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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제야 기억이 나는구나

by 푸른 나무

데쓰호흡이라고, 봐야 할 사람을 부르라고 들은 뒤 동생네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시간.

그 두세 시간 동안 끊임없이 얼굴을 쓰다듬고 말을 건네었었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가 그가 떠난 뒤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산소를 가느라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나 불현듯, 자연스럽게

기억이 떠올랐다.

특별한 것도 별다른 것도 없다. 아마도 누구나 할법한 말이다.


나 걱정하지 마, 얼마나 씩씩한 지 잘 알잖아, 자기 걱정 안 하게 잘 살고 있을게.

그러다 때가 되면 꼭 나 데리러 와야 해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내가 잘 챙길게,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약속한 대로 붙잡지 않을 테니, 마음 편히 떠나도 돼.

그동안 그렇게 아픈데도 너무너무 훌륭하게 싸워줘서 정말 고마워, 이러니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잖아

심지어 이렇게 눈을 감고 있는데도 잘 생겼구나.

그 어떤 누구라도 너처럼 하지 못했을 거야, 정말 잘했어, 잘 살았어.

세상 아무도 모른다 해도, 내가 알아. 내가 죽을 때까지 다 기억하고 있을 거야.


이런 말들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왜 기억이 안 났냐 하면, 잘 살지 못했기 때문일 거다.

감히, 그가 떠난 후가 어떤 지 생각도 안 해보고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큰 소리를 쳤기 때문이다.

물론 그를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이고, 당시엔 그가 떠난 이후의 나를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 걸 생각할 짬도 나지 않았었다. 오로지 그가 떠날 리가 없다고만 생각했었으니까.


그가 떠난 후 나도 한번 '제발 가지 말라'라고 떼쓰고, 엉엉 울며 매달려나 볼걸... 이란 생각을 한 번씩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서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랬다면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만 폼생폼사가 아니고, 나도 그랬나 보다.


그가 살아있을 때의 아픔과 통증이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그가 온전히 감당했어야 하는 몫이었다면,

그가 떠난 후의 이 고통들은 그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하는 몫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고통들은 그와 내가 함께인 것의 증명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지금에야,

내가 뱉은 말도 안 되는 말들이 다시 기억나서 다행이다. 씩씩하기는 개뿔, 잘 살기는 개뿔

그래, 때가 되면 기억날 것 같더라니.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그런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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