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by 산너머

18. 빈대)


고향 산골에는 벌레는 많았어도 빈대는 없었다. 동두천 작은아버지 집에도 없었다. 변학골만 빈대가 많았다. 시장 쓰레기가 엉켜 생활환경이 더럽고 밀집 지역이라 그랬던 것 같다.


자다가 하도 가려워 천장에 달린 형광등 스위치를 잡아 누르면 까맣고 동글납작한 빈대들이 나 살려라 도망을 갔다. 손으로 잡고 발로 잡아도 낮엔 숨어있다가 불을 끄고 잠을 자다 보면 적군처럼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물어도 모르고 잘 때가 많은 데 다리팔이 항상 빈대 입 자국이 남아 엄청 가려웠다.


살충제를 구석구석 뿌리고 농약을 뿌려대도 빈대는 살아남았다. 하긴 이것들도 생명이니 살려고 기를 썼고 살려고 사람 피부를 물어뜯어 피를 빨아먹었다. 소설 속에 나오는 흡혈귀는 아마도 빈대인 것 같다.


작은 리어카를 평평하게 개조해 각종 벌레 약을 팔러 다니는 빈대 약 아저씨가 있었다.

마이크와 스피커를 리어카에 달고 매일 같이 시장통과 골목을 돌아다녔다.

“빈대약 있어욧. 빈..... 대! 쥐약 있어욧. 빈..... 대!”

마이크에 입을 바짝 대고 목에 힘을 줘 저음으로 눌러 외쳤다.

“빈,,,,. 대!”

‘빈’에서 길게 끌다가 ‘대’ 할 때 힘을 주고 딱 끊었다.


하도 빈대에게 시달리다가 보니 특단의 조치로 엄마는 빈대 아저씨에게 빈대 약을 샀다. 짜서 쓰는 약이었다. 고약 같았다. 신문지나 종이에 손톱만큼씩 짜서 방구석구석 놓으라고 했단다.

처음엔 빈대가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근데 열흘이 되니 빈대는 기승을 부렸다.

엄마가 빈대 아저씨를 만나 따졌다.

“안 죽어요. 빈대가. 도로 물러요.”

“.....”

아저씨는 말을 안 하고 엄마를 노려봤다.

짜다만 빈대 약을 아저씨 코앞에 갖다 대며

“물러줘요. 도로.”

“물린다면서?”

“아니, 돈 도로 달라고욧!”

“한 집만 빈대를 잡으면 안 되고 그 주변 집 전체에 약을 놔야 빈대가 없어져!”

그러면서 빈대 약을 더 사라고 했다.

엄마 입은 똥고가 돼 아무 말도 못했다.


“빈대약 있어욧! 빈.... 대!”

다음날도 한 달 뒤에도 여전히 외쳐댔지만 누가 사는 걸 못 봤다. 내가 봐선 빈대 약 장사는 곧 망할 것 같았다.


결국 빈대와 우리는 살 비비며 함께 살았다.


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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