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빌딩 청소부)
엄마는 빌딩에서 청소하는 청소부였다. 남색 청소복을 챙겨 새벽마다 나갔다. 큰 이모는 구두공장 사무실에서 전표를 끊고 거래처 사장들에게 커피를 탔다. 작은 이모는 엄마가 청소하는 빌딩 엘리베이터 걸이였다. 엄마가 넣어준 직장이었다. 작은 이모는 엄마가 직장을 넣어줬기 때문에 내 육성회비를 책임졌다.
아버지는 신장이 망가져 몸이 퉁퉁 부어 돌아가셨다. 아홉 살 여름날, 더운 공기가 풀과 섞여 풀냄새가 훅 끼얹던 날, 작은 이모가 밭두렁을 뛰어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알려 주었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아팠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고향에서 도시로 올라와 식모살이부터 시작했다. 나는 작은아버지 집으로 보내졌고 큰 동생 송찬이, 막냇동생 송국이는 외갓집에 두고 식모살이를 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큰 이모도 엄마를 따라와 취업했고 작은 이모도 올라와 언니들 집에 있다가 엘리베이터 걸이 되었다.
엄마는 식모살이하다가 골방을 얻었는데, 서울 첫 정착지가 변학골이었다.
파란색 페인트가 벗겨진 녹슨 철 대문을 열자마자 대문 왼쪽에 붙은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옆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놓여있다. 우리는 화장실을 지나 1층 끝에 산다. 학고방이었다. 벽은 시멘트인데 방과 방 사이는 합판으로 나뉘어있다. 이걸 학고방이라 했다. 양옆으로 마주 보는 방이 둘. 그러니까 1층은 총 네 가구가 산다. 복도엔 등이 없어 어둡다. 짧은 복도를 지나면 끝방에 우리가 살았다. 연탄아궁이가 보이고 앞 옆으로 창호지 미닫이 방문이 있다. 맞은편 방에는 늙수그레한 부부와 다 큰 딸이 살았다. 양옆 문 사이에 수도꼭지가 벽을 뚫고 나와 있다. 공동 수돗가인 셈이다.
1층 공동화장실을 지나자마자 양쪽으로 방이 하나씩 있다. 엉덩이를 돌려 앉은 듯한 왼쪽 방은 부엌은 따로 있지만, 수도는 우리 집이랑 같이 썼다. 오른쪽도 똑같이 한 칸의 방이지만 네 가구 중 제일 넓었고 문이 달린 부엌이 있고 수도가 있어서 세 가구랑 수도를 같이 쓸 일이 없었다. 이 집엔 젊은 부부와 여덟 살, 다섯 살 정도 되는 아이가 둘이었다.
2층은 주인집이다. 2층 전체를 주인이 살았다. 부모님이랑 아들 부부가 살았고 어린 손주들이 있었다. 그리고 친척 여자아이 명숙이가 있었다. 명숙이는 나랑 나이가 비슷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은 아버지 집에서 구박 덩이로 살았던 나와 처지가 똑같아서 측은했다. 명숙이랑 친구가 되었다. 명숙이는 항상 부엌에서 살다시피 했다. 친척이긴 해도 식모 역할로 이 집에 온 것 같았다. 중학교도 안 다니고 몇 살인지 모르지만, 발육이 좋았다. 가슴이 덜렁거리고 다리가 굵었다. 아직 가슴도 나오지 않고 팔다리가 가느다란 나랑 달랐다.
골목 양옆으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바로 옆집은 파란색 기와지붕이었고 이 집은 문간방만 세를 주고 나머지는 집주인이 살았다. 이 집에 모 진택이라는 중학생 남자아이가 살았다. 별명이 모택동이었다, 모택동이 중국인인지는 알지만 뭐 하는 사람인 줄은 모른다.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었는지 진택이는 이 별명을 극도로 싫어했다.
명숙이는 툭하면 진택이네 대문 앞에 서서 모택동? 모택동? 불러댔다. 진택이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았다. 그날도 명숙이는 진택이를 불렀다.
“모택동? 뭐 하니? 모택동? 나와라?”
우당탕 대문이 열리더니 화가 난 진택이가 퉤 나왔다. 나오자마자 주먹으로 나와 명숙이 배를 때렸다. 우리는 동시에 배를 움켜쥐고 앉았다. 진택이는 나한테 오더니 괜찮냐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더니 명숙이는 본 체도 안 하고 들어가 버렸다,
“송화 너한테는 미안하다고 했는데, 나한테는 안 그랬어.”
명숙인 이 말을 오랫동안 되새김질했다.
그 뒤부터 진택이가 좋았다.
* 이 소설의 등장 인물과 배경은 허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