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바

by 산너머

10. 아메바)


우리 반은 칠십 명이 넘었다. 중학교 1학년 초에 전학을 간 나는 73번이었다. 맨 뒤에 혼자 앉았다. 키순서대로 앉히지 않고 전학 온 순서대로 앉혀서 맨 뒤에 앉게 되어 칠판이 잘 보이지 않았다. 바로 앞에 나랑 며칠 사이로 전학 온 아이가 있었다. 얼굴이 하얗고 전혀 말을 하지 않았는데 공부를 되게 잘했다. 반에서 3등 안에 들었다.


나는 수학을 못 했다. 국어와 미술 시간을 좋아했다. 의외로 생물을 잘했다. 결국은 세 과목 빼고 다 못했다.

생물 시간에 아메바를 배웠다. 설명을 들으려고 귓구멍을 나팔꽃처럼 크게 벌렸다. 고개를 좌우로 빼가며 칠판에 집중했다. 너무 신기했던 건 현미경으로 아메바를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물방울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더러운 개천이나 고여있는 도랑에 산다고 했다.

도화천을 찾아갔다. 나무 꼬챙이로 물가를 뒤적이며 아메바를 찾았다.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다는 걸 알면서 휘휘 뒤적였더니 찌꺼기만 안개처럼 희뿌옇게 시야를 가렸다. 이 속에 분명 아메바가 있을 거야. 꼬챙이로 현미경에게 본 아메바를 그렸다.


얌전한 학생이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근데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내 앞에 얼굴 하얀 아이 답안지가 한눈에 다 보였다. 답안지에 까맣게 연필로 색을 칠하는 방식이었는데 그 아이 팔 사이로 답안지가 선명하게 보였다. 맨 뒤에 혼자 앉은 나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내 답안지에 그대로 새까맣게 칠만 하면 되었다. 근데 그대로 했다가는 들킬 것 같아서 수학, 영어, 역사만 베꼈다. 그것도 들킬까 봐 몇 개는 틀리게 칠했다.

그 친구는 항상 3등 안에 들고 나는 20등 안에 들었다.

내가 가끔은, 시험만 보고 나면 아메바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메/ 바/ 이름도 징그럽고 생존 자체도 징그럽고 단세포라는 것만으로도 징그러웠다.


시험 결과를 보고 나면 도화천을 찾아가서 꼬챙이로 개천을 휘휘 저으며 물속을 헤집어놨다.


*이 소설의 등장 인물과 배경은 허구입니다.

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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