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가내수공업 가방공장)
2층 우리 방 맞은편에 미닫이문이 보인다. 가내수공업 가방공장이다.
우리 방문을 지나자마자 여닫이문으로 들어가면 주인집이다. 긴 방 가운데를 나무 칸막이로 막아 두 개의 방이 되었고 바로 연결된 입식 부엌이 있다. 벽 쪽으로 커다란 개수대가 있고 수도가 있다. 이 수도가 우리 집에서 호수로 연결돼 물을 같이 쓴다.
가방공장은 온종일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주인아저씨가 사장이다. 사장은 재단하고 직원이 재봉틀로 가방을 만들었다. 재봉틀이 두어 개 놓여있고 남자 직원이 두어 명 있다.
주인집 아저씨는 못됐다.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을 반반씩 내라고 했다. 공장에 직원도 있고 따지자면 방이 세 개가 있고, 아무렴 방 한 칸에 어린아이들만 있는 우리 집이 뭐든 덜 쓰지 더 많이 쓸 일이 없는데도 말이다. 못 돼먹은 아저씨. 주인아줌마는 겉으로 봐서는 얌전하고 착한 편이었다. 엄마가 너무 많이 받는 거 아니냐고 따지면 아저씨는 얼굴이 벌게지며 화를 냈지만 아줌마는 말리면서 조금 덜 내라고 했다.
주인집에 아들이 있었다. 군인이라서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했다. 딸도 한 명 있었는데 나랑 동갑이었다. 이 딸이 아빠랑 생김새도 똑같고 성질머리도 똑같았다. 나를 괜히 시기하다가 미워했다. 나는 마른 편이고 딸은 뚱뚱한 편이었는데, 이사 올 때부터 힐끔힐끔 보더니 살을 빼려고 장독대에서 줄넘기를 시작했다. 바깥 부엌에서 장독대가 바로 보였다. 내가 쳐다보면 입을 비쭉거리며 뒤돌아서 줄넘기를 했다. 아무리 그래도 살은 안 빠졌다. 이 집에서 일 년 살 동안 나만 보면 외면을 하고 방문을 세게 닫았다. 가끔은 친구가 돼 과자도 나눠 먹고 고구마도 구워 먹었다. 주인집도 방 한가운데 연탄난로가 있었다.
주인집 오빠는 나만 보면 반가워했다. 탤런트 누구를 닮았다고 하며 예쁘다고 했다. 탤런트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말을 듣고 나를 더 미워했다.
예쁜 것도 죈가…. 못된 기집애.
일 년 살다가 이사했다.
성인이 된 뒤 시장통 골목을 지나가다가 이 친구를 만났다. 나를 보더니 반가워했다.
“송화야? 더 예뻐졌네. 우리 집에 놀러 와.”
놀러 갔다. 귤을 내어주며 난로 옆에 앉으라고 했다. 다정했다. 원래 못된 애는 아니구나.
주인아저씨도 아줌마도 여전했다. 오빠는 장가를 가서 분가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