다고, 떠나겠다고 말한 이후 처음이야. 언제였지? 요즘 너무 바빠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네. 이렇게만 시간이 간다면 우리 금방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나란히 앉아있었던 것 같은데, 뜬금없이 이제 자주 보러오지도 말고, 몰래 송금(언제 내가 몰래 송금했었던가 ? ) 하지도 말라고 했어. 그래서 내가 도대체 왜 그러냐고, 헤어지자는 거냐고 그랬더니 그건 아니래. 헤어지는 건 아니라고. 그게 뭐냐고 그럴 바에야 당장 헤어지자고 성질부리며 소리쳤던 것 같아(와, 정말 오랫만에 너에게 성질을 다 부렸네. 잠시 옛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어). 그러면서도 마음이 찢어지는 거 같더라.  꿈인데도. 둘이서 차에 앉아있었던 것 같은데, 자기 차도 내 차도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자기 차 같기도 하고, 속상해서 차에서 문을 열고 내렸던 거 같아. 옛날이었다면 싸우고 화를 내면 네가 가만히 안아줬을텐데, 꿈에서는 얄짤없던 걸. 


전화가 울리니 바로 전화를 받더라고. 그러면서 전화한 사람에게 집중해서 이야길 하더라. "아, 오셨어요, 얼굴 봐야죠. 경주에서 오시느라 힘들지 않으셨어요, 지금 막 들어오셨다구요, 그럼 지금 갈께요.  (~ 어쩌구 저쩌구) 힘든데 움직이지 마시고 다음부턴 몇몇 모아서 같이 경주로 놀러갈께요 ~"(왠 갑자기 경주? 우리는 경주랑 별로 상관도 없는데) 

내가 가지고 있던 핸드폰(자기가 사준 거라서 그런가? 왜 갑자기 죄없는 핸드폰을?)을 집어던져서 산산조각 내버리고 싶었어. 그러면 내 쪽을 쳐다보지 않을까 했던걸까. 하지만 그러면서도 던지면 안된다고 꿈속에서도 자제했다니까. 그 억울함과 서러움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네. "아니, 놀러가려면 나랑 같이 가야지, 왜 다른 사람들이랑 놀러간다고 그래 !" 그렇게 속으로 소리쳤나, 아니면 실제로 뱉었던가. 


그랬더니, 전화기에서 얼굴을 떼고 나를 바라봤지, 좀 곤란하다는 듯이. 

이제는 절대 같이 놀러갈 수 없다는 걸 왜 모르냐는 듯이. 너는 그걸 깨닫고 한 걸음씩 나가고 있는데 나만 여전히 제 자리에 있는 것처럼. 여전히 너를 붙들고 있는 내가 안타깝고 그래서 더 미안한 것처럼. 나도 너랑 두번 다시는 놀러갈 수 없다는 거 아주 잘 알고 있는거 같은데...아닌가? 그래서 더는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고. 혼자 여행 하면 네 빈자리가 너무 커서 힘들더란 말이지. 그 어떤 여행도 다, 재미가 하나도 없더라고. 혼자 여행의 멋과 맛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아. 그래서 친구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거나, 같이 갈 수 있는 친구를 꼭 찾아서 다니기로 했다구, 적어도 당분간은. 봐, 잘 하고 있잖아.  

 

한번 확인해보려고 들렀던 거야? 내가, 네가 떠난다고 했는데도 아직도 단단히 붙잡고 있나 아닌가 확인해보고 싶어서?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서? 그래서 자주 보러오지도 말라고 했어? 

흥. 내 마음이거든. 내가 내 마음대로도 못하냐, 어차피 말리지도 못할거면서.  


얼굴의 표정은 기억나는데, 얼굴이 기억이 안나네. 그래도 아주 아플 때는 아니었어. 

그리곤 꿈에서 깨서 잊어버릴까봐 메모부터 했지. 잊어버리면 안돼니까. 간만의 출현인데. 그리고 다시 잠들었어. 깨고 나서 오늘이 무슨 날인가 봤더니 네가 떠난지 600일째더라. 


거참, 이 여전한 숫자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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