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학골 두 번째 골목

by 산너머

1. 변학골 두 번째 골목)


작은아버지 집에서 살다가 변학골 시장통으로 이사를 했다. 중학교 1학년을 한 달 정도 다니고 이곳으로 막 이사를 하던 때는 천변에 분홍빛 꽃봉오리가 머뭇거리던 4월이었다.


파리똥이 많고 학이 노니는 골짜기라서 '변학골' 이라고 한단다. 변이 똥 변이었구나! 더러워. 학학 자는 고상한데 눈 부릅떠도 학은 한 마리도 안 보이지만 개천가로 복사꽃이 막 피고 있어서 첫인상은 분홍빛이었다.


시장을 바로 접한 첫 번째 골목을 지나면 돌계단이 나온다. 그 계단을 내려오면 첫 번째와 비슷한 두 번째 골목이다. 이 골목에 엄마가 사는 골방이 있다. 골방엔 이모 둘과 엄마가 살고 있었다. 새로 합류한 나 '최송화'가 창호지 미닫이문을 열고 책가방을 내려놓으며 방 안을 둘러본다. 맞은편에 빼꼼하게 뚫린 창문이 있다. 창문은 오돌토돌한 무늬가 들어간 반투명 유리창이고 창문 밖은 손을 뻗으면 옆집이 닿을듯하다. 방 오른쪽 벽, 선반을 얹은 곳에 이불이 몇 채 올려져 있고 선반 밑에 한 사람이 누울 공간이 있다. 이곳에 책가방을 옮겨다 놓고 목을 구부리고 앉았다.


국민학교 2학년 때부터 엄마와 떨어져 작은 아버지 집에서 살았다. 경기도 서쪽 방향에 있던 작은아버지 집은 적산가옥이었다. 방이 세 개 있고 다락방이 있었다. 집 앞으로 냇가가 흘렀고 장마철이 되면 세간살이가 떠내려 오고 돼지도 떠내려왔다. 작은엄마는 나를 적당하고 적절하게 구박했다. 설거지를 못 한다고 때렸다. 팔다리가 길다고 팔을 잡아당겼다. 말이 없다고 눈치를 줘 눈치를 더 보게 되었다.

작은아버지는 빵을 몰래 줬다. 납작한 깡통에 든 땅콩 잼도 나만 먹으라고 줬다. 몰래 먹다가 깡통에 심하게 베었다. 작은엄마에게 들키면 때릴까 봐 겁났고 작은아버지도 곤란해지고 고소한 잼을 못 먹을까 봐 종이로 눌렀다. 종이가 떨어지면 피가 났다. 다행히 파상풍이 안 걸리고 아물었다.

그렇게 중학교 1학년 초까지 작은엄마 눈치를 보며 살았다. 엄마에겐 한 번도 작은엄마가 때린다는 얘기를 안 했고 엄마와 같이 살고 싶다고 애원하지도 않았다.


변학골은 아홉 살 이후 엄마와 처음 같이 살게 된 동네 이름이다. 똥 변 자에 학학 자에 골짜기 골이었다. 개천가에 복사꽃이 막 피고 있었다. 개천은 도화천이라 불렸다, 저 뒤에 산은 당주산이라고 했다.


*이 소설의 등장 인물과 배경은 허구입니다.

화,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