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이고 섬세하게 대학 생활을 그린 웹툰 <치즈인더트랩>의 주인공, 홍설을 따라 하는 손민수라는 등장인물의 이름은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따라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일반명사화되었다.
@네이버웹툰
패션계에서는 홍설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손민수들이 홍설의 패션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특정 상품 광고와 달리, 홍설이라는 인플루언서가 구매하는 것들은 패션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 옷, 신발, 나아가 라이프스타일템까지 ‘손민수’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명의 홍설을 발굴하는 것은, 수백, 수천의 손민수가 따라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손민수는 손민수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홍설이 되고 싶은 거다.
홍설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잇걸, 잇보이가 되어보자.
무엇이 홍설을 만들까?
먼저 자신만의 스타일, 아우라가 있다. 외모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100만 유튜버 <딤디>의 경우는 얼굴 없는 유튜버지만, 그녀가 입은 폴로와 스투시 옷은 ‘딤민수’들의 소비 필수 코스가 되었고, 그녀의 언니가 운영했던 온라인 쇼핑몰 역시 얼굴 없는 핏팅샷을 업로드함에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는 깔끔한 핏과 분위기를 가진 딤디만의 아우라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감각적인 센스 역시 홍설의 조건이다. 많은 사람들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센스나 포인트가 있는 걸 손민수하고 싶어 한다. 난해하고 일상생활에서 입지 못하는 패션을 손민수 하길 원하기보다는, 현실에서 입을 수 있을 법한 옷들을 따라 입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렇다면 홍설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추구미를 찾자.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한다. 처음부터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는다는 것은 어렵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춘 후에도, 레퍼런스를 찾아 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홍설이 되기 이전, 패션피플들 역시 손민수였던 경우가 많을 것이다. 패션 에디팅을 해보자. 옷가게의 마네킹 코디대로 입어보면서, 자신의 신체적 단점을 보완하는 포인트를 살리거나, 좋아하는 액세서리를 코디에 더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조금씩 찾아가는 것이다. 여러분의 추구미가 곧 여러분만의 취향이 될 것이다.
@feliciathegoat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패션
마음에 드는 스타일의 컬러, 핏, 디테일(연출, 디자인)을 분석하여 무드를 파악하자. 그리고 이를 하나씩 자신의 코디에 넣어보는 것이다. 가령 핑크색에 꽂혔다면, 흰 티에 청바지와 같은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착장을 입은 다음, 핑크색 가방과 스니커즈로 깔맞춤 해보는 것이다. 그다음엔 초록색, 노란색처럼 하나씩 시도해 보는 것이다. 대신 포인트 컬러는 하나씩만 사용하는 것으로 시작하자. 초록색을 사용했다면 베이지 색으로 눌러주거나, 노란색을 사용했다면 갈색으로 전체 코디를 다운시키는 것이다. 명심하자. 패션은 디테일이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데? 싶은 코디도 가까이서 보면 디테일이 살아 있을 수 있다. 마르지엘라 네 개의 땀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 역시도 이 디테일 때문이다.
@olympialetanofficial 올림피아 르탱
태도를 갖춘다.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추구미를 인식하는 것이다. 윈스턴 처칠이 ‘태도는 사소한 것이지만, 그것이 만드는 차이는 엄청나다’라고 말한 바와 같이, 패션에는 에티튜드가 중요하다. 최근 미우미우 팝업스토어에서 책을 나눠준 것 같이 ‘텍스트 힙’으로 독서가 떠오르는 것도 이 맥락이다. 책이 패션의 일부가 되어, ‘책을 읽는 지적인 나’ 역시 내 이미지와 태도, 나아가 내면의 자신감이 되는 것이다. 버스에서 누군가 책을 읽고 있으면 괜히 눈길이 가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러분도 누군가의 눈길을 끌고 싶다면, 꼭 끌고 싶지 않더라도 지적인 사람이 추구미라면 다음과 같은 책을 추천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이방인>이나 <페스트>. 누군가 다가와 ‘밀란 쿤데라를 좋아하세요…’라고 말을 걸 수도 있다.
유독 따라 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들을 잘 살펴보면, 대부분 자신만의 아우라가 있는, 감각적인 센스가 있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추구미가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 사람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조금 변주하여 패션 에디팅을 해보자. a의 추구미와 b의 추구미를 적절히 섞으면 그것이 여러분의 색깔과 취향이 될 것이다. 그 후에 조금씩 디테일을 더해가며 패션 스타일을 완성해 가는 것이다. 패션의 완성은 자신감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손민수와 홍설의 큰 차이점은 자신감에 있었다. 손민수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홍설이 되는 날까지, 모든 손민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